대통령 거부권 행사 전망…노동계·여당 ‘비판’
국제노총도 나서…“국제사회 약속 무시하는 것”

지난해 9월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 출범 기자회견이 열린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지난해 9월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 출범 기자회견이 열린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일명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도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노동계에서는 거부권 행사가 자칫 국제노동기구(ILO) 협약을 무시하는 행보로 해석돼 국제사회 속 대한민국의 위상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21일 정부 발표를 종합하면 대통령실은 ‘노란봉투법’이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더라도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시사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4월, 5월에 각각 양곡관리법과 간호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다.

‘노란봉투법’은 사측이 노조에 안겨온 과도한 손해배상 및 가압류를 제한하고, 사용자(경영자)의 범위를 확장해 하청·특수고용 노동자가 ‘진짜 사장’인 원청과 교섭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해당 법은 ILO가 지난 30여년 동안 한국 정부에 권고해 온 사항이다. 지난해 12월에도 ILO는 한국 정부에 개입 공문을 보내 화물연대 총파업에 관한 업무개시명령이 ‘결사의 자유 침해’라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정부·여당과 경영계는 해당 법안이 불법 파업을 조장할 수 있다며 개정안을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는 상태다.

앞서 대한민국은 지난 2021년 4월 ILO 핵심협약 △29호(강제노동) △87호(결사의 자유와 단결권) △98호(단결권과 단체교섭권 보호)를 비준했다. 즉, 국내법을 협약에 부합하도록 개선하겠다고 국제사회와 약속한 셈이다.

이로 인해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게 되면 정권에 따라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저버리는 모습을 보이는 셈이 된다. 이는 앞으로 국제사회로부터 평가를 받을 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는 한국이 유럽연합(EU)과 체결한 자유무역협정(FTA) 이행과도 연관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핵심협약 비준 당시 EU는 한국 정부가 FTA 규정과 달리 ILO 핵심협약 비준 노력에 최선을 다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로 공식적으로 분쟁을 제기했다. 

더욱이 지난 4~5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개최된 ‘한-EU FTA 지속가능발전 시민사회포럼’에서 지속가능발전위원회는 ‘한-EU FTA 13장(무역과 지속가능발전) 이행 점검에 ILO 감독기구 역할이 중요한 잣대가 된다’고 명확히 한 바 있어 ‘노란봉투법’ 국회 본회의 통과 여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노동계·야당 일제 비판

대통령실이 거부권 행사를 시사하자, 국제노총을 비롯한 노동계와 야당은 즉각 반발에 나섰다.

국제노총(ITUC)·민주노총·한국노총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국회의원은 전날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ILO 협약을 비준한 한국 정부가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무시하겠다는 적신호”라고 비판했다.

국제노총은 전 세계 노동자들의 권익을 대변하는 세계 최대 노동조합으로 ILO,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유엔 등과도 긴밀하게 협력하는 단체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파파 단쿠아 법률국장과 노동기본권국 모니나 웡 아시아태평양지역 담당이 참석했다.

이들은 “곧 국내법과 제도를 협약에 부합하도록 만드는데 필요한 조치를 정부가 취하고 있는지 검토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개선 방향을 권고하는 공식적인 절차가 개시된다”며 “한국정부가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지키는지, 위반하는지를 국제사회가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노란봉투법은 모든 노동자가 노동기본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이라며 “만약 대통령 거부권 행사가 실제로 일어난다면 국제사회는 이를 ‘대한민국은 스스로 맺은 약속도 책임지지 않을 수 있다’는 대단히 위험한 신호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노란봉투법을 강행 처리를 예고했다. 이에 맞서 국민의힘은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고려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