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 부각되자
지난해 2월 ‘조선5사’ 원·하청 체결
임금 체불 방지·하도급 사용 최소화
삼성중공업 “성과급, 복지 확대할 것”
노동계 “노동자 비명 무시하며 자축”

고용노동부 이정식 장관이 지난 25일 경기 성남시 삼성중공업 R&D센터에서 열린 ‘조선업 상생협약의 중간점검 및 향후과제 모색을 위한 1주년 보고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고용노동부 이정식 장관이 지난 25일 경기 성남시 삼성중공업 R&D센터에서 열린 ‘조선업 상생협약의 중간점검 및 향후과제 모색을 위한 1주년 보고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정인지 기자】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체결된 조선업 원·하청 간 상생협약 1년을 맞아 회고의 자리가 마련됐다. 

노동계는 ‘상생 협약은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며 헌법이 보장한 노동3권을 하청노동자 또한 누릴 수 있게 해달라고 강조했다.

26일 고용노동부(노동부)에 따르면 전날 경기 성남시 삼성중공업 연구개발(R&D) 센터에서 열린 ‘조선업 상생협약의 중간점검 및 향후과제 모색을 위한 1주년 보고회’에서 이 같은 내용이 논의됐다.

이번 보고회는 지난해 2월 체결한 조선업 상생협약의 주체인 HD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조선5사 원·하청 대표 및 상생협의체 전문가들이 그동안의 성과를 평가하고, 앞으로 해결할 과제를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앞서 지난 2022년 7월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의 파업으로 조선업 이중구조 문제가 부각된 바 있다. ‘조선업 이중구조’란 원청과 하청,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 등 근로조건에서 큰 차이가 발생해 노동시장이 사실상 두 개로 나뉘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정부는 같은해 10월부터 대책 마련을 논의, 이듬해 2월 조선업 원·하청이 참여하는 상생 협약을 체결토록 했다.

지난해 2월 27일 울산 중구 현대중공업 영빈관 1층 아산홀에서 조선업 이중구조 개선을 위한 상생협약식에서 고용노동부 이정식 장관, 현대중공업 이상균 대표이사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지난해 2월 27일 울산 중구 현대중공업 영빈관 1층 아산홀에서 조선업 이중구조 개선을 위한 상생협약식에서 고용노동부 이정식 장관, 현대중공업 이상균 대표이사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노동부는 당시 조선업이 긴 불황기를 지나 수주 확대라는 성과를 냈음에도 현장 근로자들의 근로여견은 나아지지 않았다고 회상하면서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은 조선업의 생존과 지속 가능성을 위해 풀어야 할 과제였다고 설명했다.

조선소 생산인력은 전형적인 다단계 하도급 구조로 구성되곤 하는데, 해당 협약에는 재하도급 사용을 최소화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정부는 조선소 생산인력의 경우 크게 3개 그룹으로 나뉜다고 설명했다. 각각 ▲원청 소속 정규직 노동자 ▲원청으로부터 일감을 받는 1차 사내하청업체 소속 상용직 노동자 ▲1차 사내하청업체로부터 재하도급을 받는 물량팀 등이다.

임금체불 방지를 위한 원청의 적정 기성급(도급비) 지급과 에스크로 제도 도입 등은 성과로 꼽혔다.

에스크로는 원청이 기성금 중 하청 노동자 인건비를 별도 계좌에 예치한 뒤 특정 날짜가 되면 금융기관에서 자동으로 지급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뜻한다.

지난 2016년 한화오션이 도입을 시작해 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등도 올해 상반기 내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조선해양플랜트협회장을 겸임하고 있는 삼성중공업 최성안 대표는 “조선5사는 협력사와 성과급을 나누고 복지 확대, 근로자 목돈 마련 지원 등 협력사 경쟁력 강화를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으며 꾸준히 관심을 갖고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다만 원·하청간 보상 격차 축소나 다단계 하도급 최소화는 앞으로의 숙제라는 평가가 나온다.

노동부 이정식 장관은 “오늘 자리는 그간의 성과를 자화자찬하는 자리가 아니라 더 큰 전진을 위해 도약을 다짐하는 자리”라며 “최종적으로 상생협약을 완수할 때까지 우공이산(愚公移山)의 자세로 성과가 있는 과제는 발전시키고 부족한 부분은 계속 실천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022년 7월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의 파업이 해당 상생협약의 배경이 됐다. 사진은 같은해 8월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단식농성을 하고 있는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김형수 지회장. [사진제공=뉴시스] 
지난 2022년 7월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의 파업이 해당 상생협약의 배경이 됐다. 사진은 같은해 8월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단식농성을 하고 있는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김형수 지회장. [사진제공=뉴시스] 

전국금속노동조합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는 같은날 성명을 통해 “정부는 오직 생색내기 바쁘고, 해당 협약으로는 조선소 하청노동자의 고통을 조금도 덜어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의 비명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는데, 정부와 원·하청 사용자들이 모여 상생협약 1년을 자축하고 있다”며 “현실에 눈감고 부끄러움을 모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단체는 협약 1년간 저임금 구조는 더욱 굳건해졌으며, 다단계 하청고용 확대로 위험의 외주화 또한 심각해졌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최근 여러 조선 현장에서 재하도급률이 상승하는 것이 확인되고 있다”면서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하청 노동자가) 실 사용자인 원청과 직접 단체교섭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여전히 심각한 임금체불 문제를 지적하면서 “지난 2월 한화오션은 2억원이 넘는 임금이, 삼성중공업은 70억원대의 임금이 체불됐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단체는 “대통령이 하청노동자 노동권의 보장을 위한 노동조합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한 상황에서 정부와 상생협의체가 하청노동자의 권리를 확대하고 현실을 개선해 주리라 하는 기대는 조금도 하지 않는다”며 “교섭과 투쟁을 통해 하청노동자 스스로 고통스러운 조선소의 현실을 바꿔나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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