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신문 박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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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박세진 기자】올해 조선소에서 일하다 사망한 이들은 5명. 모두 하청업체 소속이다. 거대 조선소에서 벌어지는 연이은 사고에 애먼 노동자만 유명을 달리한다. 슬픈 현실이다.

지난 12일 오후 7시경 A사 울산조선소에선 원유 생산 설비 블록을 이동하는 작업 중이던 60대 노동자 1명이 사고를 당해 사망했다. 중대재해 없는 1000일에 도전한다고 밝힌 지 약 한 달도 되지 않은 시점이다.

지난달 12일에는 B사 거제사업장에서 그라인더 작업을 하던 협력 업체 직원 20대 노동자가 폭발사고로 사망했다. 같은 달 24일 동일한 작업장에서 잠수 작업을 하던 30대 노동자도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지만 끝내 사망했다.

C사에서도 노동자가 사망했다. 지난 1월 18일 60대 용접공이 새벽 작업을 위해 선박 내부 계단을 이용하던 중 아래로 추락해 숨졌다. 지난 2월 5일 통영 D사에선 40대 노동자가 50t 크레인에 깔려 목숨을 잃었다.

매번 반복되는 사망사고를 나열해 보니 너무나도 잦다. 그럼에도 무엇하나 달라지는 게 없다. 너무 빈번하다보니, 서서히 무뎌지는 걸까. 조선 3사가 투입하는 안전·보건 예산은 1조원에 육박한다. 그 많은 돈은 그저 종잇조각에 불과한 걸까.

돈으론 도저히 해결되지 않는 ‘죽음’이다. 그래서 법을 만들었다. 중대재해처벌법이다. 태안화력발전소 하청노동자 김용균씨 사망사고 후 만들어진 중처법은 2022년 1월 시행됐다. 이 법은 사망 사고 발생 시 원청 업체에 책임을 묻는 것을 골자로 한다. 다만, 시행 이후 아직 중처법으로 기소된 조선 3사는 없다.

이런 와중 국내 조선업계는 3년 치 일감을 확보해 둘 만큼 호황이다. 칭찬받아 마땅하고, 좋은 소식임은 틀림없다. 잔칫날 찬물을 끼얹는 듯 한 느낌이지만, 그 뒤에 가려진 노동자들의 죽음은 늘 축축하고 어둡기만 하다. ‘수주 대박’이 정녕 누군가의 목숨보다 소중할까.

그간 조선소에서 피, 땀 흘려 일하다 사망한 노동자들의 가족이 흘린 눈물은 몇 L일까. 과연 고용주들이 남겨진 자들의 슬픔에 대해 관심이나 가질까. 먼 훗날이래도, 그런 날이 올 수 있을까.

오늘도 기자의 메일함에는 ‘OO중공업 수주 잭팟’이라 자랑스러이 적힌 보도자료가 쌓여만 간다. 그것도 한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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