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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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달탐사는 언뜻 뜬구름 잡는 얘기처럼 들린다. 수천억원대의 예산이 필요하지만 성과를 위해서는 몇 년간 공을 들여야 하고, 그렇게 얻은 결과물이 당장의 자본이익으로 환원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눈에는 민생의 이용후생과는 무관한 일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 뜬구름을 잡는 일에 주요 강대국들이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미국은 냉전시대 기술적 우위를 증명하는 수준에 그쳤던 아폴로 계획을 넘어, ‘인류의 지속 가능한 달 방문’을 목적으로 하는 ‘아르테미스 계획’을 수립했다. 

현재 아르테미스 계획은 범국가 단위의 거대한 목표로 확장되고 있다. 먼저 지난 2020년 미국, 룩셈부르크, 아랍에미리트, 영국, 이탈리아, 일본, 캐나다, 호주가 협정에 서명했으며 한국도 2021년 10번째 국가로 참여했다. 지금은 33개국이 협정에 함께하고 있다.

달탐사에 수많은 국가 동참하는 이유는 추후 벌어지게 될 자원 확보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해서다. 달에는 헬륨-3, 희토류 등 가치가 높은 자원이 풍부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헬륨-3는 차세대 에너지 기술로 주목받는 핵융합에 활용될 주요 자원으로 지목된다. 전문가들은 달에 매장된 헬륨-3만으로도 전 인류가 1만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스마트폰, 배터리, 자동차 등의 핵심 부품을 만드는 소재인 희토류 역시 달에서 채굴 및 정제가 가능해진다면 환경오염과 특정국가 의존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같은 이유로 우주항공기술 확보와 주요 국가들 간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한국은 지난해 한국형발사체 누리호의 발사를 성공적으로 이끌며 1톤 이상 실용 위성을 지구 궤도에 안착시킬 수 있는 7번째 국가가 됐다. 기술적으로는 선두 그룹에 편입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미국이 아르테미스 2호에 한국의 큐브위성을 달에 보내주겠다고 제안한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미국 항공 우주국(NASA)은 아르테미스 2호에 추가 공간이 확보되자 주요 국가나 기업에 달 탐사 큐브위성 탑재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부는 예산확보가 어렵다는 이유로 NASA의 제안을 거절했다. 정확히는 국회에 추가 예산을 제안했지만 최종 예산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해명이 나왔다. NASA가 한국 정부에 요구했던 예산은 약 70억원 수준이었다. 경제규모 10위권의 나라에서 70억원을 마련하지 못해 달 탐사 주요 그룹에 편입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를 놓쳤다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이미 정부는 올해 연구개발(R&D) 예산을 전년 대비 4조6000억원 삭감된 26조5000억원 규모로 책정하며 연구자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인구절벽과 기후위기가 눈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국가 경쟁력 제고를 위해 오히려 R&D 예산 증액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NASA의 제안을 놓친 것도 과학기술의 중요성이 심각하게 다뤄지지 않는 기조의 영향은 아닌지 우려될 수밖에 없다. 실제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하 항우연) 이상률 원장도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의 우주개발 계획이 선언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아직 실체가 없다는 지적을 내놓기도 했다. 

달 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달탐사 경쟁이 당장의 생활경제나 선거에 미칠 영향은 미미하겠지만 한 세대 이후, 무엇보다 화석연료 시대가 저문 이후에는 생존의 문제로 직결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거대한 패러다임의 변화 앞에서 우리 사회의 정책적 방향 감각이 너무 내부에만 집중돼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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