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신문 정인지 기자<br>
▲ 투데이신문 정인지 기자

【투데이신문 정인지 기자】 상시 근로자 5인 이상 기업에도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이 확대 적용된 첫 영업일.

고용노동부 이정식 장관은 29일 서울 명동 소재 음식점을 찾았다. 산재가 주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진 제조업장 대신 요식업장을 택한 점이 눈길을 끈다.

앞서 이 장관이 중대재해법 확대 적용 유예를 요구한 24일자 정부 합동 브리핑 속에서 그 이유를 엿볼 수 있다.

당시 이 장관은 “상시 근로자 5명 이상인 동네 음식점이나 빵집 사장님도 중대재해법 확대 적용이 된다”며 소규모 영세사업장에도 중대재해법이 적용되면 과도한 혼란이 야기될 수 있음을 지적했다.

중소기업벤처부 오영주 장관 또한 “50인 미만 기업은 충분히 준비한 다음에 (중대재해법이) 시행돼도 된다고 본다”며 힘을 실었다.

중대재해법은 지난 2021년 1월 제정 이후 이듬해인 2022년 1월, 50인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시행됐다.

중소·영세기업에는 2년 간 적용을 유예했다. 올해 확대 적용을 앞두고 정부여당을 중심으로 2년을 더 유예하는 개정안이 지속 제기됐다.

이에 노동계는 지난 2022년 기준 중대재해 사고 사망자 644명 중 60.2%인 388명이 50인 미만 사업장 소속이었다며 개정에 반대했다.

야당은 정부가 2년 간 대기업 중심의 중대재해법 적용에서 벗어나기 위한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았다며 공식 사과하라고 가세했다. 분기별로 구체적인 계획 및 예산지원 방안을 설정하고 2년 유예 후에는 반드시 시행하겠다는 정부와 경제계의 공개 입장 표명 등 3대 조건을 내걸기도 했다. 중소·영세기업 적용을 유예해 온 2년 간 정부가 제대로 대비를 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전국 지방노동청 내 광역중대재해수사과에 소속된 수사관은 정원 100명에 예비 인력을 더한 133여명이다. 정부는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지난해 대비 수사관 정원을 고작 10여명 늘렸다. 정부가 중대재해법 대상 사업장이 2배 이상 늘어나는 확대 적용을 염두에 뒀으리라고는 생각하기 힘들다.

유예 무산에 따른 아쉬움 또한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시행 이틀 전 이 장관은 “중대재해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했지만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울며 겨자먹기식 성명을 발표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국민의힘 지도부와의 오찬 회동에서 중대재해법 시행과 관련해 국회에서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내용을 논의했다.

회동 직후 국회 브리핑에서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더불어민주당 원내 지도부도 이 문제에 대해서는 적극적 전향적으로 협상에 임해달라”고 강조하면서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와의 소통 여부를 묻는 질문에 “이번주 본회의 전에 이야기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로써 확대 적용된 중대재해법은 평일 하루를 채 보내지 못하고 위기를 맞았다. 여당은 2년 유예 입장에 한 발 물러나 25인 또는 30인 미만 사업장에 한해 1년 유예하는 카드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는 일하다 다치거나 숨지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상인의 눈살과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 아래 근로자는 마음 둘 구석이 없다.

합동브리핑에서 이 장관은 “83만7000여개의 50인 미만 기업이 안정적으로 운영되지 못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그곳에서 일하는 800만명 근로자의 고용과 일자리에 미칠 것이 자명하다”고 말했다. 하나의 정부와 두 거대정당이 안정적으로 운영되지 못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전반에 미칠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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