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부영 파격적 ‘출산장려금’에 세제지원 강구
직장인 45.5%, 육아휴직 ‘자유롭지 못하다’ 응답
육아휴직 활용 기업 지원·보편적 인식 개선해야

▲투데이신문 박고은 기자
▲투데이신문 박고은 기자

【투데이신문 박고은 기자】 지난해 4분기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여성 한명이 가임기간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 수)이 역대 최저 수준인 0.6명으로 집계됐다.

그간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인구 소멸로 사라질 국가 1호가 될 것이라는 해외 석학의 경고가 나왔다는 것은 정부의 저출산 대책이 그만큼 출산율 제고에 효과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울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기업 최초로 부영그룹이 저출산 극복을 위해 아이를 낳은 직원에게 자녀 1인당 1억원의 파격적인 출산 장려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또 정부가 향후 민간에 영구임대주택 사업 기회를 준다면 셋째까지 낳은 임직원에게 국민주택 규모의 영구임대주택도 제공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저출산에 가장 큰 걸림돌인 경제적 부담과 주택 마련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함으로 보인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3일 저출산 극복을 위해 자발적으로 노력하는 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세제 지원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출산장려금에 비과세 혹은 면세 특례가 적용되도록 세제를 개편할 경우 기업과 근로자들의 세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에 기업의 파격적 출산·양육 지원책이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저출산 대응 정책을 추진해야 하는 정부 입장에서는 기업이 대신 출산율 제고를 위해 나서고 있기에 세제 혜택 방안을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현금 대신 육아휴직으로 출산을 장려하는, 기존 정부 정책인 모성보호제도를 실행하고 있는 기업에 대한 지원 방안을 더 강구해야하지 않을까 싶다.

아직까지 대기업·중견기업 등의 규모가 큰 사기업이나 중앙행정기관 국가공무원, 공공기관 직원 등 국가기관에서만 육아휴직 사용이 쉽다는 인식이 있다. 법적으로 보장된 권리지만 규모가 작은 회사에서는 ‘그림의 떡’같은 제도다. 실제로 직장갑질119와 아름다운재단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해 9월 4일부터 1일까지 설문조사한 결과, 직장인 10명 중 4명이 출산휴가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여론조사에서는 ‘출산휴가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는 응답은 60%로 직장인 40%는 출산휴가를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출산 후 아이를 키우기 위한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응답은 55.5%로 직장인 45.5%가 육아휴직 사용이 자유롭지 못하다고 응답했다.

근로기준법과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르면 출산휴가 미부여는 2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 원 이하 벌금, 육아휴직 미부여는 500만 원 이하 벌금 처벌 사항이다.

하지만 직장갑질 119가 지난 2021년 발표한 ‘모성보호 갑질 보고서’에는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권고사직을 권유하거나 서면 해고, 승진 누락 등의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

육아휴직·출산휴가 사용 시 불리한 처우를 암시하는 경우도 있었다. 직장인 ㄱ씨는 “육아휴직을 신청하려고 하니 면담 자리에서 ‘육아휴직 쓰면 너 망하게 해준다. 사람 흥하게 해주긴 어려워도 망하게 해주기는 쉽다’ 등의 말을 하며 협박했다”고 했다.

직장인 ㄴ씨는 복직 후 갑질에 시달렸다. ㄴ씨는 “업무 과정에서 실수가 생겼고, 직속 상사는 직원들 앞에서 이게 뭐냐며 폭언을 했습니다. 급기야 제가 하던 일들을 다른 직원들에게 나눠주고 제겐 막내 사원이 하던 업무를 맡기고 실수가 잦아 일을 못 맡기겠다는 둥, 그 일이나 실수 없이 하라는 둥 무시하는 발언을 일삼고 있습니다. 참기가 너무 힘이 듭니다”라는 말을 했다.

이런 현실이 존재하는 한 임신한 부부가 꽃길만 생각할 수는 없지 않을까. 저출산 극복을 위해 기업들이 ‘출산 지원’ 활성화할 수 있게끔 세제 지원을 하는 것과 함께 출산·육아휴직 활용 기업들에 대한 지원을 더욱 강구해 보편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끔 사회 제도와 인식을 우선적으로 개선해 나가야 한다.

기존 정부 정책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운영되고 있는지, 맞벌이 부부가 마음 편하게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져 있는지부터 신속하게 챙겨야 인구소멸 국가에서 벗어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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