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처 등 ‘공무원 업무집중 여건 조성 방안’ 발표
민원공무원 업무수당 추가 지급…4월 중 대책 제시
‘13년 소요’ 지방직 9→4급 승진 8년으로 단축 추진
불가피한 초과근무 상한 월 57시간→100시간 확대
육아시간·돌봄 휴가도 대폭 강화…교육 기회 제공

인사혁신처 김승호 처장이 2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공무원 업무집중 여건 조성방안 합동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인사혁신처 김승호 처장이 2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공무원 업무집중 여건 조성방안 합동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최근 낮은 연차 공무원의 공직 이탈률이 급증하고 민원인 폭행·폭언 등으로 일선 공무원의 직무환경이 크게 위협받자, 정부가 승진 소요 기간을 줄이고 초과근무 상한을 높이는 등 처우 개선에 나선다.

행정안전부와 인사혁신처(이하 인사처)는 2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합동브리핑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의 ‘공무원 업무집중 여건 조성방안’을 발표했다.

인사처 등에 따르면 공직 이탈 현상은 최근 5년간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019년 6663명이던 5년 미만 조기퇴직자는 △2020년 9258명 △2021년 1만693명 △2022년 1만3321명으로 급격하게 급증했다.

특히 실무직 공무원이나 입직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입공무원들이 다른 경로를 선택하는 경우가 증가한 데 이어 최근에는 악성 민원으로 인해 담당 공무원이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빈번히 발생하는 실정이다.

이에 정부는 공무원들이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마련했다. 낮은 보수, 민원인 폭행·폭언 등에 따른 피로 누적 등으로 인해 맡은 업무에 집중하기 어려운 근무 여건을 개선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방안에 따르면 우선 정부는 민생현장 최일선에 있는 6급 이하 실무직 국가공무원 2000여명의 직급을 상향 조정한다. 업무 특성과 내용에 따라 9급 공무원 보직을 8급으로, 8급을 7급으로 상향하는 등 조정을 통해 업무에 맞는 적정한 직급을 부여한다. 더불어 많은 공무원에게 승진 기회를 부여하기 위해 7급에서 6급으로의 근속승진도 확대한다.

재난·안전 분야에 2년 이상 계속 근무한 공무원은 승진임용 배수범위 적용을 면제하고 근속승진기간도 1년을 단축해 심사요건을 완화하고, 6급 이하 실무직 공무원에 대한 대우공무원 선발기간을 현행 5년에서 4년으로 단축해 장기 근무자의 처우를 개선한다.

아울러 기존 9급 공무원이 4급으로 승진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 근무기간은 13년이지만, 앞으로는 총 5년이 단축돼 우수한 공무원이 더 빨리 승진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근무 여건에 대한 개선도 이뤄진다. 어린 자녀를 양육하는 공무원이 보다 원활하게 육아와 업무를 병행할 수 있도록 육아시간을 늘린다. 기존 5세 이하 자녀 양육 공무원에게 24개월 동안 1일 2시간씩 주던 육아시간을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 자녀 양육 공무원에게 1일 2시간씩 36개월 동안 부여하도록 한다.

이외에도 가족돌봄 휴가 확대, 재직기간 4년 미만 저연차 공무원 연가 확대, 저축연가 소멸시효 폐지 등이 추진된다.

서울시 소재 모 구청 종합민원실에서 공무원들이 근무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서울시 소재 모 구청 종합민원실에서 공무원들이 근무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지속 가능한 성장 기회도 제공된다. 국가공무원의 경우 고졸 인재에게 야간대학의 전공학과 개설을 새롭게 추진하고, 진학 시 전공분야를 폭넓게 인정한다. 지방공무원은 공직 내 ‘선취업 후진학’을 지원하는 ‘공무원 학사과정 야간 위탁전형’과 공무원 직무경력을 대학(원)의 학점으로 인정해 주는 ‘직무경력 학점인정제’를 도입한다.

공무원에 대한 보호도 강화될 전망이다. 직장 내 안전관리를 위해 기관별 업무상 재해요인을 점검·진단하고, 중앙부처·지자체·교육청 등이 참여하는 범정부 건강안전 협의회를 구성해 본격 가동한다.

마음건강 보호 대책으로는 온라인 마음건강 자가진단을 제공하고, 공무원 마음건강 센터(전국 9개소) 상담 결과 병원 진료가 필요한 경우, 진료비를 지원하는 등 심리재해 위험군에 대한 지원도 강화하겠다는 안이 제시됐다.

이와 함께 국가에 헌신한 공무원 보호를 위해 위험직무순직 일반직 공무원도 경찰·소방과 마찬가지로 보훈부 심의 절차를 생략하고 국가유공자로 등록 가능하도록 한다. 

최근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민원 공무원에 대한 우대도 확대된다. 민원업무의 특수성을 고려해 특이민원을 담당하는 공무원에게 민원업무수당 3만원을 추가 지급하고 승진 시 가점을 부여하도록 적극 권고한다. 앞으로 정부는 17개 기관이 협업하는 관계기관 TF를 가동해 그간의 제도를 원점에서 재검토한 뒤 다음 달 안에 종합대책을 내놓겠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국가공무원이 국가 행사 지원 등 불가피한 사유로 주말이나 공휴일 근무를 했을 때 초과근무 상한 시간을 현행 일 4시간·월 57시간에서 일 8시간·월 100시간까지로 늘릴 예정이다.

지방직 근무 환경을 반영한 지자체 경비도 현실화된다. 지난 2016년 이후 동결 중이던 지방공무원의 급량비를 8000원에서 9000원으로 인상하고, 기존에는 자치단체별로 통상 초과근무수당을 통해 보전하는 등 일관된 기준이 없었으나, 앞으로는 공통된 경비 기준을 통해 반일(4시간) 6만원, 4시간으로 정하고 초과 시에는 1일 상한액(12만원) 범위 내에서 근무시간에 비례하게 지급한다.

김승호 인사혁신처장은 “헌신하는 공무원에 대한 국가 보호를 강화하고, 마음껏 역량을 펼칠 수 있는 근무 여건을 만들어 모든 공무원이 업무에 집중하며 국민 중심으로 행동하는 공직사회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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