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보수·과도한 업무 스트레스 등이 사유로 꼽혀
“공무 부실화 초래할 수도…현장 의견 반영해야”
현장서도 합당한 임금·공무원보호제도 실질화 촉구

광주 소재 한 구청 종합민원실에서 민원인들이 민원발급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광주 소재 한 구청 종합민원실에서 민원인들이 민원발급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최근 젊은 공무원들의 퇴직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노동력 대비 부족한 보수는 물론 경직된 조직문화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11일 국회입법조사처 ‘신규임용 공무원의 퇴직 증가 문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공무원 임용 기간이 5년이 되지 않은 퇴직자는 1만3566명으로 지난 2019년(6500명)과 비교해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임용 기간 10년 이내 퇴직자도 지난 2019년 7817명에서 지난해 1만7179명으로 늘었다.

전체 퇴직자 가운데 임용 기간 5년 이내인 공무원이 차지하는 비율도 지난 2019년 17.1%에서 지난해 23.7%로 5년 사이 6.6%p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공무원 시험에 대한 인기도 시들해지면서 시험 경쟁률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가공무원 9급 공채 경쟁률의 경우 지난 2016년 53.8대 1에서 지난해 22.8대 1까지 하락한 데 이어 결국 올해 4749명 선발에 10만3500여명이 원서를 내 경쟁률은 21.8대 1로 32년 만에 최저치를 보였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이는 단기적으로 인력 부족에 따른 업무 공백과 기존 직원의 업무 과부하를, 장기적으로는 공공조직의 대외적 위상 하락과 함께 우수인재 확보 곤란으로 인한 공무의 부실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안정적이라는 이유로 일명 ‘철밥통’이라 불리거나 시험 경쟁률이 100대 1이 넘는 등 열풍이 불었을 당시와는 크게 변한 모습이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보고서는 △낮은 보수와 연금 불안 △경직된 공직문화와 괴리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 등이 원인이라고 판단했다. 

한국행정연구원이 지난 2022년 진행한 공직생활실태조사에 따르면 5년 차 미만 공무원들이 이직을 희망하는 이유 1순위로 낮은 보수(74.1%)가 선정됐다. 실제로 지난해 기준 9급 공무원 1호봉의 월급은 본봉(기본급) 기준으로 177만800원, 7급 공무원 1호봉은 196만2300원으로, 공무원 보수체계가 기본급에 각종 수당이 포함되는 구조임을 고려해도 낮은 호봉의 젊은 공무원들의 실수령액은 최저임금(201만580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한 공무원들의 보수가 여전히 민간기업에 비해 낮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인사혁신처가 매년 실시하는 ‘민·관 보수수준 실태조사’에서는 민간 대비 공무원 임금은 지난 2004년 95.9%로 정점을 찍은 후 해마다 하락하다가 지난 2020년 90.5%까지 회복한 후 다시 하락하면서 지난 2021년 87.5%, 2022년 83.1%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여기에 공무원 입직의 가장 큰 장점 중의 하나였던 공무원연금 체계가 수시로 개편되면서 기여금 부담률은 상승하고 연금지급액은 하락함에 따라 안정된 노후를 보장받을 수 없다는 불안감도 커지고 있는 상태다.

전국공무원노조 등 전국국가직공무원단체 연석회의 침여자들이 지난달 19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80만 국가직 공무원 요구 무시하는 윤석열 정부 규탄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전국공무원노조 등 전국국가직공무원단체 연석회의 침여자들이 지난달 19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80만 국가직 공무원 요구 무시하는 윤석열 정부 규탄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MZ세대 특성과 반대되는 경직된 공직문화도 주요 퇴직 이유다.

최근에 입직하는 신규임용 공무원들은 일명 ‘MZ세대’가 주축을 이루는데, 이에 대해 국회입법조사처는 자기중심적 성향이 강하고, 여가와 재미, ‘워라밸’에 관심이 많으며, 조직 차원에서 자신들의 목소리가 조직 내부에서 수용되길 바라는 성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공공조직은 조직 내 규정과 절차를 중요하게 여기며 일관성과 안정성, 팀워크나 조직의 일체감 향상을 추구하는 경향이 커 MZ세대가 자신이 몸담은 조직이 연공서열에 따른 상명하복, 수직적·위계적인 조직문화가 개인의 자율성과 창의를 막는다고 인식한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과도한 업무스트레스에 대한 분석도 이어졌다. 국회입법조사처는 과거 관주도의 일방주의적 행정과는 달리 국민들의 행정서비스 요구가 분출하면서 행정업무가 급증함에 따라 민원 등을 담당하는 공무원들의 업무 스트레스도 높아지고 있다고 봤다.

특히 신규임용 공무원의 주축을 이루는 MZ세대가 인지하는 직무 스트레스와 이직의도에 대한 영향력이 모두 기성세대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현장에서 신규임용 공무원은 민원 스트레스가 얼마나 심한지 예측하지 못하기 때문에 민원 응대 과정에서 받는 고통이 매우 크며, 심지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보고서는 “보수 현실화와 연금개혁 과정에 젊은 공무원들의 의견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며 “공직사회에서 MZ세대의 비중이 높아짐에 따라 이들의 특성에 맞는 유연한 조직문화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어 “신규임용 공무원들의 퇴직 증가는 단순한 노동 인력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전반적인 운영과 관계돼 있는 중요한 문제라는 인식을 가지고 인사 부처만이 아니라 범정부 차원에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일선 현장에서도 같은 목소리가 나온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박중배 대변인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공무원 체계상 근무기간이 10년이 지나야 연금이 나오는데도 퇴직률은 줄지 않고 계속 늘고 있다”며 “낮은 연금, 악성민원, 노동강도 등에 대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2030 세대 청년층이 많이 유입되는 상황에서 그들의 눈높이를 맞춰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지급해 불합리한 부분을 해소해야 한다”며 “또 악성민원을 대응할 수 있도록 청원경찰이나 안전요원을 모두 배치하고 발생 시 자치단체장의 책임을 묻는 등 공무원보호제도 실질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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