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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강지혜 기자 김민수 인턴기자】 유사수신행위로 3000여명의 투자자들로부터 600억원 상당을 가로챈 이른바 ‘백테크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오른 지 1년 가까이 됐다. 하지만 계속해서 피해자들이 나타나고 있어 피해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백테크 사건 주범들은 사기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자신들의 죄를 인정하기는커녕 투자자들에게 모든 잘못을 떠넘기고 있어 공분을 사고 있다.

배운게 도둑질이라더니 백테크 출신 직원 중 일부는 백테크와 비슷한 투자 회사, 자문 회사 등를 차려 유사수신행위를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투자자들이 방심하는 순간 제2, 제3의 백테크 사건은 언제든 터질 수 있는 것이다.

<투데이신문>은 실제 백테크 출신 팀장이 운영하는 투자자문회사의 운영방식과 투자상품을 통해 어떻게 투자자들을 유혹하고 있는지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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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묘하게 진화된 수법
“눈뜨고 코 베인다”

백테크 팀장 출신인 A씨가 속해있는 B사는 금융투자 상품을 소개하는 컨설팅 회사로 총 3명이 지난해부터 운영하고 있다. 이를 미뤄볼 때 A씨는 백테크 사건이 터지자마자 B사로 옮긴 것으로 보인다.

백피모 회원 중 일부는 A씨가 백테크에서 일할 당시 유사수신행위로 투자금을 모았다며 소송을 준비 중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금액은 1억원이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B사 직원 중에는 1조원대 사기극을 벌인 IDS홀딩스 출신 직원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백테크는 원금보장과 고수익을 미끼로 인터넷 카페를 통해 홍보하고 투자자들을 유인했다면 A씨는 저위험, 중수익(은행금리+α)을 내세우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원금보장과 고수익을 확정하면 유사수신행위로 처벌을 받는다는 점을 알고 저위험, 중수익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백테크는 카페에 가입하는 회원들에게는 전자서적(e북)을 제공하고 자연스럽게 만남을 유도해 투자를 제안했다. A씨 역시 e북을 회원들에게 제공하고 1:1 상담 등을 통해 투자자문을 하고 있었다.

A씨가 운영하는 카페에는 “높지는 않지만 만족하는 정도의 수익률을 경험하고 있다”, “조금씩 투자를 배우고 실천한 결과 ‘월세형 소득’을 만들 수 있었다”며 투자에 성공한 이들의 후기가 공개돼 있다.

   
▲ 백테크 팀장 출신 A씨가 운영하고 있는 인터넷 카페 ⓒ투데이신문
   
▲ A씨가 투자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는 상품정보 ⓒ투데이신문

실제 A씨가 투자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는 상품정보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A씨는 보고서를 통해, D에셋의 경우 가맹점 즉시결제서비스로 월 평균 수익률 6.3%, 연 평균 수익률 75%에 달하는 탄탄한 기업이라고 소개했다. 적립투자(1000만원~5000만원)로 1년에 8.7%, 2년에 10.3%의 수익을 올릴 수 있으며 일시투자(1000만원~1억원)로 1년에 11%, 2년에 13%라고 적시했다.

K대부의 경우 영국의 유명 전자화폐결제 서비스 회사 N사와 환전수수료 사업파트너를 맺었다고 소개했다. 고객이 부담하는 카드수수료 및 중계수수료 5%를 K대부에서 영업이익으로 전환해 거래금액의 약 3~4%의 영업이익이 발생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6개월에서 12개월까지 500만원 이상 투자가 가능하며 월 0.7~1%의 수익이 발생한다고 했다.

H캐피탈은 채권담보대출을 업으로 하고 있으며 평균수익율이 6%에 달하는 회사라고 소개하고 있다. 기관투자자의 경우 가입금액은 1억원 이상, 가입기간은 6~12개월, 개인투자자의 경우 500만원 이상, 가입기간 12개월이다. 기관투자자와 개인투자자 모두 이자지급방식은 만기 일시 상환식이며 계약 이후 일정기간 해지가 불가능하며 예금자보호법도 적용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밖에 유명미술품 경매회사 소더비, 아시안 아트, 스타갤러리 등과 관련된 경매 상품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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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있지도 않은 회사에 투자하라?

그러나 본지 확인결과 A씨가 소개하고 있는 상품 정보는 모두 허위인 것으로 드러났다.

먼저 D에셋은 현재 D그룹으로 이름을 바꾼 상태다. 다시 말해 현재 존재하지 않는 회사다. 특히 A씨는 투자 설명시 D에셋에 투자하게 되면 계열사엔 D캐피탈에 투자금이 들어간다고 했지만 D그룹에는 D캐피탈이라는 계열사는 없다. 실체가 없는 회사를 소개하고 투자금을 넣으라고 한 것이다.

K대부는 N사와 계약을 체결한 적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K대부 측은 허위사실 유포라며 강력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H캐피탈의 경우 이와 같은 회사명은 미국법인이 쓰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컨설팅을 하는 회사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사측은 회사를 사칭해 불법영업을 하고 있다며 법적 책임을 물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A씨는 투자자문업을 영위하면서 투자자들에게 허위 정보를 제공하고 있어 심각한 피해가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A씨는 “D에셋 등 소개한 회사들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알지 못한다”며 “누군가를 통해 정보를 제공받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는 투자 정보만 제공할 뿐이다. (허위인지 아닌지 여부는) 투자자가 판단한 후에 투자하면 된다”며 책임을 회피했다.

백테크 사건에 대해 묻자 그는 돌연 입장을 바꿔 “여러 가지로 힘들다”면서 “(B회사와 관련된 일은)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사기로 보인다”며 “이처럼 허위 사실로 투자상품을 소개하는 경우가 있으니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백피모 회원은 “A씨는 백테크에서 보고 배운 것을 그대로 똑같이 하고 있다”며 “반성을 하기보다는 괜찮은 돈벌이 수단을 배웠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잘못을 저지른 것에 비해 양형기준이 가볍기 때문이다”며 “이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법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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