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출처=백테크 회사소개서

【투데이신문 강지혜 기자 김민수 인턴기자】“‘백투더퓨처’를 보셨나요. 그 영화를 보면 미래의 기사를 오늘 가져와서 일어나는 소동입니다. 마찬가지로 미래의 신문기사를 오늘 받아볼 수 있는 것, 로또로 비유하면 로또 번호를 당첨 전에 말씀드리는 것, 시험을 치르러 갔다가 시험의 답안지를 가지고 시험에 붙는 것입니다. 백테크는 잘 짜여진 시나리오와 구조가 있어서 안전합니다. 실제로 분산투자 하셔서 손실 본 분은 단 1명도 없습니다. 백테크 코치들의 10년 치 노하우, 상담신청으로 가져갈 수 있습니다”

‘백테크’(백만장자의재테크)라는 투자회사가 고객들을 끌어 모으기 위해 촬영한 동영상 중 일부 내용이다. 요즘과 같은 저금리 시대에 이 같은 확실한 투자 방법이 있다고 한다면 누구든지 솔깃할 만하다.

백테크는 인터넷카페와 법인을 통해 그동안 부자들만이 할 수 있었던 사모투자를 일반인들도 할 수 있게 됐다면서 원금보장과 단기 고수익을 보증하며 투자자를 대거 모집했다. 백테크 운영진들은 케이블방송에도 출연하며 투자자들에게 신뢰감을 심어주기도 했다.

투자금을 모집하기 위해서는 금융투자업의 인가가 필요하지만 백테크는 이 같은 절차를 거치지 않고, 지난해 5월부터 올초까지 3000여명의 투자자로부터 600억원 상당을 받아 챙겼다.

가해자들은 사기 및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현재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고 법정구속된 상태다. 그러나 피해자들은 투자금을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한 채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투데이신문>은 유사수신의 덫에, 악마의 유혹에 빠져 피눈물을 흘리게 된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백테크 사건’을 추적해봤다.

   
▲ ⓒ게티이미지뱅크

‘투자금 불법모금’ VIK 출신 직원들, 새 투자회사 차려

백테크 사건은 밸류인베스트코리아(이하 VIK)에서부터 시작된다.

투자회사인 VIK 이철(51) 대표는 금융위원회로부터 인가를 받지 않고 지난 2011년 9월부터 2015년 9월까지 약 4년 동안 3만 명의 개인투자자들로부터 투자금 약 7000억원을 끌어 모은 혐의로 검찰에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조사결과 VIK는 투자금 중 1580억원을 투자자들에게서 원금과 확정 수익 지급을 약속하며 끌어들였다. 그러나 VIK는 기존 투자자들에게 신규 투자자들로부터 받은 투자금을 수익금이라고 속여 지급하는 등 돌려막기 수법으로 영업했다.

이처럼 정부의 인가도 받지 않고 수천억원 상당의 불법 투자금을 끌어모아 유사수신행위를 한 혐의를 받고 있는 VIK에서 근무하던 팽모(37)씨는 동료들과 함께 VIK의 영업방식을 그대로 끌어와 백테크를 설립, 운영했다.

팽씨는 당초 VIK에서 미래전략실 차장으로 근무하며 부동산개발사업 등 투자처 발굴 및 심사 업무를 맡았다. 그러던 중 2015년 4월, 팽씨는 영업팀장으로 일하던 이모(31·여)씨와 김모(30)씨, 권모(29)씨 등에게 ‘개인투자자로부터 투자금을 모집해 좀 더 단기에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사모펀드 방식으로 회사를 운영해보자’고 제안했다. 이들은 팽씨의 제안을 수락했고 VIK와 유사한 운영방식으로 개인투자자들을 모집하기로 했다.

팽씨는 이미 그해 2월 17일 설립한 더일류에 이어 더마니(2015년 6월 10일), 글로벌인베스트컴퍼니(2015년 6월 24일), 백테크(2015년 7월 6일)를 순차적으로 설립했다. 백테크는 투자상담 및 투자금 모집영업을 하기 위해서, 더일류, 더마니, 글로벌인베스트컴퍼니 등은 백테크의 투자금을 받기 위해 설립했다.

이들은 아파트 건설, 거창 석산개발사업, 광진구 테크노마트 인수 사업, 저축은행 인수, 금산 염전 개발 사업 등 40여개의 투자 상품을 개발했다.

또한 백테크를 서울 본사, 청주지점, 울산지점, 부산지점, 광주지점, 대구지점, 제주지점으로 나눠 운영하면서 약 300명의 영업팀장을 모집했다.

백테크는 지난해 5월 13일부터 올해 1월 25일까지 단기간 내에 투자금 전액을 반환하고 고수익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투자금을 유치했다. 이 과정에서 팽씨 등은 VIK에서 일할 당시 관리하던 고객들까지 끌어들였다.

   
▲ 사진출처=백테크 회사소개서

보유한 자금 없이 투자금으로 ‘돌려막기 영업’

백테크는 회사소개서를 통해 “최고의 경험과 노하우를 갖춘 투자 전문가 그룹”, “다양한 분야에서 쌓아온 백테크의 전문 경력이 곧 투자의 경쟁력이 된다”고 홍보했다.

그러나 백테크는 투자종목을 기획하고 분석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을 갖추고 있지 않았다. 투자에 대한 면밀한 분석 대신 몇 사람이 개인적으로 취득한 정보를 이용했다. 또 지인을 통해서 알게 된 신기술을 개발한 중소기업이나 부동산 개발사업 등의 투자종목을 내세워 투자자들로부터 투자금을 모집했다.

그러다 보니 투자대상 기업이나 부동산 개발사업 등이 재무적으로 매우 취약했으며 사업 초기 단계이거나 사업성과가 거의 없었다. 특히 모험적 경영이라는 벤처 사업의 특성과 부동산 시장의 상황 등으로 인해 사업 성공 여부가 불투명했다.

특히 이들은 기존에 보유한 자금도 없이 투자자들로부터 모집한 투자금만을 운용해 투자자들의 약속대로 원금과 수익을 지급해야 했고 동시에 직원 급여, 영업팀장 수수료, 기타 회사 경비 등 비용을 충당해야만 했다. 때문에 투자자들에게 약정한 수개월이라는 단기 투자기간 내에 원금 및 수익금 지급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이들은 영업조직을 통해 투자자들에게 신기술 개발사업, 부동산 개발사업 등의 투자종목을 홍보하면서 투자 대상 기업이 해당분야에서 신기술이나 노하우를 보유한 유망기업이고 가까운 시일 내에 사업이 성공해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투자자들을 유혹했다.

이들은 투자자들로부터 투자금을 모집하고 모집한 투자금을 투자대상 기업이나 사업에 투입해 그 이후 그 기업이나 사업에서 발생한 수익금을 회수해 투자자들에 원금과 수익금을 반환하지 않고 후속 투자종목을 내세워 계속 신규로 투자금을 모집해 새로 모집한 투자금으로 기존 투자자들에게 약정한 대로 원금과 수익금을 지급하는 이른바 ‘돌려막기 방식’을 썼다.

이들 일당은 이 같은 수법으로 총 3321명의 투자자들로부터 559억1130만원 상당을 챙겼다. 투자자들은 많게는 8억원까지 백테크에 투자했다.

   
▲ 백테크 투자상품ⓒ투데이신문

무려 3000명이 넘는 투자자들이 백테크에 투자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원금보장약정’ 때문이다.

피해자들은 경찰에서 “전화를 통해 원금보호약정을 듣고 투자금을 입금했다. 회사지분을 설정해 원금 손실 우려가 없다는 말을 들었다”, “무조건 투자원금은 손실이 안 나고 보험에 다 가입돼 있다는 말을 들었다”, “만약 손실이 나더라도 다른 사업 수익에서 손실을 메꿔주니까 100% 안전하다는 얘기를 듣고 투자했다”고 진술했다.

백테크 측은 원금보장약정이 없으면 투자자들이 투자를 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고 영업팀장들로 하여금 투자자들에게 원금이 보장되는 것으로 오인하도록 설명하면서 손해발생 가능성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설명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백테크는 초기 투자자들에게는 투자금 일부를 수익금으로 돌려줘 마치 사업이 잘 진행되는 것처럼 속였다.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 지난해 11월 23일 백테크에서 일하던 직원이 “백테크는 유사수신이다. 돌려막기를 하고 있다”고 폭로하면서 투자자들이 의심을 품기 시작했다.

이후 투자자들은 투자금을 돌려달라고 요구했지만 백테크 측은 기다리라고만 하고 돈을 돌려주지 않았다. 결국 투자자들이 지난 1월 중순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하면서 사건이 수면위로 떠올랐다.

   
▲ 백테크 카페. 사진제공=백피모

인터넷 카페에 허위사실 담긴 e북 제공 후 투자 제안

피해자들 대부분은 포털 검색창에서 ‘재테크’를 검색하던 중 가장 상위에 노출된 백테크 카페를 보고 백테크를 알게 됐다고 한다.

팽씨 등은 투자자 모집을 위해 2015년 5월경부터 ‘백만장자 재테크’라는 네이버 카페를 운영했고 카페글을 통해 “일반적인 사모펀드가 고액의 투자금을 투자해야 참여할 수 있지만 백테크는 최소 100만원 단위부터 소액 투자를 할 수 있는 특별한 사모펀드를 개발했다”며 “일반인들은 접근할 수 없는 고급 정보를 다양한 루트를 통해 접하고 있어 고수익이 날 수밖에 없다”며 투자자들을 끌어 모았다.

또한 “투자시 더일류와 익명조합계약 투자자들을 모집해 특정 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익명조합을 구성하고 그 조합에 대한 투자금을 더일류 등 회사의 운용에 맡기는 형식의 계약을 체결하는 방법으로 이익을 분배받을 수 있어 안정적이다”고 홍보했다.

아울러 투자종목과 투자기간, 수익률을 게시해 백테크가 진행한 투자종목은 거의 손실 없이 투자성과를 거둔 것처럼 허위 내용을 작성해 게재했다.

이들은 카페를 통해 유입된 투자자들에게 투자에 앞서 읽어보라며 전자서적(e북)을 배포했다. e북에 ‘그동안 수익실현이 된 곳은 20여곳이다. 이 중 19개 기업은 수익이 났으며 –10%~+220% 정도의 수익을 실현했다. 합산 수익률은 평균 35%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백테크가 투자금을 유치한 40여개 투자종목 중 실제로 투자금이 투입된 것은 20여개에 불과했고 최종적으로 사업이 완료된 것은 단 한 건도 존재하지 않았다. 결국 수익이 발생한 투자종목은 전혀 없었다.

또한 ‘30여명의 전문 투자심사부가 1년~1년 6개월 가량 방문심사를 통해 투자처를 발굴하고 있다’고 했지만 실제 백테크에는 이 같은 규모의 전문 투자심사부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가 하면 ‘제도권 금융에 등록돼 있다’고 했지만 백테크는 아무런 인가를 받지 않고 투자금을 유치했다.

   
▲ 11월 11일 열린 백테크 사건 진실규명 및 피해회복 촉구 기자회견 ⓒ투데이신문

영업 팀장 평균 자산 ‘20억’? 방송까지 동원해 사기극

투자자들은 백테크가 방송을 통해 신뢰감을 심어줘 속수무책으로 사기를 당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때문에 방송 접근성이 높은 2, 30대들이 주로 피해를 입었다.

백테크는 지난해 케이블 방송채널 RTN에 자체 제작한 ‘7인의 뇌색남’, ‘백만장자 머니쇼’ 등의 프로그램을 방송했다.

당시 ‘7인의 뇌색남’에 출연한 백테크 영업팀장 7명은 자신들을 IQ 140 이상, 평균 자산 20억 이상을 소유한 자산가로 소개했다.

당시 언론보도를 통해 영업팀장들은 “50억원짜리 요트를 가지고 있고 벤틀리를 탄다”, “자격증을 20여개 이상 가지고 있다”, “경호원 출신에 군 장교 출신”, “과학고를 나온 수재”라고 자신들을 젊은 부자로 포장했다. 하지만 이들은 그와 같은 거액의 자산도 경력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방송에 출연했던 영업팀장들은 “방송작가와 팽씨가 시켜서 했다. 예능프로그램이기 때문에 그렇게 속여도 되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또한 백테크는 회사소개서를 통해서 2002년 방송사업부를 설립했고, 2015년 8월부터 케이블 RTN 방송채널을 운영하고 있다고 소개했지만 이 역시 모두 허위로 드러났다.

   
▲ ⓒ게티이미지뱅크

백테크 관련자 줄줄이 징역형…투자금 대부분 반환되지 않아

피해자들은 협의단체인 ‘백테크 피해자 모임(이하 백피모)’을 만들고 백테크와 백테크 관계자들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 중이다. 현재 1심 재판이 끝난 상태다.

1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유남근 부장판사)는 지난 10월 28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류위반(사기) 및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위반,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팽씨에 대해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백테크 영업팀장인 김씨는 징역 5년, 권씨는 징역 4년, 이씨는 징역 3년의 선고가 내려졌다. 이들 외에 백테크 직원 9명에 대해서는 벌금형과 집행유예 등을 선고됐다. 

백테크에 대해서는 벌금 5000만원, 페이퍼컴퍼니인 글로벌인베스트컴퍼니는 벌금 2500만원, 더마니는 벌금 2000만원, 더일류는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금융위원회로부터 금융투자업 인가를 받지 않으면 금융투자업을 영위할 수 없지만 팽씨 일당은 신기술 개발사업 투자, 부동산 개발사업 투자 등의 명목으로 투자자들로부터 투자금을 모집하는 등 금융투자업을 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금융투자업 인가를 받기 위해서는 투자자 보호를 위한 최저 자기자본 요건 등을 갖줘야 하지만 이들은 요건을 갖추기 어렵자 금융위원회로부터 인가를 받지 않고 투자금을 끌어 모으는 등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다”고 판시했다.

또한 “백테크는 인·허가를 받지 않거나 등록 및 신고 등을 하지 않은 채 불특정 다수로부터 자금을 조달하고 장래에 원금의 전액 또는 이를 초과하는 금액을 지급할 것을 약정하는 등 유사수신행위를 업으로 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의 범행은 불특정 다수의 피해자를 대상으로 반복적으로 이뤄져 그 전체 범행의 규모가 크고 대부분의 투자금이 피해자들에게 반환되지 않아 다수의 피해자들이 피고인들에 대한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면서 “피고인들은 일반 대중에게 금융투자에 대한 불신을 야기함으로써 사회 전반 및 금융질서에 큰 해악을 끼쳤다”고 판단했다.

백피모 관계자는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한 채 고통 속에 살고 있는데 가해자들은 저지른 죄에 비해 너무 가벼운 처벌을 받았다”며 “철저한 재수사와 엄중한 처벌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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