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코끝을 간질이는 꽃내음이 가득한 봄이 지나고 나뭇가지 끝에 새파란 이파리가 우거지는 여름이 한 발자국 성큼 다가왔다. 기자는 지난 봄을 ‘내겐 너무 완벽한 그대에게’ 주인공들과 함께 보냈다. 장애라는 ‘다름’을 가지고 남들과 ‘같은’ 삶을 살아가는 우리 주위의 조금 특별한 이웃들의 사랑 얘기를 들으며 보낸 계절은 여느 때보다도 참 따뜻했다.

▲ 채영찬씨 ⓒ투데이신문

가장 먼저 만난 건 20대의 끝자락을 달리고 있는 시각장애인 채영찬(27)씨다. 영찬씨는 선천성 시각장애인이다. 그는 평생을 앞을 보지 못하고 살아왔지만 그 삶이 남들과 다르거나 유별나지는 않았다고 했다. 그의 평범한 20년 인생사에는 물론 사랑도 있었다. 그 역시 첫사랑에 설레기도 하고 가슴 아리는 이별에 눈물짓기도 했다. 영찬씨와 기자는 비슷한 또래였기 때문인지 공감되는 부분이 참 많았다. 그와 서로의 연애사에 대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주고받았던 기억이 난다.

▲ 장신화·이종국 부부 ⓒ투데이신문

두 번째로는 장신화(40)·이종국(35) 부부를 만나기 위해 경기도 포천으로 향했다. 아내 신화씨는 비장애인이지만 남편 종국씨는 뇌병변 1급 장애인이다. 두 사람은 2009년 모 공동생활 가정에서 인연을 맺었다. 친한 누나 동생 사이에서 연인으로 발전한 두 사람은 연애 6개월 만에 주위의 축복 속에서 백년가약을 맺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부부를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편견과 시선보다는 오롯이 서로에게만 충실하고 싶다는 부부는 현재 그 누구보다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제는 조금 더 욕심을 부려 부부를 꼭 닮은 아이를 갖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한다.

▲ 김규정·홍윤주 부부 ⓒ투데이신문

세 번째로는 전라북도 전주에 살고 있는 사슴 같은 큰 눈망울이 예쁜 홍윤주(35)씨와 웃는 인상이 선한 김규정(39)씨 부부다. 규정씨는 선천적으로 뇌병변을 갖고 태어났다. 윤주씨는 어린 시절 고열을 앓고 그 후유증으로 지체장애가 생겼다. 두 사람은 한 장애인 체육대회에서 처음 만났다. 꽤 오랜 시간 서로 가깝고도 먼 지인 사이로 지내다 규정씨의 적극적인 구애로 만남을 시작했다. 그리고 연애 200일 만에 평생 서로의 동반자가 돼주기로 약속했다. 신혼 초에는 당장 함께 살 방 한 칸조차 마땅치 않아 모텔을 전전하기도 했다. 힘든 시간이었지만 부부는 서로를 믿고 의지하며 모진 시간들을 견뎌냈다. 그들의 눈물겨운 사랑에 하늘도 감동했을까. 부부는 서로를 반반씩 꼭 빼닮은 두 아들을 품에 안았다. 규정씨 가족은 비록 형편은 넉넉하지 않지만 자신들보다 더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베풀며 마음만은 풍요롭게 살아가고 있다.

▲ 황영택씨 가족 ⓒ투데이신문

마지막 주인공은 천운의 사나이 황영택(51)씨다. 영택씨는 20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신체 건강한 대한민국 청년이었다. 모 대기업 건설현장에서 현장직으로 근무하던 영택씨는 그곳에서 지금의 아내인 금주(48)씨를 만나 결혼을 약속했다. 그런데 가랑비가 내리던 어느 날, 여느 때와 다름없이 현장에서 일을 하던 영택씨는 예기치 않은 사고로 두 다리를 잃었다. 이 사고로 영택씨는 하반신 마비가 됐다. 하루아침에 갑작스럽게 바뀐 삶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방황을 하던 영택씨는 수차례 삶을 포기하려고도 했었다. 그때마다 아내 금주씨가 그의 옆을 묵묵히 지켰다. 인생의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던 두 사람에게 기적이 찾아왔다. 바로 아들 일용(24)씨다. 불과 사고가 있기 일주일 전 아내 금주씨가 임신을 한 것이다. 기적과 같은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일용씨가 태어난 후 영택씨는 더 이상 주저앉아있을수만은 없었다. 누구보다 자랑스러운 아빠가 되기 위해 노력의 끈을 놓지 않았고 영택씨는 장애인 국가대표 테니스 선수로서, 성악가로서의 성공적인 제2의 인생을 이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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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너무 완벽한 그대에게’를 통해 기자가 만난 주인공들은 장애 때문에 조금은 부족하고 불편한 삶을 살아가지만 자신이 사랑하는 이들에게만큼은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존재였다. 물론 그 모든 것은 상대방의 사랑과 믿음이 뒤따랐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언젠가 받은 메일 하나가 문득 떠오른다. 메일을 통해 그는 기자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실 수 있으세요?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과 평생을 함께할 자신이 있으세요?”

메일을 받고 한참을 고민했었다. 하지만 당장 쉽게 답장을 보낼 수 없었고 그래서도 안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내겐 너무 완벽한 그대에게’ 연재를 마친 지금에야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하려고 한다.

사실 연재를 시작했을 때만 하더라도 장애인과의 사랑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래서 신화씨와 금주씨가 정말 대단하게 느껴졌다. 기자는 그들처럼 편견이나 주위의 시선을 견뎌낼 수 있을만한 그릇이 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지금도 장애를 가진 누군가와의 만남에 대해 한치의 망설임이 없을 거라곤 100% 장담할 수 없다. 섣부른 선택은 상대방과 자신 모두에게 예상치 못한 상처를 남길 수 있으니까. 다만 이제는 장애가 만남을 고민하는 절대적인 이유가 되진 않을 것 같는 생각을 한다. 느리면 느린 대로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서로에가 맞춰가면 된다는 것을 이번 연재를 마치며 깨달았다.

혹시 지금 이 순간에도 상대방의 장애나 혹은 자기가 가진 장애 때문에 사랑을 고민하거나 포기하는 분이 있다면 위에 소개된 네 주인공의 삶을 돌아보길 추천한다. 분명 마음 한구석 어딘가 희망의 싹이 분명 틔울 것이다. 그것이 기자가 ‘내겐 너무 완벽한 그대에게’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기도 하다.

세상 모든 사람이 사랑 앞에 평등하길 바라며 ‘내겐 너무 완벽한 그대에게’ 연재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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