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얼굴의 네이버’ 저자 김인성 전 한양대 교수
네이버 개편안, 노력 엿보이나 해결책 못 돼
매크로 활용 댓글·여론조작 재발은 시간문제
검색광고 이익 분배로 정론직필 이룰 수 있어

김인성 전 한양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투데이신문
김인성 전 한양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김도양 기자】 “사람에 의한 뉴스 편집을 더 이상 하지 않겠습니다.”

댓글 여론조작 의혹과 관련한 이른바 ‘드루킹 사건’에 대해 네이버가 내놓은 대답이다. 3분기부터 모바일 첫 화면에서 뉴스섹션과 실시간급상승검색어가 빠지는 대신, 언론사가 직접 편집하는 ‘뉴스판’이 새로 생긴다. 정치권에서 제안한 아웃링크 도입도 추진된다.

이번 개편안에 대한 평가는 둘로 갈린다. 그간의 비판에 네이버가 과감히 뉴스 편집권을 내려놓았다는 평가가 나오는 한편, 여전히 대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그렇다면 네이버를 비롯한 포털의 뉴스 서비스를 근본적으로 개선할 방법은 없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듣기 위해 본지는 지난 11일 IT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인 김인성 전 한양대 컴퓨터공학부 교수를 만났다.

<두 얼굴의 네이버>, <도난당한 패스워드> 등의 저서에서 한국 인터넷의 개선책을 고민해온 김 전 교수는 이번 문제를 해결하려면 포털이 독식하는 ‘검색 광고’ 이익을 분배해 언론사가 자생력을 갖출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 2의 드루킹 언제든 나올 수 있다

Q. 네이버가 뉴스 및 댓글 개선 2차 대책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평가한다면.

네이버는 기본적으로 이윤을 추구하는 사기업이다. 모바일 첫 화면에 뉴스를 배치해서 얻는 트래픽을 포기하고, 새로운 뉴스 서비스인 ‘뉴스판’에서 나오는 수익도 언론사에 주기로 한 것은 기업 입장에서 노력이 엿보이는 결정이다. 드루킹 사건에 대한 논란이 커지다 보니 일정 부분 수익을 포기해서라도 돌파하려고 한 것 같다. 다만 노력 여하를 떠나서 이번 문제를 해결하는 근본적인 대책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Q. 드루킹 사건의 본질이 뭐라고 보나.

드루킹 사건은 상업적인 홍보 마케팅이 정치권으로 넘어간 것에 불과하다. 매크로 등을 활용한 검색결과 조작은 이미 90년대 중반부터 마케팅 업계에서 널리 활용돼왔다. 기업은 포털에 불리한 내용이 뜨면 지우고 싶어 하고 이를 대신해주는 업체가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행태는 온라인이 여론의 집합소 역할을 하는 한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특정 기술을 막는 대책을 세워도 얼마 안 가 그것을 우회하는 새로운 기술이 나올 수밖에 없다. 

Q. 포털이 자체적으로 여론 조작을 잡아낼 수는 없나.

할 수 있는데 안 하는 것이다. 기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포털 입장에서는 댓글을 정화해도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없으니 자율에 맡기는 실정이다. 정화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는 한 언제든 시스템을 악용하는 세력이 나올 것이 분명하다.

네이버 한성숙 대표가 지난 9일 서울 역삼동 네이버 파트너스퀘어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뉴스 서비스 개편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네이버 한성숙 대표가 지난 9일 서울 역삼동 네이버 파트너스퀘어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뉴스 서비스 개편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아웃링크제 효과 보려면 포털뉴스 없애는 입법해야

Q. 네이버 대신 언론사 사이트에서 댓글을 달도록 하는 아웃링크제 도입은 효과가 없을까. 

정치적인 댓글알바를 방지하는 효과는 없을 것이다. 예를 들어 댓글알바 세력에게 불편한 내용을 다루는 특종 기사를 쓴 언론사는 하루 종일 사이트가 다운될지도 모른다. 포털에 비해 영세한 언론사들은 댓글을 걸러내는 시스템이 열악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여론을 조작하고 독자들을 낚기는 쉬워져 언론사들은 만만한 공략 대상이 될 것이다.

Q. 그럼에도 네이버는 아웃링크제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어떤 여파가 있을까.

단기적으로 큰 변화는 없을 것이다. 네이버는 현재 인링크 제휴를 맺은 개별 언론사와 협의해 순차적으로 아웃링크로 전환해간다는 방침이다. 그런데 정작 언론사 대부분은 현행 유지를 원하는 분위기다. 아웃링크 전환 의사를 묻는 네이버의 설문에 찬성 표를 던진 매체는 단 1곳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유보나 반대 의사를 표했다. 

Q. 언론사가 아웃링크 전환을 왜 꺼릴까. 광고 수익이 달린 문제일 텐데.

살아남기 위해서다. 사람들은 이미 포털을 통해 뉴스를 접하는 데 익숙해져 있다. 살면서 필요한 뉴스는 포털에서 다 얻을 수 있다. 아웃링크를 타고 가서라도 읽을 만한 특별한 콘텐츠를 확보할 수 있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다면 포털을 나가는 순간 언론사가 망할 것이다. 이른바 네이버에 대한 신뢰게임이라 할 수 있다. 먼저 나가면 먼저 죽는 구조다. 

Q. 아웃링크제를 건강하게 운영하는 방법은 없을까.

포털과 언론사의 자율에 맡기면 현재의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아웃링크제 하에서 매체가 살아남으려면 ‘언론 기사는 언론사에서만 볼 수 있다’는 내용의 법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포털 중심의 뉴스 소비가 바뀔 것이고 언론사가 정당한 광고 수익을 가져갈 수 있다. 때마침 정치권에서 아웃링크제 이야기가 나왔으니 언론사끼리 연합해서 입법을 추진하는 방법도 있다.

김인성 전 한양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투데이신문<br>
김인성 전 한양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투데이신문

해결책은 광고수익 분배

Q. 그렇다면 해결책은 뭘까. 

언론사가 튼튼해지는 수밖에 없다. 매체가 자생하기 어려운 환경이라 댓글 세력이 활개를 치는 것이다. 온라인에서 이익 분배만 제대로 이뤄지면 언론사도 옳다고 믿는 이야기를 용감하게 쓸 수 있다. 이른바 ‘정론직필’의 꿈이 실현되는 것이다. 그러려면 포털의 검색키워드 광고를 금지하거나 독식하고 있는 광고 수익을 언론사에 분배하도록 강제해야 한다.

Q. <창작자의 나라>라는 저서에서도 ‘검색 광고’를 비판한 바 있다.

‘검색 광고’ 때문에 언론사를 포함한 창작자들이 열심히 콘텐츠를 만들고도 제대로 된 보상받지 못하고 있다. 예컨대 포털 검색창에 ‘캠핑카’라고 치면 정보 대신 광고업체 링크가 뜬다. 이런 상황에서는 링크를 클릭해 들어가도 사이트 내에 붙은 광고를 클릭할 가능성은 떨어진다. 포털은 콘텐츠가 없으면 이런 식의 광고를 못한다. 검색 서비스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얻은 광고 이익이므로 페이지에 함께 노출된 아웃링크 소유자에게 이익을 분배해야 한다. 

Q. 포털이 이익을 분배하도록 할 방법이 있을까.

입법을 통해서 할 수 있다. ‘검색키워드를 유료로 판매하는 사이트는 검색 결과에 표시된 아웃링크 소유자와 광고 수익을 분배해야 한다’고 조문에 명시하면 된다. 해당 링크에 들어 있는 콘텐츠가 원본인지 복제물인지를 따져봐야 하지만 이것은 ‘판별위원회’ 등을 만들어 해결할 수 있다. 언론사는 포털에 글을 게시하는 창작자 가운데 가장 비싼 콘텐츠를 만드는 곳이다. 사용자들이 언론 기사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서 수요도 많다. 포털 입장에서 이에 대한 정당한 이익을 분배해줄 이유는 충분하다.

Q. 광고 이익이 분배되면 사용자의 편의성도 개선될까.

네이버가 비판받는 이유 중 하나가 온갖 광고 글이 범람해 원하는 정보를 찾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심지어 지식인이나 카페 글마저도 광고판 역할로 전락한 실정이다. 검색 광고 수익을 분배하면 언론사 등의 창작자가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 여력이 생길 테고, 검색 환경도 한층 개선될 수 있다. 그러면 사용자들은 지금보다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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