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야당으로서의 자리매김은 과연?
평화당·정의당, 지방선거 이후 존재감 부각 안간힘
바른미래, 정체성 혼란으로 인해 존재감 못 드러내
새로운 리더십 만들어야 하는 숙제 안고 있어
소선거구제 혁파하지 못하면 존재감 사라져

왼쪽부터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 김동철 비상대책위원장 ⓒ뉴시스
왼쪽부터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 김동철 비상대책위원장 ⓒ뉴시스

바른미래당이 6.13 지방선거 참패 이후 별다른 존재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다른 소수야당들은 개혁입법연대 추진 등을 통해 그나마 존재감을 찾아가고 있는 반면, 바른미래당은 아직도 당의 정체성과 앞으로의 대여 관계를 제대로 확립하지 못하며 갈팡질팡하는 모습이다. 이는 당내에 고질적으로 남아있는 친안계와 친유계의 반목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민주평화당 천정배 의원이 ‘개혁입법연대’를 제안했을 때, 바른미래당은 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평화당이나 바른미래당 모두 지방선거에서 패배한 것은 마찬가지다. 하지만 평화당은 나름 자신들이 살길을 찾기 위해 부단히 애를 쓰고 있는 모습인 반면, 바른미래당은 아직도 앞으로 어딜 향해야 할지 제대로 정하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민주평화당의 몸부림

평화당은 개혁입법연대 카드를 꺼내 들면서 일단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알렸다. 그동안 범여권의 경계선을 넘나들던 평화당이 개혁입법연대를 통해 범여권 울타리 안으로 확실하게 들어갔다. 물론 지방선거 성적표를 받아본 평화당으로서는 고육지책이나 다름없지만 그래도 나름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보여주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확실하게 정한 모습이다. 정의당 역시 지방선거 이후 지지율이 급상승하면서 두 자릿수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개혁진보진영 유권자들에게 확실하게 어필하면서 지지율 상승을 이끌어낸 정의당은 이제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을 턱밑까지 추격하고 있다. 이처럼 평화당이나 정의당 모두 지방선거에서 패배했지만, 나름대로 제 살길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원내 3당인 바른미래당은 아직 이 같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지선에서 더 큰 내상을 입은 자유한국당에 비해서도 존재감을 제대로 어필하지 못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비상대책위원회 준비위원회를 꾸려 비대위원장 자리에 누구를 앉히느냐를 놓고 계속해서 언론의 부각을 받고 있지만, 바른미래당은 그렇지 못하고 있다. 바른미래당 역시 오는 8월 19일 전당대회를 열어 새로운 지도부를 선출하지만, 세간의 관심을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바른미래당의 한계이기도 하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소수정당이 존재감을 확실하게 드러내기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거대 양당 속에서 존재감을 살린다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며, 무엇보다 자유한국당과 비슷한 정체성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어렵다. 물론 지방선거 이후 바른미래당도 민생 등에 대해 집중 언급하면서 그 존재감을 살리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제대로 어필되지 않으면서 좌초되는 느낌이 강하다.

왼쪽부터 바른미래당 안철수 전 서울시장 후보, 유승민 전 대표 ⓒ뉴시스
왼쪽부터 바른미래당 안철수 전 서울시장 후보, 유승민 전 대표 ⓒ뉴시스

바른미래당의 도전

현재 바른미래당은 앞으로 어떤 식으로 당을 운영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뚜렷한 해법이 제시되지는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 돌파해야 하는 것이 바른미래당의 숙제다. 만약 그 숙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 바른미래당의 미래는 어둡다. 먼저 바른미래당의 가장 큰 숙제는 당내 리더십을 만드는 것이다. 유승민 전 대표와 안철수 전 서울시장 후보가 6.13 지선 참패 이후 당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당을 대표하는 리더가 없어졌다는 것이 현재 바른미래당이 처한 현실이다. 정당은 정권을 획득하기 위한 목적으로 모인 정치적 결사체다. 따라서 정권을 획득할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이는 정권을 잡았을 때, 정권을 운영할 능력이 있느냐도 있지만, 그만큼의 대선 주자가 있느냐도 중요한 문제다. 지금까지 바른미래당은 안철수 전 후보와 유승민 전 대표에게 모든 것을 맡기면서 사실상 차기 대권 주자를 제대로 키워내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유권자들이 유 전 대표와 안 전 후보 모두 차기 대선 주자는 아니라는 것을 보여줬기 때문에 이제는 새로운 리더를 발굴해야 한다. 즉, 당내 인사이건 당 외부 인사이건 차기 대권 주자를 키워 유권자 앞에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간 한국 정치는 정당의 정체성 등을 바탕으로 헤쳐모여 하는 것이 아니라 대권주자가 누구냐에 따라 헤쳐모여 해왔기 때문에 강력한 대권 주자를 발굴한다면 바른미래당의 미래는 밝다.

또 다른 문제는 친안계와 친유계의 고질적인 계파 갈등을 끝장내야 한다. 자유한국당이 친박계와 비박계로 나뉘어 갈등을 보이고 있고, 더불어민주당 역시 친문계와 비문계가 계파 갈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만약 친안계와 친유계가 지난 지방선거 공천 과정에서 나타난 계파 갈등을 앞으로도 재연한다면 바른미래당의 미래는 어둡다. 때문에 고질적인 계파 갈등을 해소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차기 총선의 공천 룰을 지금부터라도 확실하게 정해야 한다. 민주당이 지난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분당 사태를 겪으면서도 굳건히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차기 총선 공천 룰을 미리 확정하고 고수했기 때문이다. 바른미래당 역시 차기 총선 공천 룰을 미리 정해놓고 이를 고수한다면 당이 쉽게 분당되는 일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소선거구제 혁파하라

이와 함께 소선거구제 혁파도 중요한 숙제다. 그동안 바른미래당은 합당 전 국민의당, 바른정당 시절부터 소수정당으로서의 실험을 계속해왔다. 하지만 거대양당 속에서 바른미래당의 실험은 실패로 끝났다. 현행 소선거구제하에서 거대양당 사이에서 소수정당이 살아남는 방법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때문에 선거구제 개편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그러자면 다른 소수야당들과 협력해 소선거구제를 혁파, 중대선거구제로 전환하거나 독일식 비례대표 명부제를 도입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 그러지 않으면 바른미래당이 살아날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서는 단순히 당 지도부를 새로 선출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바른미래당이 근본적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새로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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