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국 통폐합 후 부동산사업에 치중
새노조 “경영진만 두둑한 보너스 챙겨”
황창규 회장 상여금 17~18억원 수준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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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KT의 화재가 예견된 사고였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민영화 이후 전화국 통폐합이 이뤄지며 부동산 사업에 집중하는 등 지나친 수익추구 행보가 이번 사고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줬다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이밖에도 KT는 원인규명과 피해보상에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신뢰성 회복에 타격을 받는 모양새다.

지난 24일 오전 11시께 발생한 KT아현빌딩 화재는 지하 통신실의 통신구에서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통신구는 4m 깊이 지하에 설치된 구조물로 통신 케이블을 집중적으로 수용하기 위해 설치됐다. 

불은 화재 10시간가량 후인 오후 9시26분쯤 꺼졌지만 마포‧서대문‧중구 등 인근 지역의 전화‧인터넷‧IPTV 등의 서비스가 일부 먹통이 됐고 현재까지도 복구를 진행 중이다. 

화재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소방당국은 화재 이튿날인 25일 1차 감식에 이어 26일 본격적인 2차 정밀합동 감식에 착수했다. 2차 감식에는 소방당국, 경찰, 한국전력,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속 40여명의 인원이 투입됐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회선의 복구는 빠르면 일주일 정도 후에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KT는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08시 현재, 이동전화는 80%, 인터넷 98% 등 빠른 복구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알렸다.

KT 내부관계자는 “가복구라고 해서 임시로 소통할 수 있게 하는 건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될 거 같은데 (마무리는)빠르면 일주일정도 걸리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KT아현지점의 화재로 현장 근처에서 인명피해가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지난 25일 오전 5시께 심장에 통증을 호소하던 마포구 주민이 제때 119에 신고하지 못해 숨을 거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밖에 소상공인과 직장인들의 피해 사례 증언도 이어졌다. 주로 피해를 입은 건 통신장비를 사용해야 하는 자영업자들이었다. 상당수는 손님들에게 신용카드를 받지 못해 손해를 입기도 했으며 전화로 업무를 진행해야 하는 배달대행 기사들에도 타격을 받았다. 영업직 등 업무 차 사고지역 인근을 방문한 직장인들도 제때 일을 처리하지 못해 피해가 발생했다는 하소연도 들렸다. 

KT는 이 같은 지적이 이어지자 피해지역에 거주하는 유‧무선 가입자를 대상으로 요금 한 달치를 감면해주겠다는 방안을 내놨지만 실질적 손해를 입은 소상공인들에게는 미봉책에 그칠 수 있다며 쓴소리를 들었다. KT는 이에 따라 보상 정책 보완을 위해 방문조사를 실시하겠다고 전했다. 
 
화재와 함께 치안‧보안 등 일상이 마비될 수 있다는 우려도 깊어졌다. 통신시설에 대한 재난‧보안 대비가 허술하면 방화나 테러에 악용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KT 황창규 회장 ⓒ뉴시스
KT 황창규 회장 ⓒ뉴시스

이처럼 사고의 심각성이 대두되면서 KT의 경영방식에 대한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KT가 민영화 이후 지나친 수익추구 행보를 보이면서 공공성을 등한시 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KT의 부동산 임대업 행보는 반복되는 논란거리로 도마에 오른다. KT는 지난 2010년부터 KT에스테이트라는 계열사를 세워 부동산 임대 및 개발사업에 발을 들였다. 지난 2일에는 올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진행하며 현재 20여개 장소에서 부동산 개발을 진행 중이라는 말과 함께 2020년까지 7000억원 중반대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음을 밝혔다. 

KT새노조는 성명을 통해 “통신 민영화 이후 통신사들은 통신경영도 다른 기업과 똑같이 수익 극대화를 추구하는 것이다. 통신 공공성을 구시대의 유물로 간주했다”라며 “특히 이석채, 황창규 등 통신 문외한인 KT의 낙하산 경영진들로서는 통신공공성을 불필요한 비용요소로 취급했고 이번의 KT 아현지점 화재로 인한 통신대란은 그러한 인식의 필연적 귀결인 것”이라고 꼬집었다. 

새노조는 이어 “민영화 이후 KT는 공공성을 저버리고 수익 극대화를 추구하면서 비용절감이 모든 경영진의 최우선 방침이 됐다”며 “이를 위해 곳곳에 분산돼있던 통신 장비를 고도로 집중시켰고 장비가 빠져나가면서 비게 된 전화국 건물은 통째로 매각하거나 부동산을 개발해서 오피스텔, 호텔 등 임대업으로 돌렸다”고 힐난했다. 

또 “그 실적 덕분에 경영진들은 두둑한 보너스를 챙길 수 있었다”며 “통신공공성을 위한 분산 배치는 완전히 무시됐다”고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갔다. 

실제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KT에스테이트의 매출은 2014년 2803억원에서 지난해 5553억원까지 성장했다. KT의 매출이 2016년 22조7437억원에서 2017년 23조3873억원으로 6436억원 오른 걸 감안하면 KT에스테이트의 매출이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다. 상당수의 수익 성장이 부동산 사업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고 봐도 무리가 없는 수준이다. 

이 가운데 황 회장의 상여금은 지난해 17억7600만원으로 책정됐으며 2016년에도 18억5800만원이나 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KT새노조 관계자는 이번 화재에 대해 “장비가 집중화된 상태에서 관리 기준도 새롭게 만들어야할 필요가 있다”며 “장애가 발생했을 때 피해가 얼마나 큰지 여실히 드러난 만큼 거기에 맞는 투자도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또 “사고로 인해 발생한 국민들의 피해는 돈으로 환산할 수가 없다”며 “이윤만 고민하지 말고 공공성을 생각할 수 있도록 경영진들의 의식이 전환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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