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말한 제재 완화의 의미는 무엇인가
27~28일 회담, 트럼프-김정은 담판 내용은 과연
비핵화, 영변 핵시설 폐기 대신 ICBM 폐기 가닥?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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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북미정상회담이 눈앞에 다가왔다. 지난해 싱가포르 회담은 만남에 의미를 둔다면 이번 회담은 비핵화와 그에 상응하는 조치의 구체화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한 차례 만남을 가진 두 정상이 다시 만남에만 방점을 둔다면 전 세계의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울러 자국 내 정치로부터 압박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결실을 맺어야 한다. 하지만 국제사회에서는 생각보다 낮은 수준의 결실을 맺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서로가 아직 신뢰하지 못한 사이이기에 이번 회담에 거는 기대가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이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오는 27~28일로 예정된 2차 북미정상회담이 다가오면서 국제사회의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하지만 이미 북미 간 실무회담을 통해 충분히 논의가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에 의외로 회담은 싱겁게 끝날 수도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27일 회동이 만남에 방점을 둔다면, 28일 회동은 본격적인 협상 회동이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몇 차례 회동을 거쳐 ‘하노이 합의문’을 작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지난해 싱가포르 회담보다는 진전된 내용이 합의문에 들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 이행에 대한 내용을, 북한은 미국이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내려줄 것을 원하고 있기 때문에 서로 상대방에 대한 어느 정도 수준의 카드를 내놓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북미, 어느 수준의 카드 내놓을까

다만 곳곳에서 흘러나오는 언론보도를 보면 이번 회담에서 기대보다 낮은 수준의 합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9일(현지시각) 북한 비핵화를 위한 시간표를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속도조절론을 내세운 것이다. 이는 회담 성과나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미국 정치권의 회의론을 차단하기 위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가 목표지만 특별히 서두르지 않겠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번 회담에서 비핵화 논의가 이뤄지겠지만 낮은 수준의 비핵화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일각에서는 영변 핵시설 폐기, ICBM 폐기 등이 거론되고 있다. 미국으로서는 북한의 핵탄두가 탑재된 장거리 미사일이 자국의 영토를 겨냥하는 것만 제거해도 큰 결실이 된다. 따라서 ICBM 폐기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측된다. 더욱이 영변 핵시설 폐기는 수조원의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런 발생 비용을 미국이 부담한다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다. 때문에 가장 현실적인 ICBM 폐기로 기울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다만 올해 연말 노벨평화상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이기 때문에 상상 이상의 비핵화 조치가 이뤄질 수도 있다는 전망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의 회의론에 대한 여론전으로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말했을 뿐, 생각보다 더 큰 진전이 이뤄진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그만큼 비핵화에 대한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북한의 비핵화 내용이 미국 정가에 만족스러울만한 내용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그래야만 미국이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비핵화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기 위해서는 자국 여론이 가장 중요하다. 자국 여론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북한이 상상 이상의 비핵화 조치를 취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만 상응하는 조치를 북한에 선물로 안겨줘도 자국 여론이 잠잠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미국은 대북 제재 완화에 대한 고민이 점차 깊어지고 있다.

지난 2018년 6월 12일 1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싱가포르 카펠라 호텔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만나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2018년 6월 12일 1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싱가포르 카펠라 호텔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만나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대북 제재 완화 고민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공개적으로 대북 제재 완화를 거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각) 백악관 출입기자들에게 “제재들은 전부 유지되고 있다. 나는 제재를 해제하지 않았다”면서도 “북한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고 싶지만 북한이 무언가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도 대북 제재 완화를 언급했다. 여기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9일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통해 남북 경협을 비핵화의 중재로 삼으라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과연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미국의 상응 조치가 무엇인지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이에 대해 인도적 지원, 평양 연락사무소 설치, 종전선언, 평화협정 체결 등이 제기되고 있다. 인도적 지원은 낮은 단계의 조치로, 비핵화 조치가 생각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판단되면 미국의 상응 조치도 인도적 지원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 경우, 자국 여론 때문에 인도적 지원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평양 연락사무소 설치는 북한의 체제 안정 보장의 첫 번째 단추가 된다는 점에서 북한으로서 흡족할 수 있는 내용이다. 다만 연락사무소 개소한다는 것은 정치적 의미가 있을 뿐이지, 경제적 의미는 없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경제 개발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연락사무소 개소를 넘어서는 상응조치가 나와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연락사무소 개소가 생각보다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종전선언은 정치적 선언이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당장 이뤄질 수 있다. 다만 문 대통령이 베트남 하노이에 가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또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역시 종전선언 당사자로서 참여한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에 미국과 북한이 마음먹는다고 해도 종전선언이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 또 다른 조치는 평화협정 체결인데 종전선언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평화협정 체결로 곧바로 직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남북 경협 현실은

이런 이유로 일각에서는 보다 현실적인 조치로 결국 개성공단 가동과 금강산 관광 재개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도 정치적 부담과 경제적 부담을 덜면서도 김 위원장이 생각하는 경제개발과 맞물리는 조치이기에 가장 현실성이 높다. 더군다나 앞서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통해 남북 경협을 지렛대로 사용하라고 말했다. 따라서 이번 회담에서 미국이 상응조치로 남북 경협을 부분 허용하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 다만 이 경우 문제는 국내 정치권의 반응이다. 특히 보수야당들의 반응이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보수야당들은 남북경협은 북한이 비핵화를 완전히 이행 조치했을 때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북한을 아직 신뢰할 수 없는 집단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비핵화를 완전히 이행하고 한반도의 평화가 정착됐다고 생각됐을 때 남북 경협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이번 회담에서 낮은 수준의 비핵화 조치에 대해 남북 경협 허용이라는 상응조치를 발표한다면 국내 정치권은 시끄러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국내 경제 지표에 빨간 불이 켜진 상태에서 남북 경협이 이뤄지는 것에 대해 ‘퍼주기’라고 비판하는 여론이 발생한다면 문재인 정부에게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남북 경협이 한반도의 평화와 경제 발전을 위한 방안이라는 점을 국민에게 각인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런 이유로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필수적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김 위원장이 서울을 답방해 남북 경협의 필요성에 대해 국민에게 설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3월말이나 4월초 김 위원장이 서울을 답방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북미정상회담 결과의 후속 조치에 대한 논의를 서울에서 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다만 보수야당의 입장이 워낙 단호하기 때문에 김 위원장의 답방이 이뤄진다고 해도 보수 야당의 대북 제재 완화에 대한 생각이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국내 정치는 또다시 한동안 시끄러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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