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여년간 운영해온 미국의 시사점…철저한 사전검증과 의견수렴
사전검증 강화와 함께 도덕성 검증 기준 대한 초당적 합의 필요해

지난 2017년 9월 12일 김명수 당시 대법원장 후보자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선서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2017년 9월 12일 김명수 당시 대법원장 후보자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선서하고 있다. ⓒ뉴시스

【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 한국 인사청문제도의 문제점으로 제도상의 문제와 함께 한국 정치의 정파적 이해관계로 인해 제구실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가운데 제도개선에 대한 여러 의견들이 제시되고 있다.

제도적 개선방향으로는 연방 헌법 제정 때부터 230여년간 인사청문제도를 운영해온 미국의 사례에서 후보자 지명 전 다방면의 철저한 사전검증의 필요성 등 시사점이 제시된다. 아울러 이 같은 제도적 개선과 함께 한국 정치 전반에 걸친 정파적 문화의 변화 역시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의 인사청문제도는 어떻게

인사청문제도는 대통령제 국가에서 막강한 대통령의 인사권을 견제할 수 있는 의회의 기능으로써 그 의미가 있다. 현재 대통령제 국가 가운데 인사청문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는 한국과 미국, 또 미국 법령체계의 영향을 많이 받은 필리핀 정도다. 한국 역시 미국의 인사청문제도를 모델로 지난 2000년 도입됐다.

가장 먼저 인사청문제도를 도입한 미국은 지난 1787년 연방 헌법 제정 때부터 현재까지 230여년간 제도를 운영해오고 있다.

미국 인사청문제도의 특징에 대해 국회입법조사처의 <국회 인사청문제도의 현황과 개선방안(2009)> 보고서는 대통령이 후보자를 지명하기 이전에 철저한 사전검증을 거친다는 점을 꼽았다.

미국의 경우, 백악관 인사국, 공직자 윤리위원회, 연방수사국(FBI), 국세청(IRS) 등 다방면으로 후보자에 대한 사전 검증이 이뤄진다. 이 같은 백악관의 후보자 인사검증에만 2~3개월이 소요된다.

이 같은 철저한 사전검증을 통해 인사청문회 진행 시에는 이미 최소한의 도덕성에 대한 검증을 마친 상태에서 전문성과 업무적합성 등 정책역량에 대한 검증에 집중할 수 있다.

이러한 후보자에 대한 철저한 사전검증은 인사청문회에서의 질문 양상의 차이로 이어진다. 국회입법조사처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경우 지난 2009년 정운찬 당시 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은 후보자의 개인 신상 및 도덕성에 대한 질문에 많은 비중을 뒀다. 반면 미국의 경우, 힐러리 클린턴 당시 국무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개인 신상에 대한 상원의원들의 질문은 1건도 없었다.

후보자에 대한 철저한 인사검증과 함께 개인 신상과 관련된 질문은 대부분 서면질의로 처리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또 고위공직 후보자에 대한 상원의 인준이 필수적인 상황에서 후보자에 대한 철저한 사전검증과 함께 인사발표 전 의회지도자 및 관련단체 등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도 거쳐 상원 인준 통과율을 높이고 있다.

이 같은 제도 운영으로 대통령이 지명한 장관 등 각료에 대해 상원이 인준을 거부한 경우는 2% 미만에 불과하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조진만 정치개혁위원장이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에서 열린 ‘공직자 인사검증 제도 개선방안 마련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김연숙 교수 ⓒ뉴시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조진만 정치개혁위원장이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에서 열린 ‘공직자 인사검증 제도 개선방안 마련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김연숙 교수 ⓒ뉴시스

한국의 인사청문제도, 개선방향은?

이와 함께 한국 인사청문제도의 개선방향에 대해 전문가들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제도적 개선과 함께 정치 전반의 문화가 변화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김연숙 교수는 제도적 개선 측면에서 국회 인사청문회가 후보자 개인 신상에 대한 검증과 정책검증의 투트랙으로 구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7대 검증기준 강화 등을 통한 후보자의 개인 신상에 대한 청와대의 철저한 사전검증으로, 일정 수준의 도덕성을 갖추지 못한 후보자들이 국회 인사청문회장에서 불필요한 국민적 논란을 발생시키지 않도록 걸러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개인 신상 검증에서) 일정 정도의 수준이 안되는 후보들은 국회 인사청문회장에서 얘기할 필요가 없다”며 “개인 신상에 대한 것들은 국민적으로 불필요한 논란을 할 필요가 없는 부분”이라고 부연했다.

이와 함께 객관적 검증을 위한 인사검증 점수제 도입, 국민 정서를 반영한 검증 기준의 적정성 재검토, 청문과정에서 전문가와 시민이 참여하는 ‘인사청문 국민위원회’ 도입 등을 제시했다.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조진만 교수(경실련 정치개혁위원장)는 제도적 개선도 필요하지만, 이를 운영하는 정치 전반의 문화에서도 변화가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정치적 상황과 상관없이 인사청문제도를 운영하려면 다른 정치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며 “제도 개선도 필요하겠지만, 여야 간의 타협이나 합의가 전제되지 않으면 어떻게 제도를 개선한다고 해도 큰 효과를 보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사청문제도 개선방안으로는 △청와대의 사전검증 강화 △도덕성 검증 기준에 대한 초당적 합의 △청와대 사전검증 결과의 국회 공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국회가 고위공직자 검증과 관련한 인식의 차이가 없어야 한다”며 “그래야 논란도 적어지지 않겠나. 이정도의 사전 검증을 진행해 이러한 문제점과 장점이 있어 지명한다는 부분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지금 청와대의 7대 배제원칙도 있지만, 여야가 반드시 배제돼야 할 대상, 낙마해야하는 부분들에 대한 구체적인 수준의 인사원칙에 합의할 필요가 있다”며 “대통령이 절대 지명해선 안 되는 사람, 청와대가 사전검증에서 반드시 걸러야 하는 기준을 여야가 합의하고, 그런 부분에 대한 검증이 제대로 됐는지 정보공유를 받고 그럼에도 했으면 대통령이 비판받고 책임지는 게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또한 대통령과 청와대가 고위공직 인사에 대한 권한을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정당 차원에서 꾸준하게 고위공직 후보자군을 형성해 운영하는 책임정치의 필요성과 후보자에 대해 사전에 철저하게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도 당부했다.

이처럼 인사청문제도 개선 방향에 대한 여러 의견이 제시되고 있지만, 실질적인 제도적 개선안이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인사청문제도 개선과 관련해 여야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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