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1년 앞두고 차기 CEO 선임 절차 돌입
내부인사 기용 가능성↑측근 기용설 솔솔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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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 KT 황창규 회장의 퇴임을 앞두고 KT가 이례적으로 이른 차기 CEO 선임 절차에 나선 것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업계에서는 대체로 이른바 ‘낙하산 인사’를 사전에 차단하고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보고 있다. 반면 업계 일각에서는 내부인사 기용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면서 각종 고소 고발 등으로 불안한 임기를 보내고 있는 황 회장의 퇴임 대비용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KT이사회는 지난달 차기 회장 선임을 위한 공식 절차를 개시했다. 황 회장의 임기는 오는 2020년 3월까지다. 통상 차기 CEO 선임 절차가 임기 종료 3~4달 전 시작되는 것을 감안하면 굉장히 이른 시점에 시작된 셈이다.

황창규 퇴임 1년 전부터 후임 준비 분주

KT는 지난해 3월 29일 열린 제37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차기 회장 선임을 올해 주요과제로 선언하는 등 그 어느때보다 차기 CEO 선임에 집중하고 있다.

이를 위해 KT는 이미 지난해 정기주총에서 정관변경을 통해 차기 CEO 선임 프로세스에도 큰 변화를 줬다. 회장 추천과 임명 권한은 CEO추천위원회에서 사외이사(4명)과 사내이사(1명)로 구성된 지배구조위원회로 이관했다. CEO추천위원회는 후보군에 대한 심사와 이사회 보고 기능만 남겨 지배구조위원회를 구성하는 이사회의 권한이 크게 강화됐다.

이번 차기 회장 선임을 위한 첫 절차로 후보군 구성을 위한 조사 작업에 착수했다. 우선 지배구조위원회는 KT와 계열사에서 2년 이상 재직하면서 부사장 이상인 이들을 대상으로 사내 회장 후보군을 추린다. 이후 추려진 외부 후보자군과 경쟁시켜 임기만료 3개월 전까지 심사대상자를 골라 이후 회장후보심사위, 이사회, 주총 등 과정을 거쳐 회장이 선임된다.

일찌감치 후보군에 대한 공론화 이뤄질 경우 정치권에서 불어올 외풍을 사전에 차단하고 꼬리표처럼 따라 붙었던 정치권의 낙하산 문제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동시에 차기 CEO에 내부인사 기용 가능성은 더욱 높아졌다. 회사에서 성과를 쌓고 오랜 기간 검증까지 거친 내부인사를 상대로 외부 인사 후보가 경쟁 우위를 점하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른바 오너 없는 기업인 KT는 과거 공기업 그림자를 말끔히 벗어내지 못하면서 회장 인사와 관련해 매번 정권 외풍에 시달렸다. 특히 회장 교체 시기 전임 회장 색채 지우기가 진행되면서 전임 회장이 곤혹을 치루는 일도 반복됐다. 이석채 전 회장은 재임 당시에도 비자금 조성은 물론 배임 횡령 등 무수한 비리 의혹 끝에 불명예 퇴진했다.

황 회장에게도 나쁘지 않은 상황이다. 일찌감치 회장 선임 작업에 착수 황창규 회장도 거듭된 거취 논란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황 회장은 임기 내내 거취문제에 시달렸다. 황 회장은 취임초기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에 휘말린데 이어 임기 중반 국회의원 상대로 불법 정치후원금 제공 의혹, 아현동지사 화재까지 더해지면서 노조 등으로부터 끊임없이 사퇴 요구를 받아왔다. 지금도 정치인 특혜 채용 비리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여기에 KT새노조로부터 어용 노동조합 설립에 따른 부당노동행위와 한앤컴포니의 엔서치마케팅을 헐값에 인수했다며 배임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상태다. 황 회장으로서는 퇴임 이후 뿐 아니라 임기 마지막까지도 안심하긴 힘든 상황이다.

특히 내부인사 발탁 가능성이 높아진 것도 황 회장으로서는 호재다. 특정 측근이 아니더라도 내부인사의 경우 황 회장과 이른바 한배를 탔던 인사라는 의미다. 황 회장이 회사를 이끌면서 운명공동체 위치에 있던 내부인사가 전 회장을 공격하긴 부담스럽다.

이에 일각에서는 황 회장이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때 자신과 경영 성과를 공유해 온 내부 인사의 승진을 유도해 사실상 잡음 없는 퇴진을 모색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내부의 차기 회장 유력 후보 윤곽이 일찌감치 그려지게 된다면 그 영향력이 황 회장의 거취에 미칠 수 있다.

영향력 있을때 내부 인사 기용?

내부인사 기용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황 회장 또한 측근 기용설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황 회장의 측근이 차기 회장으로 선임될 가능성 또한 높아진 셈이기 때문이다.

이미 업계에서는 현재 이동면 미래플랫폼사업부문장(사장), 오성목 네트워크 부문장(사장) 등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기존 유력 후보로 꼽힌 황 회장의 비서실장 출신 김인회 경영기획부문장(사장)의 경우 출마하지 않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미 지배구조위원회에서 공정성을 이유로 사니애사이자 지배구조위원회로 참여하고 있는 김 사장을 사내 회장후보자군에서 제외를 요청한 상태다. 김 사장 또한 측근 인사설에 부담을 느껴 스스로 불출마를 선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른바 황 회장의 측근 기용설이 완전 잠재우기는 무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 사장이 차기 회장에서는 멀어졌을지 몰라도 지배구조위원회에 속회 차기 회장 선임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KT 측은 차기 회장 후보에 대한 면밀한 검증과 투명하게 선정하기 위한 과정일 뿐이라며 황 회장 거취와 연관된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KT 관계자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미 글로벌 기업에서도 시행하고 있는 CEO 선임 절차”라며 “내부인사 뿐 아니라 외부에도 뛰어난 분 있으면 차기 회장으로 뽑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차기 CEO도 일정 기간 검증이 필요한데 이를 위한 내부 절차를 정착시키기 위한 작업을 올해부터 시작하게 된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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