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GI “임원 보수 통한 상속세 마련 위한 것”
노동조합도 복귀의도 의심, 일제히 반발

조현민 한진칼 전무ⓒ뉴시스
조현민 한진칼 전무ⓒ뉴시스

【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 ‘물컵 갑질’ 사태로 자리에서 물러났던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깜짝 경영복귀에 대해 노동조합은 물론 주요주주까지 나서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의 2대주주인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는 12일 이번 조 전무의 복귀를 임원 보수를 통한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내비치며 반발하고 나섰다. 한진칼 주식 15.98%를 보유한 KCGI는 현재 조양호 전 회장(17.84%)에 이은 사실상 최대주주다.

앞서 조 전무는 지난 10일 한진칼 전무와 정석기업 부사장으로 한진그룹 경영에 공식 복귀했다. ‘물컵 갑질’ 논란으로 모든 자리에서 물러난지 1년 2개월만에 경영 복귀다. 한진그룹에 따르면 조 전무는 신사업 개발 및 그룹 사회공헌 등 그룹 마케팅 관련 업무 전반적으로 총괄하는 CMO(Chief Marketing Officer) 역할을 맡는 것으로 알려졌다.

KCGI는 한진칼 이사회에 ▲조 전무의 행위로 발생한 진에어 등 한진칼 보유 계열사의 주가폭락 등으로 인한 피해에 대해 어떤 조취를 취할 것인지 ▲조 전무의 재선임 배경과 이에 대한 이사회의 역할 ▲조 전무의 보수 및 퇴직금 지급 기준을 묻는 서한을 발송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KCGI는 이날 조 전무 복귀에 대한 입장문을 통해 “한진그룹의 기업가치를 크게 훼손하여 주주, 임직원 등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힌 전력이 있는 조현민 전무가 그룹에 복귀하는 것은 책임경영 원칙에 반하는 것으로 이에 대해 KCGI는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KCGI는 지난 2018년 4월 발생한 조 전무의 이른바 ‘물컵 갑질’ 사태로 한진칼과 대한항공, 진에어, 한진, 한국공항 등 한진그룹 계열 상장사 5곳의 시가총액이 약 20% 폭락해 한진그룹 주주들에게 피해를 입혔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외국인 불법 등기임원 등 조 전무가 야기한 각종 문제에 대한 수습조차 이뤄지지 않은 상태인데다 조양호 회장의 사망 후 불과 2개월만에 그룹에 복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복귀가 임원 보수를 통한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KCGI는 “조 전무는 ‘물컵 갑질’ 사건으로 아버지 故조양호 회장에 의해 한진그룹의 모든 직책에서 물러나게 됐지만, 그 와중에도 2018년 대한항공과 진에어로부터만 약 17억 원의 보수와 퇴직금을 챙겼고, 정석기업에서는 ‘임원 업적금’까지 챙겼다”며 “이러한 사정을 보았을 때, 이번에 조 전무가 한진칼 전무로서 경영에 참여하는 것은 거액의 보수를 받아 상속세 납부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방법이라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조 전무의 경영복귀에 대한 한진칼 이사회의 역할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KCGI는 “CMO 역할을 맡을 인재는 한진그룹 내외부에서 얼마든지 찾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조 전무를 선임한 배경이 의아할 따름”이라며 “한진 칼 이사들이 오로지 대주주 일가의 이익을 위해서 회 사의 이익을 침해하는 구태를 재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진그룹 측은 조 전무의 복귀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자격 또한 충분하다며 KCGI 주장을 반박했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소위 물컵사태로 인한 주가 하락 주장은 억지”라며 “전년 중반부터 경기변동, 유가 등 대외요인으로 항공업종 전반적으로 주가 하락 발생한 것이고 퇴직금 등도 주총에서 적법한 절차에 따라 승인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진칼 임원 채용 절차 등 내규에 따라 적법하게 채용한 것으로 임원의 채용은 이사회 결의가 필요한 사항은 아니다”라면서 “조현민 전무는 대한항공과 진에 등 한진그룹에서 10여년 이상 광고와 마케팅 업무를 담당한 검증된 전문가로, 이를 통한 그룹 주주가치 제고에 적극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조 전무 복귀에 대해 내부에서도 반기지 않고 있어 향후 잡음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 전무 복귀 소식이 전해진 다음날 한진그룹 계열사 노조들은 일제히 성명을 내고 부당한 인사라는 입장을 내비쳤다.

대한항공 조종사 노동조합은 지난 11일 성명을 통해 “대한항공과 한진그룹의 가치하락에 따른 주주들의 금전적 손실은 물론, 직원들이 감내한 자괴감, 고성과 갑질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 등은 생채기로 남아있다”며 “본성이 바뀌지 않는 한 직책이 바뀌어도 갑질은 반복된다”며 조 전무의 사퇴를 요구했다.

같은날 진에어 노동조합 또한 성명을 내고 조 전무의 복귀를 “진에어 전 직원의 희망을 처참히 짓밟는 끔찍한 처사”라고 평가하며 “진에어 지분의 60%을 보유한 1대 주주 한진칼 전무로의 복귀는 곧 진에어를 사실적으로 지배하겠다는 뜻과 다름 없다”고 복귀 의도를 의심했다.

전날 대한항공 직원연대지부 또한 “조원태의 회장 취임과 조현민 한진칼 전무의 이런 복귀는 사회적 책임이나 직원들의 요구와는 전혀 상관없이 그들이 다시 자신들의 기득권을 회복하기 위한 수순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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