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일 검찰총장이 지난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검찰역사관 앞에서 과거사 관련 대국민사과를 하고 있다. ⓒ뉴시스
문무일 검찰총장이 지난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검찰역사관 앞에서 과거사 관련 대국민사과를 하고 있다. ⓒ뉴시스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문무일 검찰총장이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과거사위)의 권고와 관련해 검찰의 부실수사·인권침해를 사과하고 재발방지 대책마련을 약속했다.

문 총장은 지난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검찰역사관 앞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과거사위 조사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이며, 국민의 기본권 보호와 공정한 검찰권 행사라는 본연의 소임을 다하지 못했음을 깊이 반성한다”면서 “피해자분들과 그 가족 분들께 머리 숙여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검찰은 향후 권한을 남용하거나 정치적 중립성과 수사의 공정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제도와 절차를 개선해나가고, 형사사법 절차에서 민주적 원칙이 굳건히 뿌리내릴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문 총장은 “김학의 전 차관 사건에 대해 의혹이 남은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역사적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500권 상당 기록을 뒤져 관련 혐의를 찾아냈다”고 설명했다. 또 “1·2차 수사를 통해 밝히지 못한 점이 가장 부끄럽다”고 덧붙였다.

과거사위의 용산참사 조사 및 심의결과에 수사팀이 공개 반발한 데 대해서는 “하고 싶은 얘기를 하는 게 민주주의고, 행위에 책임을 묻는 것도 민주주의”라며 “민주주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문 총장의 사과는 과거사위의 권고로 이뤄지게 됐다. 과거사위는 지난해 12월 12일 과거사 조사를 통한 진상규명, 유사사례 재발방지 및 피해회복을 위한 조치사항 권고를 위해 마련됐다.

과거사위는 검찰총장에게 개별 사건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를 권고했으나 문 총장은 전체 과거사에 대한 포괄적 사과를 선택했다. 퇴임을 한 달 앞둔 문 총장의 잔여 임기를 고려한 것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사과 방식에 대해 문 총장은 “개별 사건에 대한 사과 방식은 내부 검토를 거쳐 남음 임기 동안 최선을 다해보겠다”고 밝혔다.

그간 과거사위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2013년) △유우성씨 간첩 증거조작 사건(2012년) △유성기업 노조파괴 및 부당노동행위 사건(2011년) △MB정부 청와대 및 국무총리실 민간인 사찰 사건(2010년) △용산참사(2009년) △장자연 리스트 사건(2009년) △남산 3억원 제공 의혹 등 신한금융 사건(2008~2015년) △정연주 전 KBS 사장 배임 사건(2008년) △PD수첩 사건(2008년) △약촌오거리 사건(2000년)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1991년) △삼례 나라슈퍼 사건(1999년) △낙동강변 2인조 살인사건(1990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1987년) △형제복지원 사건(1986년) △김근태 고문은폐 사건(1985년) △춘천 강간살해 사건(1972년) 등 17개 과거사 사건을 재조사했다.

과거사위는 이 중 △형제복지원 사건 △삼례 나라슈퍼 사건 △MB정부 청와대 및 국무총리실 민간인 사찰 사건 △유우성씨 간첩 증거조작 사건 △유성기업 노조파괴 및 부당노동행위 사건 △김근태 고문은퍠 사건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 △PD수첩 사건 △남산 3억원 제공 의혹 등 신한금융 사건 △약촌오거리 사건 △정연주 전 KBS 사장 배임 사건 △용산참사 등 15건에 대해 사과 및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책 마련 등을 권고했다.

아래는 과거사위가 조사한 15건에 대한 심의 및 권고사항이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지난해 11월 2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부산 형제복지원사건'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기 위해 만난 자리에서 눈물을 훔치고 있다. ⓒ뉴시스
문무일 검찰총장이 지난해 11월 2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부산 형제복지원사건'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기 위해 만난 자리에서 눈물을 훔치고 있다. ⓒ뉴시스

형제복지원 사건

형제복지원 사건에 대해 과거사위는 지난해 10월 10일 “형제복지원 수용자들에 대한 수용개시가 법률에 근거하지 않았고 과도하게 기본권을 제한해 위헌·위법하다”면서 “검찰은 실체적 진실 발견과 인권보호 의무를 방기하고 사건의 실체를 밝히는 것을 지연시켰다”고 심의했다.

과거사위는 국가에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 추가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권고하고 검찰총장에게 비상상고와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를 권고했다. 또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확립과 검사 개개인에게 직업적 소명의식을 확고히 정립할 수 있는 제도 및 대책 수립도 함께 권고했다.

이에 따라 문무일 검찰총장은 지난해 11월 20일 대법원에 형제복지원 사건에 대해 비상상고를 신청했다.

이로부터 7일 후인 같은 달 27일에는 형제복지원 피해자들과 만나 “피해자분들의 아픔이 회복되길 바라며 피해자와 가족분들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김근태 전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뉴시스
김근태 전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뉴시스

김근태 고문은폐 사건

과거사위는 2018년 10월 11일 김근태 고문은폐 사건을 조사한 뒤 “경찰의 불법수사에 대한 사법적 통제 권한을 갖고 있는 검찰이 경찰의 고문수사를 용인·방조하고 이를 은폐하는데 검찰의 권한을 남용했다”고 밝혔다.

과거사위는 “정부는 관련 규정의 개정 또는 폐지를 통해 정보기관이 검찰의 수사와 공소를 조정할 수 있는 근거를 하루 속히 없애고, 정보기관이 검찰의 수사와 공소제기에 관여하지 않아야 한다”며 국민과 피해 당사자들에 대한 검찰의 공식 사과, 정보기관의 ‘안보수사조정권’ 폐지를 권고했다.

지난 1월 13일 서울 용산구 민주인권기념관 조성예정지(옛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열린 고 박종철 열사 32주기 추모제에서 박 열사의 형 박종부씨가 참석자들에게 절을 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1월 13일 서울 용산구 민주인권기념관 조성예정지(옛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열린 고 박종철 열사 32주기 추모제에서 박 열사의 형 박종부씨가 참석자들에게 절을 하고 있다. ⓒ뉴시스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김근태 고문은폐 사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날 과거사위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에 대한 조사결과도 함께 발표했다.

과거사위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발생 초기 검찰이 치안본부의 조작·은폐 시도를 막고 부검을 지휘해 사인(死因)을 밝혀낸 점은 높게 평가한다”면서도 “검찰은 정권 안정이라는 정치적 고려를 우선해 치안본부에 사건을 축소·조작할 기회를 줬으며 치안본부 간부들의 범인도피 행위를 방조했다”고 지적했다.

또 “검찰의 잘못된 수사 사례와 모범적 수사 사례를 대비해 원인과 문제점, 대응방안 등을 검사와 수사관 교육과정에 반영하라”고 권고했다.

지난 2010년 11월 30일 신한은행 사태와 관련한 핵심인물인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서울중앙지검에 출두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2010년 11월 30일 신한은행 사태와 관련한 핵심인물인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서울중앙지검에 출두하고 있다. ⓒ뉴시스

남산 3억원 제공 등 신한금융 사건

이후 2018년 11월 14일에는 남산 3억원 제공 등 신한금융 사건에 대해 “법원이 확정한 사실관계, 신한은행 측이 2009년도 대검 중수부의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 비자금 수사 대응 과정에서 남산 3억원 사건을 숨기기 위해 ‘알리바이 자금’까지 마련한 사정, 이명박 전 대통령의 취임식 직전 신한은행 수뇌부에 의해 주도면밀하고 은밀하게 돈이 건네진 점 등을 종합할 때 남산 3억원 사건의 실체가 명백히 인정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검찰에 이 사건과 관련해 ‘신속하고 엄정한’ 수사를 권고했다.

그러나 검찰은 지난 4일 신한은행 측이 이상득 전 의원 측에 3억원을 전달한 의혹과 관련해 ‘수령자와 명목을 확인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사건의 핵심 인물인 라 전 회장에 대해서는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혐의 처분을 내렸으며 위성호 전 신한은행장 등 7명에 대해서도 불기소 처분했다.

다만 이 사건 관련 위증 혐의로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을 불구속 기소하고 당시 직원 3명을 약식기소했다.

강기훈씨가 지난 2016년 11월 1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국가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재판 변론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강기훈씨가 지난 2016년 11월 1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국가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재판 변론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에 대해 과거사위는 지난해 11월 21일 “검찰 조직 상부의 압력, 증거 은폐, 위법한 필적 감정, 위법한 강제수사 및 피의사실공표 등 유서대필 조작사건에서 제기된 의혹이 상당부분 사실로 확인됐다”며 “당시 수사검사의 진술을 통해 그간 부족했던 객관적 사실의 일부가 새롭게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과거사위는 피해자에 대한 검찰총장의 사과, 피의사실에 대한 확인되지 않은 사실과 단정적 주장을 언론에 발표하는 잘못된 관행 개선, 재심절차에서 검찰권 행사 준칙 재정립, 재심개시결정 및 재심 무죄 판결 불복 여부 심의 등 제도 개선을 권고했다.

MBC PD 수첩 관계자들이 지난 2011년 9월 2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광우병 보도 관련 최종선고를 받은 후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뉴시스
MBC PD 수첩 관계자들이 지난 2011년 9월 2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광우병 보도 관련 최종선고를 받은 후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뉴시스

PD수첩 사건

과거사위는 MBC에서 2008년 4월 방송된 <PD수첩>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편에 대해 검찰이 기소한 사건에 대해 지난 1월 9일 “검찰의 수사착수는 범죄의 혐의를 밝히기 위한 것이 아닌 정부정책에 대한 비판의 진위여부를 확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해 검찰의 수사권을 남용했다”고 발표했다.

또 수사과정에서 피의자들에게 유리한 자료를 확보했음에도 1심 재판까지도 제출하지 않았고 이에 대한 항소이유서, 증거신청서에 이를 제대로 기재하지 않는 등 검사의 객관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수사결과를 공표하면서 작가의 이메일을 공개해 ‘수사사건공조에관한준칙’과 ‘인권보호수사준칙’을 위반하고 수사자료를 유출하거나 기소 전 언론에 제보하는 등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이에 과거사위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 특정 사건에 대한 대검의 수사지휘 축소, 위법·부당한 수사지휘에 대한 실효성 있는 이의제기 절차 마련, 인권보호수사준칙 준수, 수사내용 유출방지를 위한 내부통제 방안 마련 등을 권고했다.

정연주 전 KBS 사장 ⓒ뉴시스
정연주 전 KBS 사장 ⓒ뉴시스

KBS 정연주 전 사장 배임 사건

지난 1월 17일, 과거사위는 KBS 정연주 전 사장 배임 사건에 대해 “유죄판결 가능성에 대한 상당한 이유가 없음에도 정 전 사장에 대한 공소를 제기했다”며 “적법한 공소권 행사의 범위를 일탈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과거사위는 정 전 사장에 대한 검찰총장의 사과, 검사 권한남용 통제 수단 마련, 판사, 검사, 중재인 등이 일방에 유리하거나 불리하게 법을 왜곡한 경우 처벌하는 ‘법왜곡죄’ 도입 적극 검토,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보장을 위한 개선책 마련, 구체적 사건에 관한 법무부장관의 검찰총장 지휘·감독권 제도 개선책 마련 등을 권고했다.

지난 2016년 11월 17일 광주 동구 광주고법에서 열린 '약촌오거리 살인사건' 재심선고공판을 마친 뒤 피해자들의 변호를 맡은 박준영 변호사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2016년 11월 17일 광주 동구 광주고법에서 열린 '약촌오거리 살인사건' 재심선고공판을 마친 뒤 피해자들의 변호를 맡은 박준영 변호사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약촌오거리 사건

같은 날인 1월 17일, 과거사위는 약촌오거리 사건에 대한 심의결과도 함께 발표했다.

과거사위는 검찰이 무고한 최모씨에 대해 기소 및 공소를 유지하고 진범 김모씨에 대해 ‘혐의 없음’ 처분을 내리는 등 검찰의 과오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씨 및 최씨의 가족과 약촌오거리 살인사건 유족에 대한 검찰총장의 사과, 과거사 관련 국가배상 사건의 신속·실효적인 이행방안 수립 및 시행, 최씨에 대한 법원의 재심개시 결정에 대해 재항고한 경위 등 재심 대응의 적정성 파악 등을 권고했다.

지난 2016년 10월 28일 전주지방법원에서 '삼례 나라슈퍼 3인조 강도치사사건' 재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재심청구인들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2016년 10월 28일 전주지방법원에서 '삼례 나라슈퍼 3인조 강도치사사건' 재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재심청구인들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삼례 나라슈퍼 사건

같은 달 23일, 과거사위는 삼례 나라슈퍼 사건에 대해 “경찰 수사과정에서 폭행 등 강압수사로 허위자백이 이뤄졌고 검찰 수사에서도 인권침해행위가 존재했다”며 “사건처리의 공정성, 중립성을 의심받을 소지가 충분한 원처분검사에게 내사사건을 배당한 것은 원처분검사의 판단에 따라 종전 수사결과를 그대로 유지하고 진범에 대해 무혐의로 내사종결을 해도 무방하다는 미필적 인식이 없었다면 이뤄지지 않았을 결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과거사위는 검찰에 수사단계에서의 형사공공변호인제도 도입, 장애인 조사 과정에 대한 필수적인 영상녹화제도 마련, 검사 및 수사관 기피·회피제도 도입, 기록 교차검토제도 도입 등을 권고했다.

전국언론노조 YTN지부가 지난 2013년 3월 5일 이명박 전 대통령 등을 상대로 불법사찰 횡령, 직권남용 혐의에 관한 민형사 고소를 제기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고등검찰청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전국언론노조 YTN지부가 지난 2013년 3월 5일 이명박 전 대통령 등을 상대로 불법사찰 횡령, 직권남용 혐의에 관한 민형사 고소를 제기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고등검찰청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MB정부 청와대 및 국무총리실 민간인 사찰 사건

지난 1월 28일 과거사위는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와 국무총리실에서 민간인을 불법사찰 했다는 의혹에 대해 “검찰은 민간인 김모씨의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 수사 시부터 지원관실의 불법사찰 등 행위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이를 인지수사 하지 않았고, 1차 수사 당시 청와대 관련 대포폰 수사도 매우 소극적으로 진행했으며 2차 수사에서도 청와대 윗선 가담 관련 수사를 소극적으로 진행했다”고 밝혔다.

또 “청와대 및 국무총리실의 비선조직이 정권에 비판적인 민간인 등을 광범위하게 불법사찰한 전대미문의 사건이 일어났음에도 검찰은 대통령 등 정치권력에 대한 수사를 매우 소극적으로 진행해 불법을 자행하는 정치권력을 보호했다”고 지적했다.

과거사위는 이와 관련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등을 통한 국가권력에 대한 엄정한 검찰권 행사, 검찰 지휘부 수사지휘권 행사기준 마련 및 이의제기절차 도입, 기록관리제도 보완, 배당 사건 방치 방지제도 마련 등을 권고했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등 간첩으로 몰렸다가 대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유우성씨. ⓒ뉴시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등 간첩으로 몰렸다가 대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유우성씨. ⓒ뉴시스

유우성씨 간첩 증거조작 사건

화교 출신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씨를 간첩으로 몰기 위해 증거를 조작한 사건에 대해 과거사위는 지난 2월 8일 “국정원 중앙합동신문센터(합신센터) 조사과정에서 조사관들로부터 폭행, 협박 등 가혹행위를 당했다는 유우성씨의 동생 유가려씨의 진술은 진정성이 인정되며, 합신센터 조사관들은 사실관계를 왜곡해 위증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조사과정에서의 가혹행위가 실제로 있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유가려씨에 대한 변호인 접견교통권 통제, 유우성씨에게 유리한 증거 은폐 및 지연제출, 유우성씨의 출입경기록 영사확인서 검증 소홀 등 수사 및 재판과정에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과거사위는 검찰총장에게 유우성·유가려씨에 대한 사과를 권고하고 국정원에도 대공수사 및 탈북민 조사과정의 인권침해 방지 방안 마련을 권고했다.

낙동강변 살인사건

지난 1990년 발생한 낙동강변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유죄가 확정된 최인철·장동익씨의 사건에 대해 과거사위는 지난 4월 17일 “부산 사하경찰서 수사팀에 의한 고문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며 “최·장씨는 검찰 수사과정에서 고문 등 가혹행위로 어쩔 수 없이 자백했다고 진술했으나 수사검사는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수사 자체가 매우 부실했으며, 수사검사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서 내용의 의미를 왜곡해 검사의 객관의무를 저버리고 실체적 진실 발견이라는 형사소송법의 근본원칙을 외면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과거사위는 피의자가 자백을 번복할 경우 검증할 수 있는 기준 및 절차 마련, 강력사건의 경우 중요증거물에 대한 기록 보존 혹은 공소시효 만료 시까지 보전할 수 있는 방안 마련, 피조사자들의 실질적인 조서열람권 보장 방안 마련, 수사기록목록 진실성 확보 절차 및 이를 위반한 검사·수사관 등에 대한 징계절차 마련 등을 권고했다.

고(故) 장자연 배우의 영정사진 ⓒ뉴시스
고(故) 장자연 배우의 영정사진 ⓒ뉴시스

장자연 리스트 사건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은 배우 고(故) 장자연씨 성접대 강요 사건에 대해 과거사위는 지난 5월 20일 “장씨가 문건에 기재한 피해내용은 신빙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는 심의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장씨가 명단을 기재한 이른바 ‘장자연 리스트’에 대해서는 “리스트의 실물을 확인할 수 없고, 리스트에 구체적으로 누구의 이름이 기재됐는지 등에 대한 진상규명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또 장씨의 기획사 대표 김종승씨의 술접대 지시·강요가 있었으며, 수사과정에 있어 주요 증거 확보·보존 누락, 장씨의 성폭행 피해 의혹 등 미진한 부분이 있다고 판단했다.

심의 결과에 따라 과거사위는 성폭행 피해 증거의 사후적 발견에 대비한 기록 보존, 위증 혐의에 대한 수사, 디지털 증거 원본성 확보를 위한 제도 마련, 증거확보 및 보존 과정에서 공정성 확보 방안 마련, 수사기관 종사자의 증거은폐에 대한 법왜곡죄 입법추진, 검찰공무원 간의 사건청탁 방지 제도 마련 등을 검찰에 권고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뉴시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뉴시스

김학의 전 차관 사건

과거사위는 지난 5월 29일 김학의 전 차관 사건에 대한 심의 결과를 발표하면서 “2013년 수사 당시 윤중천씨와 김 전 차관에 대한 검찰의 봐주기 수사 의혹의 실체가 확인됐고 경찰 송치죄명에 국한된 부실수사 등 수사팀의 과오가 드러났다”며 “사건 실체가 장기간 은폐되고 수사기관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팽배해지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밝혔다.

과거사위는 법무부와 검찰에 김 전 차관 사건에 대한 엄정 수사, 공수처 마련을 위한 입법적 논의 적극 참여, 결재제도 전면 점검 및 개선, 성범죄 처벌·피해자 보호를 위한 관련 법제도 정비, 약물·디지털 성범죄 관련 법령 개정 등을 권고했다.

지난 2009년 1월 20일 서울 용산 4구역 철거민들이 이주대책을 보상을 요구하며 한강로 2가 남일당 빌딩 옥상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경찰이 살수차와 특공대를 동원해 강제진압 작전을 벌이고 있다 ⓒ뉴시스
지난 2009년 1월 20일 서울 용산 4구역 철거민들이 이주대책을 보상을 요구하며 한강로 2가 남일당 빌딩 옥상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경찰이 살수차와 특공대를 동원해 강제진압 작전을 벌이고 있다 ⓒ뉴시스

용산참사

지난 2009년 용산 지역 철거민들의 농성 및 진압과정에서 철거민 5명과 특공대원 1명이 사망하고 철거민·경찰관 30명이 부상을 입은 용산참사에 대해 과거사위는 지난 5월 31일 조사 및 심의결과를 발표했다.

과거사위는 “수사 초기 화재가 철거민 중 한 명이 던진 화염병에 의해 발생했다고 속단하고 수사를 진행했다”면서도 “과거사위 진상조사단의 조사를 통해서도 화재 원인에 대해 다른 결론을 도출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검찰의) 이 사건 수사가 기본적으로는 사건의 진상을 은폐·왜곡했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다만 과거사위는 “당시 경찰의 진압작전이 무모했다”면서 “검찰 수사과정에서 철거민들에 대한 수사와 경찰관들에 대한 수사가 유사한 비중으로 이뤄지지 않았으며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서면조사 결정, 통신사실확인자료 조회 누락도 검찰의 중립성에 의문을 갖게 하는 계기가 됐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경찰특공대원이 컨테이너 내에서 망루 등을 촬영한 동영상 원본이 있을 것으로 보이나 이에 대한 수사가 부족했던 점, 유족 참여를 배제한 긴급부검, 법원의 수사기록 열람·등사결정에도 끝까지 이를 거부한 위법, 용역업체 위법행위 및 경찰 직무유기에 대한 소극적 수사 등도 검찰의 중립성에 대한 의혹을 가중시켰다고 덧붙였다.

용산참사 당시 수사팀은 조사단의 조사결과에 대해 “경찰 진압의 많은 문제점을 밝혀내고 시인까지 받았으나 사실관계와 법리에 따라 형사처벌하지 못한 것일 뿐”이라며 “지극히 주관적, 추상적인 의심을 객관적 사실인 양 적시했다”고 반발했다. 또 조사단에 “진상조사 결과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물을 수도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과거사위는 “조사단의 조사는 검찰권의 남용·인권침해 의혹을 규명해 과거 잘못을 반성하고 제도개선을 모색하자는 취지”라며 “수사팀은 과거 담당했던 수사과정에서 억울함을 당했거나 불공정한 대우를 받았을 국민의 입장을 우선하는 것이 검사다운 모습”이라고 반박했다.

과거사위는 검찰에 용산참사 사망자 유족 및 철거민들에 대한 공식적인 사과, 수사기록 열람·등사에 관한 교육 및 제도개선, 형사소송법 제222조 제2항의 긴급성 판단을 위한 지침 마련, 검사의 구두지휘에 대한 서면기록 의무화 등을 권고했다.

형사소송법 제222조 제2항은 변사자 또는 변사로 의심되는 사체의 검시로 인해 범죄 혐의를 인정하고 긴급을 요할 경우 영장 없이 검증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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