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긴급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긴급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2일 일본이 각의를 열고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우대국 명단)’에서 한국을 제외시킨 것과 관련해 유감의 뜻을 밝히며 “우리는 다시는 일본에 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주재한 긴급 국무회의에서 “문제해결을 위한 외교적 노력을 거부하고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는 대단히 무모한 결정으로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외교적 해법을 제시하고 막다른 길로 가지 말 것을 경고하며, 문제해결을 위해 머리를 맞대자는 우리 정부의 제안을 일본 정부는 끝내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일정한 시한을 정해 현재 상황을 더 이상 악화시키지 않으면서 협상할 시간을 가질 것을 촉구하는 미국의 제안에도 응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 정부와 국제사회의 외교적 해결 노력을 외면하고 상황을 악화시켜온 책임이 일본 정부에 있는 것이 명확해진 이상, 앞으로 벌어질 사태의 책임도 전적으로 일본 정부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경고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화이트리스트 배제와 관련해 문 대통령은 “무슨 이유로 변명하든, 일본 정부의 이번 조치는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명백한 무역보복”이라고 규정했다.

아울러 “또한 ‘강제노동 금지’와 ‘삼권분립에 기초한 민주주의’라는 인류 보편적 가치와 국제법의 대원칙을 위반하는 행위”라며 “일본이 G20 회의에서 강조한 자유무역질서를 스스로 부정하는 행위다. 개인청구권은 소멸되지 않았다고 일본 정부 자신이 밝혀왔던 과거 입장과도 모순된다”고 비판을 이어갔다.

더불어 “우리가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일본 정부의 조치가 우리 경제를 공격하고 우리 경제의 미래성장을 가로막아 타격을 가하겠다는 분명한 의도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라며 “우리의 가장 가까운 이웃이며 우방으로 여겨왔던 일본이 그와 같은 조치를 취한 것이 참으로 실망스럽고 안타깝다”고 전했다.

또한 “일본의 조치는 양국 간의 오랜 경제 협력과 우호 협력 관계를 훼손하는 것으로서 양국 관계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며 “또한 글로벌 공급망을 무너뜨려 세계 경제에 큰 피해를 끼치는 이기적인 민폐 행위로 국제사회의 지탄을 면할 수 없을 것”이라고 거듭 비판했다.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은 “가해자인 일본이 적반하장으로 오히려 큰소리치는 상황을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며 일본의 부당한 경제보복 조치에 대해 상응하는 조치를 단호하게 취해 나갈 방침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비록 일본이 경제 강국이지만 우리 경제에 피해를 입히려 든다면, 우리 역시 맞대응할 수 있는 방안들을 가지고 있다”며 “일본 정부의 조치 상황에 따라 우리도 단계적으로 대응조치를 강화해 나갈 것이다. 이미 경고한 바와 같이 우리 경제를 의도적으로 타격한다면 일본도 큰 피해를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도 “우리 정부는 지금도 대응과 맞대응의 악순환을 원치 않는다”며 “멈출 수 있는 길은 오직 하나, 일본 정부가 일방적이고 부당한 조치를 하루속히 철회하고 대화의 길로 나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은 이번 사태를 도약하는 기회로 만들어내겠다는 대국민 메시지도 전했다.

문 대통령은 “적지 않은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우리 기업들과 국민들에겐 그 어려움을 극복할 역량이 있다”며 “과거에도 그래왔듯이 우리는 역경을 오히려 도약하는 기회로 만들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도 소재·부품의 대체 수입처와 재고 물량 확보, 원천기술의 도입, 국산화를 위한 기술개발과 공장 신·증설, 금융지원 등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지원을 다하겠다”며 “나아가 소재·부품 산업의 경쟁력을 높여 다시는 기술 패권에 휘둘리지 않는 것은 물론 제조업 강국의 위상을 더욱 높이는 계기로 삼겠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정부와 기업, 대기업과 중소기업, 노와 사, 국민들이 함께 힘을 모은다면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일”이라며 “정부와 우리 기업의 역량을 믿고, 자신감을 가지고, 함께 단합해 주실 것을 국민들께 호소드린다”고 당부했다.

이와 더불어 문 대통령은 “힘으로 상대를 제압하던 질서는 과거의 유물일 뿐, 오늘의 대한민국은 과거의 대한민국이 아니다”라며 “국민의 민주 역량은 세계 최고 수준이며, 경제도 비할 바 없이 성장했다. 어떠한 어려움도 충분히 극복할 저력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더불어 “도전에 굴복하면 역사는 또다시 반복된다”며 “지금의 도전을 오히려 기회로 여기고 새로운 경제 도약의 계기로 삼는다면 우리는 충분히 일본을 이겨낼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지금 이 자리에서 멈춰 선다면, 영원히 산을 넘을 수 없다”며 “국민의 위대한 힘을 믿고 정부가 앞장서겠다. 도전을 이겨낸 승리의 역사를 국민과 함께 또 한번 만들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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