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장 안전장치 임의해제로 협력업체 직원 피폭사고
림프종 직원 산재 갈등 이어 작업장 안전 논란 재점화

이정훈 서울반도체 대표이사ⓒ뉴시스
이정훈 서울반도체 대표이사ⓒ뉴시스

【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 암 발병 직원을 상대로 산업재해 공방을 벌였던 서울반도체가 최근 협력사 직원 피폭사고가 발생하면서 작업장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앞서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는 지난 16일 서울반도체에서 방사선피폭사고로 용역업체 직원 6명이 방사선 피폭이 의심된다고 밝혔다. 피폭 의심 직원은 조사과정에서 1명이 더 늘어 7명이 됐다.

원안위 조사 결과 반도체 결함검사용 X-ray 발생장치의 작동 연동장치를 임의로 해제해 방사선이 방출된 상태에서 손을 기기 내부로 집어넣은 것이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작업량 늘리려다 피폭사고? 안전 관리 도마

이런 가운데 최근 서울반도체가 검사 물량을 늘리기 위해 임의로 연동장치를 해제해 방사선 방출이 일어나도록 조작했다는 내용이 공개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원안위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노웅래 위원장에게 제출한 ‘서울반도체 방사선 피폭사고 발생원인’자료에서 “검사물량을 증가시키기 위해 임의로 연동장치를 해제해 문을 개방한 상태에서도 방사선이 방출되도록 장치를 조작했다”며 “용역업체 작업자들은 연동장치를 해제해 사용하는 것으로 교육을 받았고 그대로 작업을 했다고 진술하고 있다”고 밝혔다.

게다가 실제 피폭된 직원이 지금까지 파악된 7명을 넘어 설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지난 20일 MBC는 서울반도체 관계자 말을 빌어 “지금까지 50명이 넘는 직원들이 방사능에 노출된 작업장에서 일했다”고 보도했다.

또 직원 대상으로 사전 안전교육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 사측의 안전 의식에 큰 문제가 있다는 주장도 함께 전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반도체 측은 지난 21일 낸 입장문에서 “당사는 관련 법규정에 따라 산업안전보건교육 준수를 성실히 이행해 왔다”며 “협력사와는 도급계약에 따라 업무수행을 위임해 해당업체 관리자를 통한 안전교육 및 업무지시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서울반도체는 물량 압박 지시 및 언급은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번 사고원인과 관련해서도 사측이 아닌 “협력사 직원들이 해당 장치의 작동 연동장치를 임의로 해제해 발생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해명에도 서울반도체의 부실한 작업자 안전 관리에 대한 우려는 계속되고 있다. 공교롭게도 피폭 사고에 노출된 직원은 모두 용역업체 소속이라는 점에서 이른바 위험의 외주화 논란에서도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초 직원과 산재소송, 작업 환경 개선 요구    

서울반도체에 따르면 작업 공정 과정에서 다수의 용역업체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작업에 용역업체가 투입되고 있는지 설명을 들을 순 없었다.

안전교육 또한 협력업체에 위임되고 있어 작업자들이 안전을 보장받기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민진 정의당 청년대변인은 지난 20일 국회에서 진행한 브리핑에서 “서울반도체 하청업체 노동자를 위한 사업장 안전기준이 지켜져야 한다”며 “노동자들의 건강과 안전은 ‘빨리빨리’ 물량을 빼는 것보다 하찮게 여겨졌고 용역업체 간부도, 본사도, 원자력안전법도 이들을 방사선 피폭으로부터 지켜주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서울반도체의 작업장 안전 문제는 앞서 악성림프종으로 숨진 근로자의 산업재해 취소 소송 논란에서도 촉발된 바 있다.

서울반도체 작업장에서 근무하던 이가영씨는 악성림프종을 앓게 된 뒤 지난해 10월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산업재해를 인정받았다. 하지만 서울반도체는 올해 1월 공단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 산업재해 취소 소송을 냈다. 지난 4월 8일 이 씨는 끝내 숨을 거뒀고 유가족이 대표이사의 사과와 산재취소 소송 취하를 요구하며 발인을 미루자 서울반도체는 뒤늦게 소송을 취하하기로 결정했다.

이씨 죽음과 관련해 작업장 안전 관리 역시 도마에 올랐다. 당시 노조는 서울반도체 근무 여건이 주·야간 12시간 2교대로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4월 11일 이씨 추모 집회에 나섰던 박정훈 서울반도체 노조위원장은 “유해물질운반차량이 회사를 오가는 것은 물론이고 작업장에서도 일부 공정에서 사용을 하고 있다”며 사측에 작업환경 개선을 요구하기도 했다. 당시 서울반도체가 소송을 취하했지만 “작업환경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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