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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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홍세기 기자】 고용노동부가 50~299인 중소기업에 대한 주52시간제 시행을 연기 없이 예정대로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할 방침을 재차 강조하면서 재계는 물론 노동계도 이견을 보이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고용부 권기섭 근로감독정책단장은 19일 ‘노동시간 단축 현장안착 추진현황’ 관련 브리핑에서 시행 연기를 고려하고 있지 않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내년 1월부터 50~299인 사정장에 대해 주52시간제를 적용한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7월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을 기업을 대상으로 주52시간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날 권 단장은 “시행연기 자체가 주52시간 제도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게 아니라 문제점을 뒤로 미루는 것 밖에 안되기 때문에 정부 입장에서는 시행연기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정기국회가 내년도 시행을 앞두고 제도를 보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기 때문에 일부 보완입법(탄력근로제 확대 등)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초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최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299인 이하 중소기업에 대한 52시간 근무제 적용 관련 정부의 최종적인 대응방향을 다시 한번 점검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주52시간제 시행연기를 시사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에 권 단장은 “홍 부총리가 직접적으로 시행연기를 언급하신 적은 없고, 다만 제도개선 등 다각적 측면에서 검토를 해야 된다는 정도의 입장을 말씀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부 내에서 시행연기에 관해 공식적으로 입장을 결정한 바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고용부는 지난해 7월 300인 이상 사업장에 대한 주52시간제를 시행하면서 행정적 보완조치로 일정기간 계도기간을 부여한 바 있다.

또 권 단장은 “정부가 할 수 있는 행정적 조치(계도기간)는 일단 입법사항을 보면서 결정을 할 예정”이라며 “만약 모든 게 다 잘 안 될 경우에 생각할 수 있는 옵션이다”라고 계도기간 부여에 대해선 부정하진 않았다.

덧붙여 그는 “행정적 조치들은 일단 국회 상황을 보면서 정부가 고려를 해야되지 않겠나 생각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코 앞으로 다가온 주52시간제 중소기업 “고용축소는 필연”

이에 따라 중소기업들의 걱정도 커지고 있다. 제도 안착 시까지 계도기간을 부여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지만, 대책 마련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고용노동부는 이날 노동시간 실태조사 결과도 발표했다. 실태조사 결과 내년부터 주 52시간제가 적용되는 50~299인 기업 중 2만7000여곳 중에서 법 시행시 문제없다는 기업이 61%로 집계됐다. 하지만 ‘아직 준비 중’이라는 기업 31.8%, ‘준비하지 못하고 있다’는 기업도 7.2%나 됐다.

이번 실태조사는 고용부가 지난 6, 7월 50~299인 기업 1300개소를 대상으로 조사했으며, 앞서 노동부는 4회에 걸쳐 23개소 현장 간담회를 진행한 바 있다.

조사결과 주52시간을 초과하는 노동자가 1명이라도 있는 기업(2019년 5월 기준)은 6곳 중 1곳(17.3%)으로 나타났다.

이들 기업의 상시 근로자 수 대비 평균 초과 노동자 수 비율은 18.9%로 나타났다. 고용부가 조사한 시점에 당장 주 52시간제를 시행하면 법을 위반하는 사업장이 4700개소, 종사자는 약 10만명으로 추산되는 만큼 혼란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주52시간을 넘어서는 노동자가 1명이라도 있는 기업의 비율은 지난 2, 3월에 실시한 1차 조사(18.5%)보다 1.2%포인트 감소하는데 그쳐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기 힘들 전망이다.

주52시간 초과 노동자가 있는 기업을 업종별로 구분해보면 제조업이 33.4%로 가장 많았다. 이어 ▲숙박·음식점업(24.9%) ▲수도·하수 및 폐기물 처리업(16.2%) ▲정보 통신업(16.2%) 순으로 나타났다.

기업이 주로 52시간제를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추가 채용에 따른 인건비 부담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주52시간제 대비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응답한 기업(7.2%)은 ▲추가 채용에 따른 인건비 부담 53.3% ▲주문 예측의 어려움 13.7% ▲구직자 없음 10.1% ▲유연근로제 등 노조와 협의 어려움 6.0% 등을 이유로 꼽혔다.

민주·한국노총, 주52시간제 놓고 이견

고용노동부가 내년 1월 50~299인 사업장 주52시간제 시행을 앞두고 발표한 실태조사 결과를 놓고 양대 노총의 반응이 미묘하게 엇갈리고 있다. 민주노총은 주52시간제가 탄력근로제 개악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한국노총은 일각에서 나오는 주52시간 제도 연기 군불에 경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고용부는 주52시간제 현장 안착을 위해 국회에 계류 중인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법안 통과가 절실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 계도기간 부여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이날 논평을 내고 “주 52시간 정착을 위한다는 정부 결론은 역시 ‘답정너’로 탄력근로제 개악”이라며 “인건비와 일터혁신 지원 확대 노력은 찔끔 예산으로 보여주기에 그쳤고 원하청 문제 개선 대책은 쏙 빼면서 탄력근로제 개악만 되면 다 해결된다는 식”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결국 예외적인 상황을 핑계로 임금을 줄이고 노동자 건강을 파괴하는 탄력근로제 전면 확대를 바라는 재벌의 요구를 수용한 것”이라며 “정기국회를 앞두고 장시간·저임금 체제를 유지하려는 재벌 의도에 전적으로 부응하는 내용”이라고 밝혔다.

반면,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이번 실태조사 결과가 노동시간단축 제도의 무리 없는 안착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시행 연기를 경계하고 나섰다.

또 민주노총과 달리 한국노총은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한국노총은 “주52시간 시행을 위한 준비가 완료됐거나 준비 중인 곳이 92.8%로 중소기업 현장의 노사는 노동시간 단축 제도 시행을 착실히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실태조사 결과는 노동시간단축이 우리 사회에 무리 없이 안착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정부의 주52시간제 도입에 찬성의 뜻을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노총은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최근 들어 경제부처 등을 통해 나오고 있는 잘못된 시그널”이라며 “노동부의 조사대상 기업 중 주52시간 초과자가 있는 기업은 17.3%에 불과함에도 경제 상황을 거론하며 노동시간 단축 시행 연기의 ‘연기’를 피우는 것은 정상적인 길로 가고 있는 기업들의 심리를 자극해 비정상적인 방향으로 이끌어 가게 할 뿐”이라고 밝혀 연기 될 것을 우려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덧붙여 한국노총은 “정부가 이번 조사에 포함시킨 유연근로 요건 완화, 돌발상황 발생 시 연장근로 예외적 허용, 추가 준비기간 부여 항목은 그동안 재계가 노동시간단축 제도시행을 회피할 목적으로 요구해왔던 사항”이라며 “300인 미만 대다수의 기업들이 주52시간 시행을 착실히 준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또다시 연장근로 예외인정 등 법 개정을 운운하며 제도시행을 기피할 명분을 준다면 노동시간단축의 골든타임을 결국 놓치고 말 것”이라고 강행 할 것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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