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부터 5~49인 사업장 ‘주52시간 근무제’ 도입
경영계 “계도기간 필요” vs 정부 “적극지원 약속”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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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오는 7월부터 5~49인 사업장에 대해서도 ‘주52시간 근무제’가 적용된다. 경영계에서는 영세 사업장의 준비 미흡 등을 이유로 계도기간 적용을 촉구해왔으나, 정부는 예정대로 시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2018년 3월, 정부는 장시간 노동을 개선하고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는 등 노동시장의 관행을 바꾸기 위해 주52시간 근무제를 도입했다. 이에 따라 1주 동안 노동할 수 있는 최대 시간은 법정 근로시간 40시간과 연장 근로시간 12간 등 총 52시간 이내로 제한된다. 18세 미만인 연소근로자의 노동시간은 1주 최대 40시간이다.

300인 이상 사업장을 시작으로 50~299인 사업장, 5~49인 사업장 순으로 적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300인 이상 기업은 2018년 7월부터 시행됐다. 50~299인 사업장은 지난해 1월부터 적용하되 1년의 계도기간을 거쳐 올해부터 본격 시행 중이다. 5~49인 사업장은 오는 7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정부는 주52시간 근무제 도입을 통해 노동자는 저녁 있는 행복한 삶과 건강을, 기업은 생산성 향상을, 청년들에게는 일자리 확대 등 효과가 나타날 거라고 기대했다.

실제 우리 사회에 의미 있는 변화가 일고 있다는 게 정부의 분석이다.

고용노동부 권기섭 노동정책실장은 “2017년과 비교해 지난해 연간 근로시간은 감소했으며, 주52시간을 초과하는 취업자의 비율도 줄어들었다”며 “국민들께서 주52시간 근무제를 20대 국회의 좋은 입법 1위로 선정해 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지난 14일 열린 ‘주52시간제 대책 촉구 관련 경제단체 공동입장’ 발표 기자회견 ⓒ뉴시스
지난 14일 열린 ‘주52시간제 대책 촉구 관련 경제단체 공동입장’ 발표 기자회견 ⓒ뉴시스

“아직은 준비 미흡”

주52시간 근무제 도입이 2주도 채 남지 않은 5~49인 사업장은 아직까지 준비가 미흡하다고 우려하며 계도기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계도기간 도입은 300인 이상 사업장 적용 당시부터 계속해서 제기돼 온 사안이다.

당시 300인을 갓 넘는 일부 중소·중견기업에서 근로시간 단축을 위한 인력채용 등을 준비하기에 기간이 부족하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노동부는 노동시간 단축 연착륙을 위해 노동시간 위반이 적발되는 사업장과 사업주를 대상으로 최장 6개월간 처벌을 면할 수 있는 시정기간을 적용하기로 한 바 있다.

또 당초 50~299인 사업장은 2020년 적용을 목적으로 했으나, 1년의 계도기간을 부여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경영계에서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인해 영세 사업장의 경영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5~49인 사업장에 주52시간 근무제가 적용될 경우 막대한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계도기간 부여와 더불어 보완대책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중소기업중앙회 등 5개 경제단체는 “코로나19 영향으로 현장에서 느끼는 경제 상황이 여전히 어려운 상황에서 특단의 보완책도 마련되지 않았는데 50인 미만 기업에 대해 주52시간제가 시행되면 큰 충격을 안길 수 있다”며 “50인 미만 기업에도 대기업과 50인 이상 기업처럼 추가적인 준비기간이 부여돼야 한다”고 밝혔다.

더불어 “갑작스러운 업무량 증가에 대응할 수 있도록 특별연장근로 인가기간 확대와 영세기업들의 낮은 대응력을 감안한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 대상 확대 등을 도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고용노동부 전경 ⓒ뉴시스
고용노동부 전경 ⓒ뉴시스

“전방위 대책 마련·시행”

정부 역시 더 이상의 계도기간은 없다는 완강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다만 주52시간 근로제의 현장 안착을 위한 전방위 지원을 시행하겠다고 약속했다.

정부는 주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인한 사업장의 부담을 완화하고자 탄력근로제와 선택근로제 등 대책방안을 마련해온 바 있다.

탄력근로제란 일이 많은 기간에 일을 늘리는 대신 일이 적은 기간에는 근로시간을 줄여 평균 법정 한도, 주 52시간 내로 조정하는 제도다. 선택근로제란 정해진 근로기간 범위 안에 1일의 근로시간을 근로자가 원하는 대로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근무 방식이다.

재해 및 재난, 이에 준하는 사고 수습을 위한 경우로 제한해왔던 특별연장근로 인가 사유도 ‘근로자 동의’와 ‘노동부 장관의 인가’를 받는 경우로 확대해 일시적으로 주52시간을 초과해 연장근로를 할 수 있도록 바꿨다.

정부는 5~49인 사업장은 이러한 대책들이 동시에 지원되는 상황에서 주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는 만큼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때문에 계도기간을 주기보다는 제도를 적용하고 실제 현장에 어려움이 있는지 살피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권기섭 노동정책실장은 “(탄력·선택근로제 외에도) 근로시간 단축 기업에 대해 인건비 지원이나 정부조달 가점, 정책금융 우대 등도 지속해나갈 것”이라며 “어려움이 있는 업종에 대해서는 생산성 향상과 인력난 해소 등을 위해 관계 부처가 적극적으로 힘을 모으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변화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을 수 있지만 장시간 근로개선은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인 점은 틀림이 없다”며 “주52시간 근로제가 현장에 빠르게 안착되는 한편 기업의 생산성이 향상되고 국민의 삶의 질이 한 단계 올라서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노동계에서는 정부가 계도기간이 없다고 밝혔으나 사실상 부여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하며, 흔들림 없는 주52시간 근무제 도입을 촉구한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사업장을 대상으로 정기감독을 시행할 때 노동시간 준수여부도 조사해 위반 사실이 적발되면 1차 시정기간 3개월 부여, 2차 시정기간 1개월까지 부여하고 이후에도 시정되지 않으면 처벌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단속 중심이 아닌 계도 중심의 근로감독이 아니면 무엇인가. 그럼에도 계도기간 부여를 또다시 요구하는 것은 최대 주52시간 근무제를 시행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국노총은 “정부는 그동안 사용자단체의 이러한 요구를 곧이곧대로 다 수용했다”며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중대재해의 80%가 발생하고 있고, 그 주된 원인이 장시간노동과 근로감독의 사각지대다. 5인 미만 사업장의 비인간적인 노동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노동시간 단축 제도의 정착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계획대로 5~49인 사업장에 주52시간 근무제를 도입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에는 이변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부가 전방위 지원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고, 경영계에서도 추가연장근로제 대상과 특별연장근로 인가기간 확대 등을 요구하고 있어 주52시간 근무제 보완책을 둘러싼 노·사·정간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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