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 해임 권고가 빠지고 증권발행제한 4개월로 단축

【투데이신문 홍세기 기자】 삼성물산이 1조6000억원대 회계처리 기준 위반으로 증권발행제한 등의 제재를 받은 것이 뒤늦게 드러났다. 또 당초 받았던 제재가 낮아지면서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삼성물산은 감독당국의 의결을 존중하며 향후 더욱 엄격하고 투명하게 운영하겠다는 입장이다.

23일 금융당국과 삼성물산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 8월 열린 정례회의에서 금융감독원이 올린 ‘삼성물산의 분·반기보고서에 대한 조사 결과 조치안’을 수정 의결했다.

금융자산의 손상 발생에 대한 객관적인 증거가 있는지 보고 기간 말에 평가해야 한다. 그러면서 증거가 있을 경우 손상차손을 인식하고, 시장 가치가 급격히 하락하면 이를 재무제표에 손실로 반영해야 한다.

이번 제재 배경은 삼성물산이 지난 2017년 1~3분기 중 분·반기보고서에 ‘매도 가능 금융자산’으로 삼성SDS 주식(1321만5822주)을 보유했음에도 삼성SDS 주가가 계속 하락했지만 이를 손상차손으로 인식하지 않고 회계처리를 해 1조632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과대계상했다는 것.

당시 삼성SDS 주가는 2015년 말 25만4000원에서 2016년 말 13만9500원으로 45.1% 하락했다가 2017년 말 20만원 선을 회복했다.

삼성물산은 “IFRS 본고장인 유럽의 주요 사례, 국제회계기준해석위원회의 의견과 삼성SDS의 기업가치 등을 감안해 회계기준상 손상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며 “삼성SDS 주가 하락에 따른 평가손실을 자본의 감소(기타포괄손실)로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구 회계기준인 K-IFRS 제1039호가 ‘지분상품의 공정가치가 원가 이하로 유의적으로 또는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경우는 손상이 발생하였다는 객관적인 증거가 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IFRS를 적용하고 있는 유럽 다수의 회사가 지속적의 기준을 2~5년으로 적용하고 있어 해당사항이 없다고 해석했다는 것.

그러면서 삼성물산은 “금융당국은 삼성SDS의 주가가 1년 이상 지속적으로 하락했다는 점이 손상 요건을 충족한다고 판단했다”고 이번 제재 이유를 전했다.

이에 금감원은 감리 결과 회계처리 위반 사항의 동기를 두고는 ‘과실’로 판단했다. 하지만 위반 금액이 워낙 크고 위법 행위를 정정하면 당기순익이 당기손실로 변경되는 점 등을 고려해 증권발행제한 6개월, 현재 대표이사인 당시 재무 담당 임원에 대한 해임 권고, 재무제표 수정 등의 제재를 증선위에 건의했다.

이후 지난달 20일 삼성물산은 2017년 1~3분기 분·반기보고서를 수정 공시했다.

2017년 1분기 연결기준 당기순손익은 1855억원 순익에서 1조251억원 손실로 변경됐으며, 그해 반기는 3331억원 순익을 본 것에서 9041억원 손실로 변경돼다. 또 3분기는 4916억원 순익에서 7456억원 손실로 각각 수정됐다.

결국, 삼성물산의 잘못된 공시로 인해 지난 2017년 삼성물산 투자자들은 잘못된 재무 상태를 보고 투자를 하게 된 것.

이번 제재의 또다른 문제는 증선위 제재 논의 과정에서 조치 수준이 1단계 경감됐다는 것. 증선위는 위반 동기를 그대로 과실로 판단하면서도 제재 수준은 과실 제재에 해당하는 7단계 중 가장 높은 수준에서 두 번째 수준으로 낮췄다.

이는 매도 가능 금융자산 손상차손 미인식 사항이 자기자본에 미치는 영향이 없고, 회사의 주된 영업활동과 관련된 사항이 아니어서 자본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설명이다.

아울러 2017년 말 회계처리 기준 변경으로 인해 연간보고서의 손상차손 미인식이 회계처리 위반 사항이 아니게 됐다는 점도 정상참작 사유로 인정했다.

결국 증선위의 수정의결로 현 대표이사에 대한 해임 권고는 결국 빠졌고, 증권발행제한도 ‘6개월’ 제재도 기간이 ‘4개월’로 줄어들었다.

이에 삼성물산 측은 “금융당국의 여러 지적사항에 대해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깊게 자성하면서 회사 내부적으로 사외이사로 구성된 감사위원회의 감독 기능을 강화하고 외부감사인의 독립성 확보 등 측면에서 제도와 시스템, 프로세스를 전면 재정비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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