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VIP룸 운영하다 적발된 의정부지사
모바일 앱 교묘히 바꿔 사행심 조장
경영평가 D등급에 기금 출연도 줄어

ⓒ뉴시스
ⓒ뉴시스

【투데이신문 홍세기 기자】 한국마사회가 설립 목적에 맞지 않게 실적 내기에 급급해 사행성을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1월 취임한 한국마사회 김낙순 회장의 취임 일성으로 ‘공공성’과 ‘공익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올해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구매상한을 초과해 마권을 구매하도록 방치한 사실이 적발된데 이어 마사회 지역 지사에서 이른바 VVIP룸으로 불리는 밀실을 제공하고 고액 배팅을 유도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사행성 조장 논란에 휩싸였다.

게다가 마사회는 이전부터 매출 대비 공익성 출연 기금도 매년 감소하고 도박중독 예방 및 치유 예산도 뒷전이라는 지적이 매년 국정감사 시기가 되면 도돌이표처럼 반복되고 있다.

VVIP룸 운영 마사회 실적 압박 있나?

최근 마사회의 의정부지사에서 밀실을 운영하며 고액 배팅을 원하는 고객들에게 제공한 것이 언론 보도로 알려지면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 밀실을 이용하는 고객은 하루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억대의 배팅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적으로 한 번에 걸 수 있는 돈은 10만원으로 제한돼 있지만 마사회가 나서서 불법을 조장 한 것.

특히, 마사회 지역지사의 이같은 밀실 운영 배경에는 실적 압박에 의한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실제로 의정부지사는 몇 년 전 밀실을 운영하다 자정 노력을 거쳐 밀실을 폐쇄 했으나 매출이 떨어지자 다시 운영에 나섰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지난 분기 매출 1위를 기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에도 마사회는 장외발매소에서 회원 전용실을 만들어 고액 배팅을 조장하다 지적을 받고 폐쇄한 바 있다.

반복되는 마사회 사행성 조장

매년 7조원대의 매출을 유지하면서도 떨어지고 있는 순이익을 회복하기 위한 마사회의 사행성 조장은 다방면에서 이뤄져 왔다. 올해 초에도 마권을 구매할 수 있는 앱을 교묘하게 바꾸어 사행심을 조장해온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당시 감사원 감사결과, 마사회는 모바일 앱의 설정을 바꿔가며 한 경주 당 10만원까지 구매할 수 있는 마권 구매 상한제를 어길 수 있도록 해오다 적발됐다.

마사회는 지난 2015년 5월부터 모바일 베팅 활성화를 이유로 본인 인증 절차 없이 일일계좌를 발급받아 마권을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또 9월에는 다수의 일일계좌 사용시 구매상한을 초과한 마권 구매가 가능함을 알고도 다수의 계좌를 등록·선택해 구매하는 기능까지 추가하면서 과도한 배팅을 유도하기도 했다.

특히, 마사회는 마권 구매 한도를 10만원에서 30만원으로 늘리는 방안도 추진했다.

마사회 2019년 발매사업 운영계획에 따르면, 마사회는 올 3분기에 경마 장기 이용자의 경주당 마권 구매 한도를 30만원으로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장기 이용자 조건은 경마 전자카드 가입 기간 3년 이상이다.

부족한 실적을 늘리기 위한 것이라지만 사행성을 조장한다는 비판을 피해갈 순 없는 상황이다.

한국마사회 김낙순 회장 ⓒ뉴시스
한국마사회 김낙순 회장 ⓒ뉴시스

공공기관 경영실적 D등급…사회공헌 기금도 갈수록 뚝↓

사행성 조장이라는 비판 속에서도 마사회의 경영실적은 나아지지 않았다. 마사회는 지난 6월 기획재정부가 주관한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서 미흡이하인 D등급을 받아 지난 2017년도 평가에서 받은 C등급보다 한 단계 내려간 성적표를 받았다.

김낙순 마사회장은 지난 2018년 1월 취임해 지금까지 마사회를 이끌고 있는 만큼 2018년도 경영실적 평가가 전년 대비 한단계 떨어진 D등급을 받은 것은 뼈아픈 평가다.

또 낮은 실적 대비 공공성과 공익성도 챙기지 못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올해 국감에서 비판을 받은 내용을 살펴보면, 마사회가 지난해 환급금을 제외한 순매출이 2조216억원이 넘는데도 도박중독 예방 및 치유활동 예산은 고작 16억1000만원(순매출 대비 0.08%)에 그쳤다.

같은 기간 강원랜드는 순매출이 1조4001억원에 도박중독 예방 및 치유활동 예산은 53억8000만원(순매출 대비 0.38%)으로 마사회보다 3배 넘게 많았다.

또 최근 5년간 축산발전기금 출연 현황을 살펴봐도 마사회는 지난 2014년 1676억원에서 지난해엔 1264억원으로 하락했고, 특히 순매출 대비 공익성 기부금이 지난해 0.7%대에 머물러 1%에도 못 미치는 걸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김낙순 회장은 국감에서 “마사회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여전히 차가운 게 사실이다”라고 비판적인 여론을 인정하면서도 “마사회만이 할 수 있는 차별화된 사회공헌 사업을 더 확대하고 안전하고 건전한 경마문화 정착에 노력하겠다”며 “창립 70주년을 맞아 국민신뢰경영 의지를 선포한 바 있다. 새롭게 거듭나려는 마사회에 지원과 관심을 부탁한다”고 밝혔다.

한편, 마사회는 본지의 VVIP룸 운영 및 사행성 조장 관련 질의에 대해 내부 감사 등의 이유로 답변을 거부했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