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학교 전경 ⓒ뉴시스
인천대학교 전경 ⓒ뉴시스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인천대학교가 수업 중 성희롱·성차별 발언을 한 사회과학대학 A 교수에 대해 해임을 결정했습니다. 이는 학생들의 투쟁으로 이뤄낸 성과입니다.

인천대 A 교수 사건 대책위(이하 대책위)는 지난 10월 A 교수의 성희롱·성차별적 발언과 폭언·폭력을 폭로하고 파면을 요구하며 이를 공론화했습니다.

대책위에 따르면 A 교수는 강의와 상관없는 성차별·성희롱 발언을 반복했습니다.

“나이가 들어 재밌는 걸 봐도 기쁘지 않고 맛있는 걸 먹어도 맛있지 않은데 젊고 예쁜 여자만 보면 기분이 좋다.”
“여자들은 취집만 잘하면 되지 않냐. 학업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여자가 40살이 넘으면 여자가 아니야. 갱년기 넘은 게 여자냐.”
“학회비로 룸싸롱 한 번 가야한다.”
“여자들은 결혼해서 애를 낳아야 하는데 안 낳으려고 해서 문제야. 담배를 피우지 말아야 돼.”
“미투운동 그거 왜 하는지 모르겠다.”

대책위가 밝힌 지난 2014~2019년 A 교수의 성희롱·성차별 발언 중 일부입니다. 이 밖에도 A 교수는 성소수자 비하발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아울러 시험에서 부정행위를 한 학생에게 절차에 따른 정당한 처벌을 하지 않고 시험장에서 폭언과 폭행을 해 문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대책위가 접수한 A 교수의 성희롱·성차별, 폭언·폭행 사례는 모두 수십 건에 이릅니다.

대책위가 피해 사실을 공론화하자 인천대 인권센터는 학생들을 보호해주겠다는 이유로 ‘비밀유지 서약서’에 서명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해당 학과의 다른 교수는 피해 사실을 수집하는 학생을 찾아내려는 등 2차 가해 행위를 했습니다.

이에 대책위는 인권센터와의 접촉을 중단하고, A 교수 파면과 징계위원회 학생참여 보장을 위해 매일 총장실 앞에서 1인 시위와 학내 서명운동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인천대는 징계위 학생참여를 거절했습니다. 인천대에는 교원징계규정이 없어 이와 관련해 사립학교법을 준용하는데 사립학교법상 징계위는 학교의 교원 또는 학교법인 이사, 5년 이상 근무 경력이 있는 법관·검사·변호사, 법학·행정학·교육학을 담당하는 조교수 이상으로 재직 중인 사람 등으로만 구성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때문에 학생들은 징계위의 결정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인천대는 11월 13일 징계위를 열었습니다. 그러나 징계위원 9명 중 6명밖에 참석하지 않아 논의가 연기됐습니다.

하지만 같은 달 27일 열린 2차 징계위에서도 의결은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대책위에 따르면 징계위원 9명 중 8명이 참석한 2차 징계위에서는 중징계(파면, 해임, 정직) 결정 과정에서 4대 4 동률이 나와 징계위가 다시 한 차례 연기됐습니다.

징계위원에 의한 2차 가해도 있었습니다. 대책위는 “징계위원들은 증언자에게 ‘그 동안 가만히 있다가 지금에서야 신고한 계기가 있느냐’고 채근했다”며 “이는 교수-학생 간의 수직적인 권력관계, 위계 구조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고, 피해자의 호소와 진정성을 의심부터 하고 보는 전형적인 가해자중심적 발언”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후 지난 2일, A 교수 사건 3차 징계위가 개최됐습니다. 징계위는 A 교수에 대해 해임 징계를 결정했습니다. 이는 대책위가 요구했던 파면에는 미치지 못한 결정입니다.

대책위는 “해임 역시 중징계이나 A 교수는 그 죄질이 매우 악랄해 당연히 파면돼야 마땅한 인물”이라면서도 “A 교수는 더 이상 인천대 교수로서 강단에 설 수 없게 됐다. 이는 학생들이 함께 싸워 만들어낸 승리의 결과”라고 밝혔습니다.

학생들의 연대로 A 교수의 해임이 결정됐지만, 대학 내 학생인권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더 많은 것들이 바뀌어야 합니다.

A 교수 징계위에 학생들은 참여할 수 없었습니다. 피해자들은 논의과정을 알지도 못한 채 학교의 결정을 통보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교원징계규정이 마련돼야 하지만, 학교 측에서 이를 수용할지는 미지수입니다.

또 대학 내 인권센터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합니다. A 교수 사건 뿐 아니라 수많은 대학 내 교수 성폭력 사건에서 인권센터는 가해자의 편을 들며 공론화를 막는 역할을 해왔습니다. 문제가 불거지면 학교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죠.

대책위는 이 같은 문제를 지적하며 “피해자가 온갖 위험을 감수하고 오랜 시간 싸워야만 하는 인천대가 아니라 모든 구성원이 안전하고 평등한 인천대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투쟁을 이어나갈 것임을 밝혔습니다.

인천대 학생들의 연대로 만들어낸 A 교수 해임은 대학 내 불평등 구조에 맞서 이뤄낸 성과입니다. 교수들의 성폭력 문제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인천대 학생들의 이 같은 움직임이 대학 내 학생인권 문제 개선을 위한 시발점이 될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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