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보수당-공화당은 朴 탄핵 두고 여전히 대립각
보수재건 3원칙 수용 선언 무산…통합은 어떻게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지난해 12월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지난해 12월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다시 보수통합을 꺼내들었다. 지난해 11월 보수야권을 향해 대통합을 위한 통합협의기구 구성을 제안했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보수야권의 입장차가 극명히 갈리는 가운데,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오히려 국면전환을 위해 내용없는 보수대통합을 꺼내들었다는 당내외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이후 선거법 개정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 등 정치·사법개혁 관련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 정국에서 결사저지에 나섰던 자유한국당은 수적 열세 속에 4+1 공조에 속수무책이었다. 결국 황 대표는 새해의 시작과 함께 보수대통합을 다시 외치고 있다.

특히 이번에는 황 대표가 새로운보수당 유승민 보수재건위원장이 주창한 ▲탄핵의 강을 건너자 ▲개혁보수로 나아가자 ▲낡은 집을 허물고 새집을 짓자 등 보수재건 3원칙 수용 선언을 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보수대통합에 진전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그러나 당내 친박계의 반발로 인해 수용 선언 계획이 철회된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보수대통합의 향방은 다시금 안개 속으로 향하는 모양새다.

다시 통합 외치는 황교안

황 대표는 새해 시작과 함께 연일 보수대통합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 황 대표는 1일 기자간담회에서 “지금부터 통합의 큰 문을 열고 통합 열차를 출발시키겠다”며 보수대통합을 다시 꺼냈다. 다음날 열린 대구·경북 신년인사회에서도 “너나 할 것 없이 대한민국을 살리겠다는 보수우파들이 하나로 합치자”라고 대통합을 거듭 강조했다.

이어 6일 최고위원회의에서도 “‘통합이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더 이상 통합을 늦출 어떤 명분도 이유도 없다”면서 보수야권에 통합추진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 아울러 “(보수대통합이) 특정정당, 특정인물의 문제에 머물러서도 안 된다”며 “기존의 자유민주주의 진영 정당들은 물론이고, 이언주 의원, 이정현 의원 등이 추진하는 ‘전진 4.0’ 등 신당들, 국민통합연대와 소상공인 신당 등 모든 자유민주세력과 손을 맞잡겠다”라고 부연했다.

황 대표가 보수대통합을 다시 적극적으로 꺼내든 것은 결국 오는 21대 총선을 앞두고 보수 단일대오 구축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현재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진보-보수 지지층이 결집하고 있는 가운데, 보수진영은 자유한국당, 새보수당, 우리공화당, 전진당, 국민통합연대 등으로 사분오열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총선에 나설 경우, 보수 유권자들의 표심이 분산되고 이는 곧 총선 패배로 직결된다는 위기의식이 있을 수밖에 없다. 때문에 황 대표는 “통합이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면서 보수대통합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형국이다.

여전히 간극 보이는 보수야권

그러나 보수대통합을 논의할 새보수당, 우리공화당 등 보수야권의 반응은 싸늘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관련해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는 새보수당과 우리공화당은 무조건적인 통합에 모두 부정적 입장을 내놨다.

새보수당 유승민 보수재건위원장은 7일 기자들과 만나 “선거를 앞두고 묻지마 통합으로는 국민 신뢰를 절대 받을 수 없다”고 밝혔다. 오신환 공동대표도 “그저 총선에서 이겨야 하니까 대충 모일 사람들 모여봐라 식으로 흘러가면 결국 통합도 안 되고, 설령 된다한들 같이 망하는 길이 될 것”이라며 “진정 통합을 바란다면 통합을 위해 무엇을 내려놓을 지부터 생각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관련 입장에서 새보수당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우리공화당도 기존 간극을 재확인했다. 조원진 공동대표는 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자유한국당을 향해 “어설픈 보수통합의 진행은 하면 할수록 늪에 빠질 것”이라며 “자유우파 국민의 민심과 동떨어진 어설픈 배신자들과의 결합은 자유한국당의 궤멸을 가져갈 수밖에 없다”라고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편 정계 복귀를 선언한 안철수 전 대표도 보수대통합 합류에는 선을 긋는 모양새다. 안 전 대표의 측근인 바른미래당 이태규 의원은 7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지금 자유한국당 같은 경우는 여당에 비해 가치와 이미지 경쟁에서 완벽하게 뒤져 있다고 보고 계신다”며 “그런 부분에 대한 전면적인 혁신이 없는 상태에서 통합이라는 그릇을 만드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라고 거리를 뒀다.

또 “자꾸 보수통합 이야기를 하는데 이미 안 전 대표는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며 “진영 대결에서 우열은 이미 정해져 있다. 그 진영 대결을 또 할 필요가 뭐가 있느냐. 그런 진영 대결이 결국 대한민국을 미래로 끌고 가는 방법은 아니라고 보신다”라고 거듭 선을 그었다.

반면, 전진당 창당준비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언주 의원은 자유한국당이 추진하는 통추위에 합류할 의사를 밝혔다. 이 의원은 7일 ‘2020 시민사회 신년회’에서 “어제도 지난주에도 황 대표와 이야기를 나눴는데 ‘통합을 위해 전격적인 결합을 해주면 좋겠다’, ‘통합에 응해줬으면 좋겠다’라고 간곡히 말하기에 진정성을 믿기로 했다”며 “젊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정치를 해야 한다. 그것이 전제되면 통추위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말했고, 당연히 적극 참여할 여건이 될 거라 믿는다”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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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모면책으로 보수통합 또 선언?

이러한 황 대표의 행보에 대한 당내 비판도 나온다. 황 대표와 대립각을 세워온 홍준표 전 대표는 4일 자신의 SNS를 통해 “위기모면책으로 보수통합을 또 선언하고 험지출마 운운하면서 시간 끌고 그럭저럭 1월만 넘기면 자리보전할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는 한국 사회 양축인 보수우파 집단 전체가 궤멸당하는 사태가 올 수도 있다”며 “이미 두 달 전에 선언한대로 모두 내려놓고 통합 비대위를 구성하시라”라고 촉구했다.

불출마를 선언한 여상규 의원도 황 대표를 향해 모든 것을 내려놓고 보수통합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여 의원은 3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다음 총선을 위해서는 보수 대통합, 자유주의를 추구하는 보수가 통합하지 않고서는 총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생각들은 이미 다 공유하고 있는 상태”라며 “그런데 당 지도부에서 보수 대통합을 위한 발걸음을 한 걸음도 못 떼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당 지도부에서 통합의 대상이 되고 있는 유승민, 안철수 의원 같은 분들하고 직접적인 접촉이 있어야 될 것”이라며 “그러기 위해서는 당에서 갖고 있는 현재 지위를 내려놓을 필요가 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안신당 박지원 의원은 보수진영의 분열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보수대통합은 어려울 것이라 전망했다. 박 의원은 6일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황 대표가 리더십과 당권이 흔들리면서 삭발 단식, 장외 투쟁의 강경투쟁, 험지 출마, 보수통합 3가지를 부르짖고 있지만 다 잘 안 될 것”이라며 “우리공화당, 자유한국당, 새보수당, 보수를 표방하는 안철수당, 여기에 mb 비박계, 이재오 고문 등이 주도하는 국민통합연대도 세력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5분될 가능성도 크다”라고 내다봤다.

21대 총선을 100일여 앞둔 상황에서 황교안 대표는 다시 보수대통합을 꺼내들었다. 그러나 보수진영의 분열로 보수대통합을 둘러싼 지형은 지난해에 비해 더욱 어려워진 상황에서 보수대통합까지의 길은 여전히 녹록치 않아 보이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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