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의 비극] 죽음으로 내몰린 반지하 세입자…밀려난 주민들은 갈 곳이 없다
[재건축의 비극] 죽음으로 내몰린 반지하 세입자…밀려난 주민들은 갈 곳이 없다
  • 박주환 기자
  • 승인 2020.02.12 15: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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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거 압박에 시달린 세입자 사망 잇달아
사람과 대화 넘치던 거리 삭막하게 달라져
“우리도 대한민국 국민, 시는 왜 하대하나”
세입자 권한 보장하는 개발 방안 고민해야
ⓒ투데이신문
안산시 선부3구역 재건축 사업이 진행 중인 선부2동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지난 1월 15일 아침 9시. 공모(53)씨가 자신이 거주하던 반지하 방에서 숨진 채로 이웃에 의해 발견됐다. 그는 안산시 단원구 선부3구역(선부2동) 주택재건축정비사업을 반대하던 세입자였다. 첫 번째 재건축 반대 비상대책위원회가 알 수 없는 이유로 와해된 이후, 두 번째 비대위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해오던 주민이었다. 그는 비대위 활동의 서류 초안이나 법적 문제 등을 도맡다 시피 했다. 사망하기 불과 사흘 전에는 지역 유력 정치인을 찾아가 읍소해보자는 문자를 주민과 주고받기도 했다. 부검 결과 외부 물리적 사망 요인은 발견 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주민은 공씨가 사망 일주일 전 겪은 일로 극심한 마음의 고통을 겪었다고 증언했다. 비대위에서 한솥밥을 먹다시피 했던 김모(41)씨가 재건축 퇴거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자해에 나서자 그 역시 큰 충격을 받았을 거라는 것이다. 공씨는 거리로 내몰릴 위기에 처한 주민들을 위해 물리적 다툼도 마다않고 앞장 서왔지만 지자체와 정치권의 침묵에 번번이 좌절해왔다. 세입자 구제정책이 전무한 현행법의 벽은 높았다. 

사망한 세입자는 또 있었다. 지난해에도 건물 주인이 조합과 협의해 이사를 가기로 결정하면서 갈 곳을 잃은 세입자 2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 중 1명은 이주할 곳을 찾지 못해 버티다가 결국 쫓겨났다. 이후 파지를 주우며 노숙으로 한여름을 겨우 버텨갔지만 얼마 못가 인근 저수지에서 숨진 채로 떠올랐다. 다른 한 명은 퇴거의 압박을 받던 중 자신의 집에서 주검으로 발견됐다. 그들의 사인은 각각 익사, 돌연사였지만 말 그대로 그건 사망의 의학적 원인이었을 뿐이다. 

주민 박모(49)씨는 “공씨와 김씨 모두 가깝게 지냈다. 며칠 사이에 일어난 일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 언저리가 아프고 울컥울컥한다. 노모와 아이들을 바쁘게 돌봐야 하는 낮에는 잊고 사는데, 공백이 찾아오는 밤이면 많이 괴롭다”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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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재건축을 원했나
“난 이사 갈 곳도 없다”

2월초 찾아간 선부2동은 한 낮에도 인적이 드물었다. 골목골목 몇몇 집들은 이미 철거가 진행됐거나 진행 중이었다. 인근 상점, 다문화 학교 등도 문을 닫은 채였다. 주민 김모(30)씨는 “동네에 애들도 항상 뛰어다니고 한국사람이나 외국사람이나 같이 어울리던 곳이었는데 많이 삭막해졌다. 동네 아이 엄마도 사람이 많이 줄어들고 건물도 부서져 있으니 무서워서 못 나오겠다고 그러더라”고 말했다. 

선부3구역 재건축은 안산시 단원구 선부동 1007번지 일원 4만8063m²를 대상으로 한다. 사업이 계획대로 진행되면 이곳에는 지하 3층~지상 29층 규모의 아파트 9개동 및 부대복리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행정상 마지막 단계라고 볼 수 있는 관리처분인가는 지난 2018년 5월 고시됐다. 철거가 시작된 지는 오래됐지만 착공은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올해 8월로 잠정 연기된 상태다. 

이 지역에서 세입자들이 잇달아 안타깝게 세상을 등졌던 이유는 재건축 사업의 경우 세입자에 대한 이주대책이나 보상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라 공공사업 성격이 강한 재개발 지역은 주거 이전비를 보상받을 수 있지만, 재건축 세입자에 대한 보상은 법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았다. 재건축 지역 세입자들이 절망에 빠지는 이유도 이처럼 아무런 대책 없이 길거리에 내몰리는 경우가 많은 탓이다.  

더욱이 선부3구역 세입자들 대부분은 월세 20만원 수준의 영세민들이다. 보증금은 많아야 300만원, 대부분 100만원~200만원정도이며 50만원 대의 방도 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서민들이 보증금과 월세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생계를 유지하기 좋은 조건이다. 이들은 이 지역을 떠나면 비슷한 수준의 거주지를 찾기 쉽지 않은 형편이다.  

건물주들이 재건축에 반대하고 남아있는 경우, 싸움이 이어지는 동안 세입자들도 이사에 대한 부담을 어느정도 내려놓을 수 있지만, 건물주가 명의를 조합에 넘기고 떠난다면 결국에는 거리로 나앉을 수밖에 없다. 세입자 단독으로 퇴거의 압박에 버티다간 손해배상 청구로 더 큰 경제적 비용을 부담해야 할 처지가 될 수 있다.  

답답하긴 건물주들도 마찬가지다. 재건축에 대한 청사진만 보고 동의 서명을 했다가 낮은 감정가와 지지부진한 사업 진행에 뒤늦은 후회를 하기도 한다. 이들 역시 감정가대로 보상을 받고 대출 및 보증금 등의 비용을 보전하고 나면 이사 갈 곳 찾는 것도 쉽지 않다고 토로한다. 실제 한 주민은 평당 450만원 정도의 보상이 제시됐다며 안산시 평균 시세인 1000만원과 비교해 말도 안 되는 수준이라고 하소연했다. 

이 동네에서 30여년간 살아왔다는 슈퍼 주인도 “우리는 멋모르고 조합에 들어갔다가 얼른 빠져나왔다. 집 두 채씩 준다고, 우린 슈퍼도 내준다고 해서 진짜인가 했는데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었다”라며 “한두 달 후에 명도소송 판결이 있을 텐데 항소를 할 생각이다. 우린 오래 살려고 여기 다 수리했다. 다른 곳에 가서 이런 데를 어디서 구하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조합 내에서도 반대하는 분들은 빠져나왔다. 감정가가 터무니없으니까. 이주 안하고 버티는 조합원들도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상당수의 동네 건물들에는 빨긴 깃발이 꽂혀 있었는데 주민들에 따르면 재건축을 반대하는 곳들이었다. 적지 않은 건물주들 역시 재건축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방증이었다. 이들은 “내 집 헐값에 빼앗기고 대출 갚고 보증금 주고 나면 난 이사 갈 곳도 없다. 뭔 재건축이냐. 절대 재건축 못 한다”라는 현수막을 건물 앞에 내걸고 있었다. 

하지만 조합은 모든 감정가 책정과 세입자 문제는 법의 테두리에서 진행되고 있다며 현 시점에서 새로운 보상 등을 결정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선부3구역 조합 관계자는 “감정가가 높고 낮음은 저희가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 감정가를 정하는 기준이 법에 있기 때문에 낮다고 높게 해줄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개인 이권이 있으니 충분히 다양한 주장을 할 수 있겠지만 법에 벗어나 할 수 있는 건 없다”고 일축했다. 

이어 세입자에 대해서도 “서울시의 경우 재건축에 공정률 인센티브를 주며 세입자 이주대책을 마련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런 건 추진위원회 단계에서나 논의가 가능한 얘기다”라며 “지금 다시 세입자 이사비용 책정을 위해 용적률을 변경하면 또 다시 1~2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간다. 이 역시 법적 근거 없이 지급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라고 강조했다. 

ⓒ투데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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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안산 시민, 한국 국민이다”
지자체 외면에 상처받는 주민들

사람들이 죽어나가지만 안산시는 시간이 너무 흘렀다는 말 외에 이렇다 할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미 상당한 절차가 합법적으로 진행된 상황인 만큼 지자체가 할 수 있는 일이 현실적으로 없다는 것이다. 

안산시 관계자는 “선부3구역에는 150여동의 집이 있는데 20여 채는 철거가 됐고 계속 진행 중이다. 반대하시는 분들은 일부 조합과 명도소송을 하면서 또 소유권이 넘어가고 그렇게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개발사업과는 달리 민간사업이라 세입자분들에 대한 대책은 일차적으로 건물주들로부터 나와야 하지 시가 할 수 있는 게 없다”라며 “더욱이 관리처분인가까지 나온 상황이라, 세입자분들을 위한 방안이 없을까 조합에 얘기 정도만 해볼 뿐이지 강력히 할 수 있는 부분이 현재로서는 없다. 행정상의 진행이 너무 많이 돼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여러 이유를 차치하고라도 안산시의 거주민들이 거리로 내몰릴 위기에 처해 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또 주민들 역시 재건축에 대한 번복을 염두에 두고 있지는 않은 모습이다. 다만 사람이 죽은 상황에서 자신들의 토로에 귀 기울이지 않는 지자체의 태도를 크게 성토했다. 

박모씨는 “주민센터 직원분께 다른 주민들 좀 살펴달라고 당부했다. 또 이런 극단적인 일들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다. 근데 제 힘이 미약해 어떻게 할 수가 없다”라며 “재건축을 감히 뒤집을 생각 저는 못한다. 대신 어르신들, 세입자들에 대한 대책은 뭔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하소연했다. 

이어 “시는 사람이 죽어도 별로 놀라지 않는 거 같다. 주택과와 만나도 뾰족한 수가 없다. 시장님을 만나고 싶은데 절대 안 만나 준다. 사람이 죽었으니 얘기라도 들어달라는 건데. 뒤집을 수 없다면 일단 살펴는 줘야 하지 않는가”라며 “우리도 안산 시민이다. 대한민국 국민이다. 우리가 왜 이렇게 하대를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 지역 정치권에서는 재건축 사업 자체를 새롭게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2의 선부동 사태가 우려되는 만큼 세입자들의 권한을 보장하고, 건물주들이 후회하는 사업으로 전개되지 않도록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안산시의회 나정숙 의원은 “세입자들은 재건축 사업의 뒤로 밀려있다. 이분들이 어떤 권한이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방법이 없는 상황이 안타깝다. 저 역시 세입자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관련법과 조합에 의해 충분히 설명이 될 거라고 봤는데 그렇지 못해 세입자들에게 많은 피해가 있다. 재건축이 아닌 도시재생이나 리모델링 등으로 권한을 나누는 방법을 고민해야 하고 또 그게 대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지자체는 조합에서 하는 일에 대해 특별한 권한이 없다고 말하지만 실제로 그렇지 않은 상황인데 손을 놓고 있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 조합이 구성되기 전에 더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야 하는 건 아닐까 싶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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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시청 ⓒ투데이신문

제2의 선부동 사태 어떻게 막을까
반복되는 세입자 비극, 대책 마련 절실

재건축 사업지역에서 거리로 내몰린 세입자가 사망하는 비극은 수없이 반복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서울시 화곡1구역 반지하에 거주하던 50대 세입자가 숨진 채 발견됐고 2018년 12월에는 서울시 아현2구역에서 쫓겨난 30대 세입자가 한강에 투신했다. 

현행법상 세입자들은 재건축 사업 과정에서 아무런 이주대책을 보장받지 못한다. 간혹 조합과 건물주들이 이주비를 챙겨주는 경우도 있지만 이권으로 엮인 사업에서 이 같은 전향적인 결정을 기대하는 건 쉽지 않다. 많은 경우 세입자들에게 퇴거 명령은 사형선고와 진배없다. 

특히 안산시처럼 재개발보다 재건축이 활성화된 지역에서는 선부3구역과 같은 비극이 어디선가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 현재 선부3구역 주민들이 처한 상황도, 또 앞으로 진행될 재건축 현장에 대한 갈등 예방도 결국은 지자체와 지방의회가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될 일이다. 

지자체가 선제적으로 나서면 사각지대에 몰린 재건축 세입자들에 대한 생존 대책을 마련하는 게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서울시는 지난해 4월 ‘단독주택 재건축 세입자 대책’을 마련하고 시행자가 세입자에게 보상책을 마련할 경우 용적률 인센티브를 10%까지 부여하기로 했다. 이 정책은 서울시 노원구 월계동 재건축 지역에서 처음으로 적용됐다. 

서울시는 또 관리처분계획 인가구역 중에서도 경미한 변경 처리 등을 통해 세입자 대책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다. 이는 이미 너무 많은 행정절차가 진행돼 손쓸 도리가 없다고 응답한 안산시와는 상반된 모습이다.  

하지만 재건축 세입자에 대한 대책 마련이 지자체 수준에 머문다면 그 실효성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상위법적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만들어진 대책은 행정방침 수준에 머물러 임시방편에 그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시민단체들이 국회의 움직임을 촉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들 단체는 지난해 10월 화곡동 세입자가 사망한 이후 공동성명을 내고 재건축 세입자 이주대책을 담고 있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을 보완해 추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도시정비행정개혁포럼, 빈곤사회연대,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등 38개 시민단체들은 “국회와 정부의 책임은 더 크다. 용산참사 10년이 지나도록 바뀐 것은 거의 없다. 지자체에게만 대책을 미룬 채 외면 말고, 근본적인 법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라며 “이미 재건축 세입자도 재개발세입자와 동일한 이주대책과 손실보상을 수립하는 개정안이 발의돼있다. 국회와 정부는 기존 개정안의 미비점 등을 보완하는 추가적인 조치를 포함해 세입자와 원주민들의 권리를 보장하는 법제도 개선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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