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위원장은 ‘전권·무기한’을 전제조건으로
“심재철 월권…토론도 없이 결정하느냐” 반발도

【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 지난 21대 총선에서 역대급 참패를 한 미래통합당이 당 수습 방안으로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을 택했다. 비대위원장으로는 김종인 전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내정했다.

앞서 김종인 전 위원장은 비대위원장 수락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전권 부여와 무기한 비대위를 내건 바 있어 곧 있을 심재철 당 대표 권한대행과의 만남에서 어떤 결론이 나올지 관심이 몰린다.

한편 지도부의 이번 결정에 대해 당 내부에서는 심 권한대행이 제대로 된 토론도 없이 월권을 저질렀다며 반발도 일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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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 전대 대신 비대위

심재철 권한대행은 22일 비공개 최고위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당 소속 20대 국회의원과 21대 국회의원 당선자 총 142명을 대상으로 향후 당 수습방안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공개했다.

연락이 되지 않는 2명을 제외한 140명의 의견이 취합된 결과, ‘김종인 비대위’ 체제로의 전환이 다수였다. 비대위 전환을 위해 필요한 상임전국위원회 등의 절차는 다음주 초 무렵에 실무적인 준비가 마무리되는 대로 거친다는 방침이다.

심 권한대행은 김 전 위원장이 비대위원장직을 받아들일지 여부에 대해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비대위의 활동기간에 대해서는 “김 위원장과 통화를 해보겠다. 언론을 통해 입장을 봤기에 어떤 생각인지 직접 들어볼 생각”이라고 답했다.

앞서 통합당은 당 수습 방안과 관련해 조기 전당대회와 비대위 체제 전환을 두고 의원총회에서 갑론을박을 벌였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고, 결국 현역 국회의원과 21대 총선 당선자들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벌였다.

통합당의 러브콜을 받은 김종인 전 위원장은 현재 비대위원장 수락의 전제조건으로 전권 부여와 무기한 비대위를 내건 상태다.

김 전 위원장은 이날 통합당의 전수조사 결과 발표 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조기 전대 얘기가 자꾸 나오면 일을 할 수가 없다”며 “추구하는 목표가 같으면 그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다들 힘을 합쳐야 되는데, 그 과정 속에서 각각 개인적인 이해관계 때문에 발언하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당헌·당규에 따라 오는 7월 전대가 예정돼 있는 상황에 대해서도 “‘지금 전대를 앞으로 8월에 하겠다, 7월에 하겠다’는 전제가 붙으면 나한테 와서 얘기할 필요도 없다”며 “비대위를 왜 세우느냐. 비상대책이라는 것은 당헌·당규에 너무 집착하다 보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

비대위 체제로 당을 추스를 수 있는 기간에 대해서는 “그건 일을 해봐야 아는 것”이라며 “다음 대선을 어떻게 끌고 갈 거냐 하는 그 준비가 철저하게 되지 않고서는 지금 비대위를 만드는 의미가 없다”고 했다.

미래통합당 지도부가 지난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뉴시스
미래통합당 지도부가 지난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뉴시스

이어지는 당내 반발

그러나 이 같은 당 지도부의 결정에 대한 비판도 흘러나온다. 심 권한대행이 월권을 하고 있다는 비판과 함께 제대로 된 토론 없이 비대위 체제 전환을 결정한 데 대한 불만이다.

이번 총선에서 당선돼 4선 고지에 오른 중진 정진석 의원은 22일 자신의 SNS에 올린 글에서 “심재철 원내대표(당 대표 권한대행)의 임무는 새 원내대표를 선출하는 행정적 절차를 주관하는 것에 그쳐야 한다”며 “(외부 비대위원장 영입은) 그에게 위임된 권한을 넘어서는 일이다. 집 비우고 떠나는 사람이 ‘인테리어는 꼭 고치고 떠나겠다’고 우기는 형국”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지금 이 시점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당선자 대회의 개최, 새 원내대표(당 대표 권한대행)의 선출”이라며 “총선 민의, 국민의 주권을 새로 받아 안은 것은 103명의 당선자들이다. 이들이 위기 탈출을 논의하는 주체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1대 총선에 불출마를 선언했던 통합당 김영우 의원도 이날 SNS를 통해 “아무리 급해도 모여서 토론도 제대로 해보지 않고 전화 여론조사라니, 그것도 위원장의 기한도 정해지지 않은 전권을 갖는 비대위라니, 도대체 당이 이제 집으로 가게 될 당 최고위원들의 사유물이던가”라며 “전권을 갖는 비대위원장이라니 조선시대도 아니고 참으로 비민주적 발상이다. 창피한 노릇”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총선 참패의 원인, 보수당의 현실, 가치와 미래방향에 대한 토론도 제대로 해보지 않고 남에게 계속 맡기기만 하는 당의 미래가 있을까”라며 “21대에 당선된, 또 낙선한 30~40대 젊은 정치인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보기나 하고 결정해도 늦지 않을 텐데 참으로 통탄스런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통합당의 비대위 구성이 당면한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용도일 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통합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에서 비대위원장을 맡았던 인명진 전 위원장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제가 비대위원장을 해보니까 그게 자기들의 위기를 희생양을 데려다 덮어씌워서 모면하고 넘어가려는 일시적인 방편”이라며 “자기네 당의 문제면 싫으나 좋으나 자기들 스스로가 해결해야 자생력도 생기는 것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김종인씨를 비대위원장 시켜서 종신으로 한다면 이해가 가겠다. 그러나 그분도 언젠가 그만두셔야 될 분인데, 그분의 리더십에 의해 유지된 당이 그분이 그만두면 또 문제가 생길 것 아닌가”라며 “김종인씨가 나가면 도로아미타불이 될 거다. 그러면 아무런 의미가 없는 원상태로 되돌아가게 될 게 분명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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