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B 협력업체 설치기사 8명, 강제 인사발령 강행
노조 “원청은 합병승인 조건인 협력업체 상생 지켜야”
SKB “별개 법인의 인사권한, 의견 제기 적절치 않아”

SK브로드밴드의 협력업체가 운영사는 전주기술센터 설치기사들이 회사의 부당전보를 비판하며 1일 오전 전북지방노동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 케이블방송비정규직티브로드지부
SK브로드밴드의 협력업체가 운영사는 전주기술센터 설치기사들이 회사의 부당전보를 비판하며 1일 오전 전북지방노동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 케이블방송비정규직티브로드지부

【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SK브로드밴드 협력업체 소속 설치기사들이 최근 진행된 인사이동을 두고 노동자의 판단을 배제한 강압적 조치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원청인 SK브로드밴드의 적극적인 방조 가운데 협력업체에서 사실상 구조조정에 해당하는 부당전보가 이어지고 있다며 규탄하고 있다. 

1일 민주노총 희망연대노조 등에 따르면 SK브로드밴드의 협력업체 소속 전주기술센터 노동자 8명은 지난달 19일 연고지와 전혀 무관한 지역으로 사실상 강제 인사발령 통보를 받았다. 이들이 발령받은 이동 지역은 천안, 아산, 세종 등 충청 지역으로 각각 3명, 3명, 2명씩 전보가 이뤄졌다. 

전주기술센터는 전주를 포함한 전북지역에서 SK브로드밴드의 케이블방송과 인터넷 상품을 설치, AS 업무를 하는 곳으로 협력업체인 중부케이블에서 운영 중이다. 중부케이블은 당초 티브로드와 협력관계를 맺고 있었지만, 지난 4월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의 합병이 이뤄지며 SK브로드밴드의 협력업체가 됐다.  

중부케이블은 합병법인이 출범한지 얼마 안 된 지난 5월 경, ‘센터 간 업무불균형 해소’라는 명목으로 전주사업부에서 중부사업부로 이동할 인력이동 자원자를 접수 받았다. 하지만 전주에서는 물리적 거리와 업무특성을 고려할 때 출퇴근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지원자가 나오지 않았다. 

노사협의회 노동자위원 역시 지난 5~6월에 걸쳐 진행된 개별면담, 노사협의회, 대표이사 면담 등에서 ‘이동 불가’ 의견을 제시했으나 회사는 인사이동을 강행했다. 인사이동 대상자들은 결국 이날 모두 전보조치 됐으며 현재 연차휴가를 내고 인사발령 철회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노조에 따르면 천안, 아산, 세종 지역은 전주에서 편도 100km~120km의 가량 떨어진 곳으로 출퇴근은 물론, 생활과 가정생활을 유지할 수 없는 거리라는 지적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한다고 해도 매일 오전 6시에는 집에서 나와 3시간을 이동해야 출근 시간을 맞출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더욱이 회사는 인사이동에 대한 지원으로 ‘월세 30만원’ 정도만 제시한 것으로 알려져 노동자의 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반발을 사고 있다. 

민주노총 희망연대노조 케이블방송비정규직티브로드지부는 이에 따라 같은 날 오전 전북지방노동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당전보의 즉각적인 철회와 노동자 구제를 촉구하고 나섰다. 

지부는 특히 이번 인사이동을 회사의 부당한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규정하고 있다. 티브로드 시절부터 지금까지 전주사업부에서 중부사업부로의 이동은 단 한 차례도 없었던 만큼, 이번 전보는 사실상 퇴사를 압박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것이다. 

지부는 또 이번 인사이동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합병 승인 조건으로 내건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고용유지와 복지향상’ 조항을 전면으로 위배하는 것이라 지적하고 있다. 

지부는 이번 기자회견을 통해서도 “인사이동을 희망하는 노동자는 없었고, 개별면담에서도 인사이동에 동의하는 노동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노사협의회 노동자위원들은 세 차례 이상 회의에서 모두 ‘반대’ 입장을 냈다”라며 “회사가 추진하는 인사이동은 ‘회사를 그만두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차로 하루 4시간을 왕복해야 하고, 대중교통으로 6시간을 왕복해야 하는 거리를 통근할 수 있는 노동자는 세상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노동자들은 SK브로드밴드가 티브로드를 합병하기 전부터, 2018년 중부케이블이 전주센터 운영을 맡기 전부터 전주에서 살아왔고 일 해왔다”라며 “이런 노동자들에게 삶터와 일터, 가족을 포기하라는 것은 사실상 ‘구조조정’이다”라고 꼬집었다. 

희망연대노조 박장준 조직국장도 “SK브로드밴드는 이럴 거면 정부 합병 승인 조건을 받아들이지 말았어야 한다.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고용을 유지하고 상생하라는 것이 원청에게 요구한 것이었다”라며 “조건을 받아들인 이상 이 문제에 대해 책임을 지고 해결하기 위해 나서야 한다. 노조의 대화조차 거부하는 것은 인수합병 승인을 받은 인허가 사업자로서의 태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적했다. 

SK브로드밴드는 이번 사안은 협력업체의 경영과 인사권한에 대한 것으로 원청이 개입할 수 없다면서도 고객 피해가 없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협력사의 인사문제 등 경영권에 관한 사항이라 직접 관여할  수 없다”라며 “다만 고객서비스에 차질이 없도록 계약과 법이 허용하는 최대한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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