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등 깜짝 인사 발탁, 문모닝 인물도 내정
친문 지지층 감정 골 깊어도 대북 전문가에 무게
대북 특사·광복절 경축사 메시지 따라 북한 반응
당장 대화의 틀 이어가지 못해도 대화로 이어져

ⓒ뉴시스
박지원 전 의원ⓒ뉴시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7.3 인사 단행은 그야말로 깜짝 발탁이었다. 특히 박지원 전 의원을 국정원장에 앉혔다는 점에서 깜짝 인사 발탁이다. 박 전 의원은 ‘문모닝’이라고 부를 정도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던 인물이라는 점에서 이번 인사 단행은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외교안보라인을 대북 전문가로 교체했다는 점에서 이제 남은 것은 북한의 응답이다. 문 대통령은 오는 11월 미국 대선 이전에 북미정상회담을 성사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예측된다.

문재인 대통령의 목표는 오는 11월 미국 대선 이전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이거나 워싱턴에서 만나 악수를 하는 것이다. 백악관 내부에서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파인 존 볼턴 전 백악관 보좌관이 사라진 백악관에서는 북한과의 대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11월 대선에서 반전을 보이기 위해서 10월 북미정상회담설이 백악관에서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연내 북미정상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문 대통령이 분주하게 움직일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외교안보라인을 교체할 수밖에 없다.

신호탄은 김연철의 사의

신호탄은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의 사임에서 비롯됐다. 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를 단행하자 김 전 장관은 사의를 표했고, 문 대통령은 이를 수용했다.

김 전 장관이 퇴임하자 외교안보라인의 대폭 교체라는 카드가 떠올랐다. 답보 상태에 놓인 대북 문제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외교안보라인의 전면 교체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떠올랐다. 더욱이 외교안보라인에 북한 전문가가 없다는 점이 문제로 제기됐다.

외교안보라인에 통상전문가나 군사 전문가만 있었을 뿐 대북 전문가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점이 대북 접촉에 있어 삐걱거리게 만들었다는 평가다.

북한이 어떤 것을 원하고, 어떤 협상을 도출해야 하는지 알기 위해서는 북한 전문가가 필요한데 외교안보라인에 그럴 인물이 없었다. 그러다보니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폭파됐음에도 불구하고 외교안보라인에서는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게다가 한미워킹그룹이 대북 사업에 대해 제동을 걸었지만 통일부 장관은 그것을 돌파할만한 힘을 갖지 못했다. 한미워킹그룹의 제재에도 눈치를 보지 않는 그런 정치인이 필요했다. 이제 미국의 눈치를 보지 않고 독자적인 대북 접촉을 할 수 있는 그런 인물이 필요했다.

이런 이유로 김 전 장관의 퇴임은 새로운 외교안보라인의 교체라는 숙제를 안게 만들었다. 더욱이 문 대통령이 연내 북미정상회담 추진을 목표로 내세우면서 이를 함께 수행할 외교안보라인이 필요했다. 이런 이유로 7.3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 단행은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의외의 인물이 눈에 들어왔다.

ⓒ뉴시스
ⓒ뉴시스

박지원이 거기서 왜 나와

이번 박지원 국정원장 후보자의 인사 단행은 그야말로 깜짝 인사 단행이라는 평가다. 박 후보자는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당시 문 대통령을 비판했던 인물이고, 오죽하면 ‘문모닝’이라는 별명까지 얻을 정도로 하루에도 한 번씩 문 대통령을 비판했던 인물이다.

이에 친문 지지층 사이에서 박 후보자에 대한 감정의 앙금이 깊다. 그런데 박 후보자를 깜짝 발탁했다. 그 이유는 하나이다. 남북문제 해결 및 관계개선이다. 박 후보자는 평소에도 북한과 교류를 하면 평양 대사로 가고 싶다고 할 정도로 북한 문제에 조예가 깊은 인물이다.

통일부 장관은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후보로 내세웠고, 서훈 안보실장, 임종석·정의용 외교·안보특보로 구성됐다는 점은 문 대통령의 의중을 확실하게 알 수 있다.

특히 박 후보자는 2000년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키는데 크게 기여를 했고, 이인영 통일부 후보자는 학생운동 시절부터 북한 문제에 대해 깊게 연구했던 인물이다. 임종석 안보특보 역시 평양 문제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인물이다.

이들의 가장 큰 목표는 미국의 매파의 견제 속에서 북미정상회담을 열게 만들어야 할 숙제를 안게 됐다. 볼턴 회고록은 미국의 매파가 북미정상회담에서 어떤 식으로 개입했는지 그리고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어떤 식으로 견제를 해왔는지 자세하게 기술돼 있다.

이런 점에서 이번 인사 단행은 북한을 대화의 테이블에 끌어앉히는 것은 물론 미국에게도 대화의 장으로 나오게 만들어야 한다. 일단 볼턴 전 보좌관이 없는 백악관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입장은

문제는 북한의 입장이다. 북한은 대남 군사행동을 보류한 상태이다. ‘철회’가 아닌 ‘보류’라는 점에서 아직까지 변수는 남아있다.

정치권에서는 조만간 임종석 안보특보를 대북 특사로 파견하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임 특보에 대한 북한의 평가는 호의적이라는 분석도 있다.

어느 인물이든 대북 특사를 조만간 파견해서 남북정상회담을 재추진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문재인 정부로서는 북한을 달래기 위해서는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직접 만나 허심탄회하게 논의를 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한은 여전히 침묵 중에 있다. 우리가 어떤 식의 대책을 내놓을지를 보고 다음 입장을 취하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번 인사 단행으로 북한이 갑작스럽게 변화된 반응을 보이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다만 문 대통령이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여부에 따라 대북 관계가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즉, 대북 특사 파견과 광복절 메시지에 따라 북한이 어떤 태도를 보일지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이 당장 대화의 틀로 나오지 않는다고 해도 전략적 인내를 통한 대화 시도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일단 대화는 계속 이어나간다는 방침이다.

다만 대북 제재 완화 혹은 해제를 바탕으로 한 구체적인 대북 교류 사업을 추진하지 않는다면 북한은 대화의 틀에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