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일대 폭죽 난동 현장 ⓒ독자 제공/뉴시스
4일 오후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일대 폭죽 난동 현장 ⓒ독자 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반년 째 지속되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확산으로 세계적으로 생활 속 방역을 당부하는 가운데, 주한미군 수십명이 해수욕장에서 난동을 부린 사실이 알려져 공분을 사고 있다.

지난 4일 경찰에는 오후 부산 해운대구 구남로 등 해운대 해수욕장 일대에서 외국인 수십명이 폭죽을 난사한다는 신고가 70여건 접수됐다.

이들은 대부분 미국 독립기념일을 맞아 휴가를 나온 미군으로,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순찰차 6대, 형사 1개팀 등을 현장에 투입했고 이들 해산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한 외국인 남성이 여성 경찰관을 조롱하고, 또 다른 외국인은 시민을 향해 폭죽을 쏘고 도주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나 인근 주민들은 이 같은 소란행위만큼이나 코로나19 확산 위험에도 불구 마스크 착용도 하지 않은 점에 큰 우려를 표했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경찰의 조치는 미미했다. 경찰은 시민을 향해 폭죽을 발사하고 도망친 외국인에 대해서만 경범죄처벌법을 적용해 통고처분하고 귀가 조치했다.

경찰은 독립기념일을 맞은 외국인들의 해수욕장 밀집을 예상해 국죄범죄수사대, 부산관광경찰대, 해운대경찰서 등 경찰 95명을 미리 배치하는 한편 낮 동안 해수욕장 이용 외국인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예방 및 순찰 활동을 실시했고 밤에는 이를 더 강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지자 일각에서는 사건 연루자들을 강력 처벌하는 한편 향후 주한미군에 의한 더 심각한 코로나19 확산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그들에 대해서도 한국 방역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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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미대사관 앞에서 열린 ‘해운대 폭죽난동 주한미군 처벌과 코로나19 시한폭탄 주한미군 한국 방역법 적용’ 촉구 기자회견 ⓒ뉴시스

민중공동행동 자주평화통일특위는 7일 미대사관 앞에서 ‘해운대 폭죽난동 주한미군 처벌과 코로나19 시한폭탄 주한미군 한국 방역법 적용’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폭죽난동 주한미군 전원 사법처리 △주한미군 사령관 사과 및 재발방지 약속 △주한미군 한국 방역법 즉각 적용 등을 촉구했다.

이들은 “주한미군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코로나19 폭탄으로 K-방역의 가장 큰 구멍이었다. 이는 주한미군에게는 한국 방역법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라며 “주한미군이 국제공항이 아닌 오산공군기지로 입출국 하는 것을 한국 정부는 일절 통제할 수 없다. 이들을 통한 코로나19 해외유입에 한국 방역당국은 무방비 상태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법과 체계에 따른 방역을 즉각 적용해야 한다”며 “우선 오산공군기지를 통해 한국에 입국하는 모든 주한미군을 한국 보건 당국이 통제해야 하며, 주한미군 기지출입도 한국 보건당국이 정한 절차에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지 밖의 주한미군은 마스크 착용 등 한국 방역지침에 철저히 따라야 하며, 이를 어길 기지 밖 출입을 전면적으로 막아야 한다”며 “더불어 주한미군 사령관은 직접 사과하고 확실한 재발방지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부연했다.

정치권에서도 목소리를 냈다.

진보당은 지난 6일 논평을 통해 “시청과 구청 직원들이 마스크 착용과 물리적 거리두기를 안내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미군들은 이를 무시했다고 한다. 평소 한국 주권에 대한 생각이 고스란히 드러난 순간”이라며 “미군은 당장 폭죽 난동에 당장 사과하고 연루 미군들을 전원 공개, 처벌해야 한다. 외교부, 국방부 등 미군의 공개 사과를 요구하는 관계 당국이 하나도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주한미군의 방역수칙 위반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3월 코로나19 수칙을 어긴 주한미군 하사와 병장이 1계급 강등 등의 징계를 받은 바 있다.

당시 주한미군 로버트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고의적이고 이기적인 태도로 다른 구성원을 빠뜨리는 행위는 용납할 수 없다”며 “보건 규정을 어길 시 최고 2년간 주한미군 시설에 못 들어오도록 조치하겠다”고 강경 경고한 바 있다.

이번 해운대 폭죽 사태 이후 주한미군 내에도 다시금 주둔국의 방역수칙을 준수해야 한다는 당부가 나오고 있다.

대구 미군 기지는 지난 6일 트위터를 통해 “주둔국에 대한 예의 차원에서 기지 밖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하길 바란다”며 “한국은 대중교통 이용 시 마스크 착용이 의무다. 특히 대구, 부산 등 인구가 많은 도심지는 모든 곳에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중하고 공손하게 행동해야 한다”며 “장병 모두가 미국 대사나 마찬가지다. 친절하고 예의 바른 좋은 이웃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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