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뉴시스
위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뉴시스

【투데이신문 채희경 인턴기자】 최근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되고있는 디지털 성범죄와 권력형 성범죄 등을 예방하기 위해 학교와 가정에서 성교육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특히 학교에서 이뤄지는 성교육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한 고등학교에서 바나나와 콘돔을 사용해 학부모들의 항의로 수업이 취소되는 일이 발생하는 등 학교 성교육 역량이 부족하다는 지적과 함께 ‘올바른 성교육’에 대한 요구가 일고 있다.

계속되는 학교 성교육 논란

지난 6일 전남 담양의 한 고등학교에서 기술·가정 담당 교사가 1학년 학생들에게 피임 방법을 알려주기 위해 바나나를 준비물로 가져오게 했다가 학부모들의 거센 항의를 받아 관련 수업이 취소된 사건이 발생했다.

해당 교사는 임신과 출산에 관련된 주제의 수업을 목적으로 바나나와 콘돔을 사용해 학생들에게 피임법을 알리려 했다.

이러한 소식을 전해들은 학부모들이 해당교사와 학교 교장에게 항의 전화를 해 교사는 관련 성교육을 취소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교사의 수업권을 침해했다는 비판과 함께 적절한 학교 성교육에 대한 요구가 일고 있다.

성교육 전문기관 자주스쿨의 김민영 대표는 이번 사건에 대해 “사건의 맥락이 중요하다”며 “바나나가 성기로 희화화 돼 누군가는 성적으로 불쾌감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정식 성교육 교구 사용 유무는 각 학교의 재량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학교 실정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학교 성교육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20일 서울 동작구의 한 고등학교에서 가정 과목 교사가 온라인으로 학생들의 성경험을 묻는 설문지를 배포해 논란이 됐다.

이 사실을 안 학부모들은 교육청에 민원을 제기했으며 해당 학교는 홈페이지에 관련 자료들을 삭제하고 사과문을 올렸다.

교육청 관계자에 따르면 교사 A씨가 오래 전 미국에서 만들어져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자료를 사용했던 것이 문제의 화근이었다.

전문가들은 학교에서 이뤄지는 성교육의 전문성 부재를 이 같은 논란이 계속해서 발생하는 이유 중 하나로 꼽았다.

현재 학교에서는 주로 보건 교사나 가정 과목의 교사가 성교육을 진행하는데, 성교육에 대해 전문적인 교육을 받지 않은 교사들일 경우 교육 진행 방식에서 논란이 될 소지가 있다.

자주스쿨 김민영 대표는 “학교에서 성교육 전문가가 아닌 일반 교사들이 성교육을 진행할 때 제대로 훈련받은 전문 강사와 다르게 수업 교구 사용 등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김 대표는 “교육부가 학교에서 연간 15시간 이상 의무적으로 성교육을 하도록 정했지만, 고등학생들의 경우 성교육 시간에 주로 자율 학습을 하는 등 실질적인 교육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성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성교육 전문인력 활용, 교구 구입, 다양한 콘텐츠 확보, 교사의 역량 강화 교육 등을 위한 예산 사용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교육부

시대착오적 성교육 표준안

성교육을 국가차원의 교육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 ‘국가수준의 성교육 표준안’은 2015년에 교육부에 의해 발간됐다.

학교에서는 성교육 표준안을 기준으로 성교육을 진행하는데 이 표준안은 발표된 이래 무수한 비판을 받고 있다.

2015년의 성교육 표준안에 따르면 남성은 바지, 여성은 치마를 입는 것이 ‘남녀에게 맞는 안전하고 편안한 옷차림’으로 표현됐는데, 이는 성별 이분법을 강화하고 성적 다양성을 배제하는 내용으로 해석될 수 있다.

또한 성폭력에 대처하기 위한 방법으로 ‘이성 친구와 단둘이 있는 상황을 만들지 않는다’는 내용이 제시되는 등 구시대적인 성폭력 예방 교육법이 포함됐다.

이에 대해 각계각층에서는 성별고정관념을 강화하고 십대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며 다양한 가족형태와 성소수자를 배제하는 등의 문제가 있는 현행 성교육 표준안은 시대착오적이라는 주장이 일고 있다.

또한 정부차원에서 시대적인 변화를 고려해 학생들에게 알맞는 성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 포괄적인 성교육과 관련 기준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WHO

학교 성교육 패러다임의 변화, 포괄적 성교육

포괄적 성교육(comprehensive sexuality education)은 기존의 정형화된 방식에서 벗어난 성교육으로, 유네스코(UNESCO)에 의해 규정된 개념이다.

단순히 성별의 생물학적 특징이나 변화에 초점을 맞춘 성교육에서 벗어나 학생들의 문화적인 배경과 성평등에 기반한 교육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전문가들은 포괄적 성교육을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학교에서 제대로된 성평등과 성인지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박선영 연구원은 “학교 교육의 패러다임이 입시 중심에서 성평등한 민주시민을 양성하는 체계로 전환돼야 한다“며 ”관계성에 기반한 인간의 평등한 성적 권리 등을 목표로 하는 포괄적 성교육은 그 시작이다“라고 포괄적 성교육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자주스쿨의 김 대표는 학교에서 성교육 역량을 강화하고, 포괄적 성교육을 공교육에 도입하기 위한 방안으로 “성교육 전문가, 교사 그리고 학부모들이 함께 논의할 수 있는 사회적인 장이 마련되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학생들이 믿을 맏한 어른들에게 성교육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