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 = 서울퀴어문화축제 홈페이지
<사진출처 = 서울퀴어문화축제 홈페이지>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제21회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온라인으로 개최됐다.

앞서 지난 4월 조직위는 “코로나19 확산 상황으로 인한 참여자 안전상의 사유로 6월 계획됐던 제21회 서울퀴어문화축제 예정 일정을 8월 말~9월 말로 변경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참여자의 안전과 코로나19 상황을 주시하던 조직위는 퀴어문화축제를 온라인으로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서울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는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온라인으로 개최 방식까지 바꿔가며 우리가 축제를 하는 이유는, 여전히 한국사회에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가 만연하기 때문”이라며 “성소수자는 없는 존재가 아니며, 우리는 일상 속에 함께 살아가는 존재다. 우리는 어떤 이유로든 차별받아서는 안 되는 존재다. 역사의 변화는 부정당한 자들의 저항의 목소리로부터 시작됐으며 저항의 목소리가 한데 모여 좀 더 평등한 세상이 만들어져 왔다”고 퀴어문화축제를 온라인으로 진행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1월 군 복무 중 성전환 수술을 받고 트랜스젠더임을 커밍아웃한 변희수 하사는 여군으로 복무를 이어가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육군본부는 변 하사의 강제전역을 결정한 바 있다.

또 지난 2월에는 숙명여대 법학과에 합격한 트랜스젠더 A씨가 학내외의 혐오성 항의로 인해 입학을 포기하는 일도 벌어졌다.

지난 8월에는 국제 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International Day Against Homophobia, Biphobia and Transphobia. IDAHOBIT)을 기념해 성소수자 인권증진을 목적으로 서울지하철 2호선 신촌역에 설치된 지하철 광고는 혐오세력으로 인해 훼손되기도 했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해 성소수자 혐오의 심각성이 드러나기도 했다. 지난 5월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한 클럽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하자 언론에서는 성소수자 혐오성 기사들이 쏟아지기도 했다. 또 당시 이태원 클럽을 방문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이들의 개인정보가 온라인상에서 퍼지기도 했다.

사진출처 = 서울퀴어문화축제 홈페이지
<사진출처 = 서울퀴어문화축제 홈페이지>

이처럼 성소수자를 향한 혐오가 만연한 상황에서 가운데 지난 18일부터 제21회 퀴어문화축제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축제하라, 변화를 향해!’라는 슬로건으로 온라인을 통해 진행되고 있다.

가장 많은 인원이 참여했던 서울 퀴어퍼레이드 역시 지난 19일 유튜브를 통해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이번 서울퀴어문화축제는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만큼 행사참여 부스 역시 온라인으로 마련됐다.

축제 참가자들은 오프라인에서 부스 운영단위들을 살펴보고 후원할 수 있게 됐으며, 부스 운영단위들도 참여자들에게 자신들의 활동내용을 자세히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온라인 부스로는 국내외 퀴어문화축제조직위 부스가 마련됐으며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와 영국·캐나다·네덜란드·아일랜드·뉴질랜드·호주·북유럽 4개국(덴마크·핀란드·노르웨이·스웨덴)의 대사관, 주한EU대표부 등 기관 및 대사관, 대학·청년·청소년 단체, 시민사회·종교·정당, 성소수자 활동단체 등 96개 단위가 참여해 평등한 사회를 위해 연대했다.

특히 지난 2017년부터 국가기관 중 유일하게 퀴어문화축제에 참가하고 있는 인권위는 “최근 국회에 ‘평등 및 차별금지에 관한 법률(평등법)’ 제정을 권고해 모두를 위한 평등을 향해 한 걸음 내딛었다”며 평등법 제정에 힘을 보태줄 것을 참가자들에게 호소했다.

퀴어문화축제의 메인 행사인 퍼레이드 역시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기존 오프라인 축제의 경우 참가자들이 광장에 모여 행진하는 방식이었으나 온라인으로 진행된 이번 퍼레이드는 대학로, 신촌, 이태원, 종로, 서울광장, 광화문 등 과거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열렸던 장소에 무지개 깃발을 든 소수의 인원이 행진하는 모습을 중계해 참가자 모두가 함께 시청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 7월 2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코로나19 확산 상황에서 대규모 축제를 진행한다며 퀴어문화축제의 개최를 반대한다는 내용의 청원이 게시돼 청와대 답변 요건인 동의자 수 20만명을 넘어섰다.

청원자는 “(코로나19 확산 시점에) 동성애축제를 강행하는 것이 과연 나라와 국민을 위한 생각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보수 개신교를 중심으로 한 혐오세력은 조직위가 축제를 온라인으로 개최한다고 밝혔음에도 퀴어문화축제를 반대한다며 가짜뉴스를 퍼뜨리기도 했다. 이는 지난 8월 15일 보수 개신교계의 집회로 전국적인 코로나19 확산 사태가 발생한 것과 대비되는 주장이다.

성소수자들은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이웃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자긍심을 고취시킬 수 있는 축제 방식을 마련해 안전하게 축제를 진행했다. 혐오세력의 가짜뉴스와 혐오발언에 멋지게 반격을 날린 것이다.

제21회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만큼 거리가 먼 지역에서도 참가할 수 있는 점도 장점으로 꼽혔다.

한편 지난 18일 ‘제20회 한국퀴어영화제’를 시작으로 오는 22일까지 진행되는 제21회 서울퀴어문화축제는 온라인을 통해 참가할 수 있다. 오는 24일에는 성소수자 부모모임의 온라인 토크쇼가 예정돼 있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