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이름으로 공무원 피격 사과 전해
핫라인 끊겼음에도 통지문과 친서 교환
폼페이오 방한에 따른 한반도 정세 변화
조만간 남북정상회담 가능성은 높아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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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뉴시스

【투데이신문 한정욱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우리 공무원 피격 사건에 대해 이례적이면서 신속한 사과를 하면서 얼어붙었던 남북관계가 녹아질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최근 남북 정상간 친서가 교환된 사실도 공개되면서 그에 따른 남북정상회담의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는 비핵화 협상에 또 다른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오는 10월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방한을 하면서 그에 대한 기대가 점차 높아지는 분위기다.

정치권에서는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우세했다.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이씨의 피살사건에 대해 북한이 침묵으로 일관할 것이라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금강산 관광 박왕자씨 피살 사건 때에 유감을 표명한 바는 있지만 이번에는 사안이 다르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이씨의 피살사건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했다. 하지만 그 분석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이씨의 피살사건에 대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직접 사과를 했기 때문이다. 물론 ‘시신 훼손’이라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국제사회의 거센 비난 여론은 무마하기 위한 방편이라는 이야이가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위원장의 이름으로 사과를 했다는 것은 이례적이다.

통지문에는 “우리측은 북남사이 관계에 분명 재미없는 작용을 할 일이 우리측 수역에서 발생한 데 대하여 귀측에 미안한 마음을 전한다”고 전했다. 또한 “국무위원장 김정은 동지는 가뜩이나 악성 비루스 병마 위협으로 신고하고 있는 남녘 동포들에게 도움은커녕 우리측 수역에서 뜻밖의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 문재인 대통령과 남녘 동포들에게 커다란 실망감을 더해준 것에 대해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김 위원장의 이름이 들어간 사과는 이례적이다.

만약 시신 훼손이라는 분위기 형성을 막고 국제사회의 거센 비난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서라면 간단한 유감표명 정도로 끝날 수도 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이름으로 사과를 했다는 점에서 단순히 비난 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 대북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천안함 폭침 사건에 대해서도 침묵으로 일관했던 북한이 이례적인 반응을 보인 것이다. 이를 두고 대북 전문가들은 북한이 한반도 긴장 상태를 계속 유지하는 것에 대해 부담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미국이 다시 북한과 대화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이번 사건에 대해 북한이 ‘적반하장’식으로 나오게 된다면 미국의 태도는 ‘강경 모드’로 바뀔 수밖에 없다. 더욱이 우리 국민의 분노가 극심한 상황이기 때문에 미국과의 대화 자체가 쉽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다시 말하면 김 위원장으로서는 교착상태에 빠진 미북 관계가 더 얼어붙는 것에 대한 부담이 상당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이 국제적으로 확산되면 중국과 러시아도 자신에게 등을 돌릴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형성된 것도 중요한 이유가 될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와 수해 복구에 여념이 없는 상황에서 만약 중국과 러시아마저 등을 돌리게 된다면 김 위원장으로서는 엄청난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보통국가를 추구하는 김 위원장이 입장에서 시신을 불태웠다는 여론은 골치 아픈 여론이 될 수밖에 없다. 김 위원장이 빠르게 사과를 함으로써 국제비난 여론을 무마하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김 위원장 이름으로 사과를 함으로써 국제 비난 여론을 빠르게 잠재우는 동시에 미국과의 대화 시도를 더욱 원활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이례적으로 빠르게 김 위원장의 이름으로 사과를 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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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동시에 최근 얼어붙었던 남북관계가 풀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지난 8일 문재인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낸데 이어 12일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면서 친서 교환이 이뤄졌다. 그리고 그 친서 교환이 이뤄진 것을 25일 이례적으로 청와대가 공개했다. 이는 이씨 피살 사건을 계기로 북한과 적대적 관계로 가고 싶지 않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이씨 피살 사건을 계기로 북한과의 대화가 재개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 대북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선이다. 특히 김 위원장의 사과에는 해상경계에 관한 가이드라인 등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하면서 최소한 남북 군사 담당자들이 테이블에 마주 앉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또한 해상에서의 이번과 같은 충돌에 대해서 남북 군사 담당자들의 대화뿐만 아니라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원포인트 남북정상회담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왜냐하면 9.19 군사합의에는 서해 해상 평화수역화 등이 있기 때문이다.

9.19 군사합의를 좀 더 진전있게 논의를 했다면 이번 같은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일각에서는 남북정상회담 추진이 곧 이뤄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서로 만나야겠다는 의중은 갖고 있는 것으로 이번 친서 교환에서 드러났기 때문이다. 다만 코로나19가 있기 때문에 문 대통령이나 김 위원장이 만남을 갖는 것을 섣불리 할 수 없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오는 10월 방한을 한다고 밝혔다. 이번 방한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 가운데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를 원한다고 밝혔기 때문에 북한과 관련한 메시지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메시지에 따라 북한이 우리와의 대화 테이블에 나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 특히 문 대통령이 방역 협력을 제안한 바가 있기 때문에 코로나19가 북한에 확산되면 그에 따른 방역 협력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미국으로서도 북한의 도발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남북정상회담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기에 미국이 남북정상회담을 적극적으로 지지할 것으로 예측된다.

다만 11월 미국 대선이 있기 때문에 북한이 남북정상회담을 당분간 추진하지 않을 수도 있다. 미국의 대선 결과에 따라 향후 북미대화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미국 대선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남북정상회담이 빠른 시일 내에 이뤄지기는 힘들 수도 있다.

아울러 북한이 비록 통지문을 보냈지만 우리 군 당국이 파악한 사건 내막과 너무나 다르기 때문에 우리 군의 조사 결과에 따라 남북대화의 방향이 달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무엇보다 이씨의 사살이 현장에서 독단적으로 이뤄진 것인지 평양 상부 지시로 이뤄졌는지 파악해야 하고, 관련 책임자를 처벌하고 북한의 재발 방지 약속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남북정상회담이 쉽게 이뤄지기는 힘들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어느 때보다 남북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은 매우 높아 보인다. 결국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결단에 달려있다. 무엇보다 지난 6월 남북연락사무소가 폭파되는 등 핫라인이 끊긴 상황에서 통지문과 친서가 교환됐다는 것은 남북의 대화 통로가 아직까지 막히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언제든지 남북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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