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에 회의 느낀 군부, 새 지도자 찾나
올해 김정은 언론 노출은 손에 꼽을 정도
김정은 대신 김여정, 계속 언론 노출 돼
경제 붕괴로 북한 주민 김정은에 회의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뉴시스
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7일 평양에서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13차 정치국 회의를 주재했다고 지난 6월 8일 조선중앙TV가 보도하고 있다. ⓒ뉴시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침묵이 상당히 길어졌다. 올해 김 위원장은 그야말로 띄엄띄엄 세상에 공개됐다. 그로 인해 사망설까지 나도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그리고 김여정 제1부부장이 전면에 나서고 김 위원장은 북한의 언론에서조차 사라진 모습이다. 사망설 해프닝 이후에도 지금까지 건강이상설이 나도는 등 김 위원장이 어디로 간 것인지 자취를 감췄다. 언제 전면에 나설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도 자아내고 있다.

지난 7일 노동당 정치국회의를 주재한 사람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다. 그리고 북한 언론에서 자취를 감췄다. 올해 북한 언론에 김 위원장이 노출된 것을 손가락을 꼽을 정도다. 지난해만해도 어디 지역을 순시했다는 식의 언론보도가 하루가 멀다 하고 보도됐는데 올해는 그것조차 찾기 힘들 정도다.

오죽하면 한때 사망설까지 나도는 등 김 위원장의 신변에 이상이 발생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지난 7일 이후 지금까지 언론에 공개가 되지 않으면서 김정은 건강 이상설까지 나돌고 있다. 물론 그에 대한 정확한 근거가 없다. 이런 이유로 건강 이상설을 쉽게 제기하기는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김여정 전면에 등장

반면 김여정 제1부부장이 언론 전면에 나섰다. 김여정 제1부부장은 김정은 위원장과는 달리 하루가 멀다 하고 언론에 계속 보도됐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등도 김여정 제1부부장 작품이라는 식의 언론보도가 나왔다.

또하 대남 비방을 김여정 제1부부장의 이름으로 내보내고 있다. 김정은 이름 석 자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에 대해 대북 전문가들 중 일부는 대남 비방이 실패할 경우 김정은 위원장이 정면에 나서서 관계 회복을 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내놓았다. 즉, 김정은과 김여정 남매가 역할 분담을 해서 김여정 제1부부장은 ‘악역’을, 김정은 위원장은 ‘화해’의 손을 내미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하지만 역할 분담을 하는 것이라고 해석하기에는 김여정 제1부부장의 역할이 너무 크다는 것이 문제다. 최고 존엄으로 불리는 김정은 위원장의 승낙 없이 김여정 제1부부장 단독으로 이뤄졌다고 하기에는 워낙 중대한 사안이기 때문에 북한 주민들에게는 ‘김정은 작품’이라는 식의 보도를 해야 하는데 ‘김여정 작품’이라고 보도를 했다.

그런 의미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보다는 정치이상설이 나오고 있다. 김 위원장이 전면에 나서지 못하는 그런 정치적인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김여정 제1부부장이 전면에 나서야 하는 그런 상황이 도래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북한 주민에게 김정은보다 김여정을 내세워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김여정 제1부부장ⓒ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김여정 제1부부장ⓒ뉴시스

정세현 “경제 어려워 김정은에 회의”

북한 주민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회의감을 느끼고 있다는 말이 나왔다.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지난 18일 ‘2020년 한반도 신경제 포럼’에서 북한이 경제가 무너지면서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회의에 빠졌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2016년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세웠는데 올해가 마지막 해이다. 문제는 성과를 제대로 내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올해는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 됐다. 이에 북한 주민이 김 위원장에 대한 회의가 일어났고, 이에 따라 대북 전단 살포를 빌미로 우리에게 화풀이를 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북한 주민이 김 위원장에 회의감을 느끼게 되면서 군부의 불만도 상당히 높아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군부의 입장에서는 더 이상 김 위원장을 신뢰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으로 보인다. 이에 군부로서는 김 위원장을 전면에 내세우기 보다는 백두혈통인 김여정 제1부부장을 전면에 내세운 것 아니냐는 해석이 가능하다.

김 위원장은 상징적인 인물로 내세우고, 김여정 제1부부장을 총리급으로 내세우면서 실질적 통치는 김여정 제1부부장에게 맡기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김 위원장으로서는 실각까지는 아니더라도 정치적 실각 수준까지 간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이런 이유로 군부는 김여정 제1부부장을 내세워 대남 비방과 함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등을 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가능하다. 이는 김 위원장이 당분간 전면에 나서지 못하는 상황을 말한다.

한미 반응에 따라 김정은 전면에

하지만 남북관계의 경색이 더욱 짙어짐에 따라 우리 정부와 미국이 보다 강한 반응을 북한에 내보내게 되면 김정은 위원장이 전면에 나설 가능성이 매우 높다. 즉, 대남 강경 모드가 오히려 북한을 더욱 위험하게 빠뜨릴 수도 있다는 인식을 북한 주민들이 하게 된다면 김여정 제1부부장에게서 김 위원장으로 다시 민심의 이동이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다시 말하면 우리 정부나 미국과의 대화 필요성이 다시 제기된다면 김 위원장이 전면에 다시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미국은 오는 11월 대선을 치러야 하기 때문에 그 이전까지는 북한과 대화할 가능성은 낮다. 우리 국민은 현재 북한과 대화를 하기보다는 일단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는 쪽으로 급속도로 여론이 기울어지고 있다. 따라서 우리 정부가 남북 대화에 나서는 것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정세현 부의장은 내년이 돼야 남북 관계가 개선될 것으로 예측했다. 남북 경색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것은 김 위원장의 잠행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김 위원장의 깜짝 등장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 시험 발사 등에서 깜짝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우리 정부와 미국과의 대화를 염두에 둔다면 김 위원장이 전략무기 개발 현장에 나서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이런 이유로 김 위원장의 잠행이 생각보다 길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김여정 제1부부장이 계속 전면에 나선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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