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이하영 인턴기자<br>​​​​​​​(가톨릭대학교 중국언어문화과·4)
▲투데이신문 이하영 인턴기자
(가톨릭대학교 중국언어문화과·4)

【투데이신문 이하영 인턴기자】 방탄소년단(이하 BTS)은 지난 7일 한‧미 관계 발전에 기여한 인물에게 수여하는 ‘밴플리트상’을 받았다.

BTS는 수상소감에서 “양국(한·미)이 함께 겪었던 고난의 역사와 많은 남성 및 여성의 희생을 영원히 기억해야 합니다”라는 말과 함께 글로벌 연대의 뜻을 전했다. 그러나 중국 누리꾼들은 “BTS의 발언은 한국전쟁에서 희생당한 중국 군인들을 무시하는 말이다”라며 이에 대해 걸고넘어지기 시작했다.

본인이 직접 웨이보(Weibo)에 들어가 이 사태에 대해 검색해본 결과, “발언이 너무 편협하고 패턴이 좁아, 미국에 아첨하려는 의도가 너무 분명하다”, “국가(중국) 앞에 아이돌(BTS)은 필요 없다” 등의 코멘트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밴플리트상’ 특성상 ‘양국’(한‧미)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우리나라 입장에서 미국은 우리를 도와준 국가, 중국은 북한을 도운 국가이기 때문에 한미관계의 친선을 언급한 BTS의 소감은 당연하다. 위와 같은 중국 누리꾼들의 주장은 생트집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다만 유튜브, 페이스북, 구글 등이 차단된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에서 대다수의 국민들이 밴플리트상 시상식의 의미를 제대로 모를 가능성이 있다. 또한 중국 교과서에는 6.25 발발 원인을 북한의 남침으로 시작됐다는 사실을 생략하고 “미국이 중국의 안전을 위협했다”라고만 적혀있다. 이로 인해 6.25에 관한 역사를 제대로 알지 못한 채로 이런 발언을 쏟아내는 것이 놀라운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기자는 중국 항주(杭州)에서 1년간 교환학생으로 지낼 때, 한류열풍을 몸소 체험했다. 인타이(银泰) 백화점 내 오락실 펌프 기계에서 젊은 중국인들이 한국 아이돌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모습을 보았고, 한국 화장품부터 드라마까지 모두 사랑받고 있는 것을 경험했다. 19일 기준 타오바오 메인에서 ‘한국 버전(韩版)’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상품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현재 삼성, 현대 등의 기업들이 BTS 관련 제품과 게시물을 내리며 사건이 번져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갑자기 불붙여진 이 반한(反韓) 감정은 금방 꺼질 것이고, 이번 사건 하나로 중국 젊은이들의 한국 사랑을 쉽게 막을 순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의 또 다른 근거는 미국의 대응이다. 한국 정부에서는 한중 외교관계를 우려해 별다른 대응책을 내놓지 않은 반면, 미국에서는 중국인들을 ‘어글리 차이니스(Ugly Chinese)’라고 비판하며 불매운동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심지어 지난 14일 모건 오테이거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트위터에 “BTS의 한-미 관계구축에 대한 긍정적인 지지에 감사하다”라며 “상을 받을 자격이 있다”라는 트윗을 남겼다.

중국의 과도한 자문화 중심 사상은 자칫하면 외교관계에 악영향을 끼치고, 국제 사회에서 외톨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중국은 전 세계에서 영토 크기 3위의 넓은 땅을 갖고 있는 대(大)국이지만, 외교에 대해 갖고 있는 좁은 관점 때문에 말 그대로 중(中)국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제는 그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관점을 넓혀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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