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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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최근 방송인 후지타 사유리씨가 미혼이지만 정자를 기증받아 출산한 소식을 전해 세간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사유리씨는 일본에서 아이를 낳았다고 알리며 한국에서는 자발적 비혼모 출산이 불법이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후 국내에서는 자발적 비혼모 출산에 대한 관심과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그런데 일부 정치권에서는 관련 세부 규정이 없어 현장에서 혼선을 빚고 있는 것일 뿐 자발적 비혼모 출산은 불법이 아니라는 해명이 나왔다. 실제 과거 국내 방송인 허수경씨가 정자를 기증받아 아이를 출산한 선례가 있다.

이러한 선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정자 공여 시술을 통한 비혼 임신이 불법으로 인식된 데는 관련 법과 현실 사이에 괴리가 있기 때문이다. 

ⓒ사유리SNS
<사진 출처 = 사유리씨 SNS>

“결혼은 NO, 아이는 원해”
‘자발적 비혼모’ 관심 집중

사유리씨는 지난 11월 17일 자신의 SNS를 통해 출산 소식을 알렸다.

그는 “2020년 11월 4일 한 아들의 엄마가 됐다.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하다고 전해주고 싶다. 지금까지 나 자신을 위주로 살아왔던 제가 앞으로는 아들을 위해 살겠다고 전했다.

올해 41세인 사유리씨는 지난해 10월 생리불순으로 산부인과를 찾았다가 난소 나이가 48세로, 자연임신이 어렵고 시험관 아이를 시도하더라도 성공 확률이 높지 않다는 통보를 받았다.

평소 아이를 출산하고자 하는 마음이 컸던 사유리는 눈앞이 캄캄했다. 그렇다고 해서 아이를 낳으려고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의 결혼을 빠르게 추진할 순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긴 고민 끝에 자발적 비혼모(SingleMothers by Choice)가 되기로 결심했다.

자발적 비혼모는 결혼을 하지 않고 자신의 의지에 따라 정자은행을 통해 정자를 받아 아이를 낳거나 입양해 키우는 여성으로, 국외에서는 ‘초이스맘(Choice Mom)’ 이라고도 부른다.

남성 가장을 중심으로 혼인으로 구성된 가족적이고 전통적인 가구 형태를 벗어나 새로운 가정을 꾸린 사유리씨에게 대중은 많은 관심을 보였다.

이 같은 화제는 과거에도 한차례 있었다. 지난 2007년 방송인 허수경씨도 정자를 기증받아 임신한 사실을 공개해 주목받은 바 있다.

당시 허씨는 자궁 외 임신으로 양쪽 난관을 절제해 병원으로부터 불임 판정을 받은 상황이었다. 그는 타인으로부터 인정받더라도, 스스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여자로서 가치 있는 일을 해내 것인데 그 일은 아이를 낳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자신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에 가슴이 아팠고 자발적 비혼모가 되길 선택했다고 알렸다.

당시만 하더라도 자발적 비혼모에 대한 인식은 매우 부정적이었고, 일각에서는 허씨를 향해 아동학대라며 비난의 화살을 쏴댔다.

반면 사유리의 출산 소식에는 연예계 동료들은 물론이고, 국민의 힘 배현진 의원과 진중권 전 동양대학교 교수 등 각계의 축하가 이어졌다. 대중들도 사유리의 용기 있는 선택에 응원의 박수를 보냈다.

10여년간 자발적 비혼모에 대한 인식이 매우 달라졌음을 시사한다.

실제 통계청의 2010년 이후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13세 이상 남녀 가운데 ‘결혼하지 않고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2010년 20.6% △2012년 22.4% △2014년 22.5% △2016년 24.2% △2018년 30.3% △2020년 30.7%로 10년 동안 꾸준히 증가했다.

ⓒ대한보조생식학회

자발적 비혼모 불법 아냐
현실에선 사실상 불법

사유리씨는 일본에서 정자를 기증받았다. 그 이유는 일본은 비혼 여성이라도 시험관 시술이 가능하지만 한국에서는 결혼한 사람만 가능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국내에서는 현행법이 점차 다양해지는 가구 형태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전통적인 가구 형태만 고수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다. 그러면서 자발적 비혼모를 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여론에 불이 붙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국내에서도 자발적 비혼모 출산은 불법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생명윤리법 제24조(배아의 생성 등에 관한 동의)에 따르면 배아생성의료기관은 배아를 생성하기 위하여 난자 또는 정자를 채취할 때에는 난자 기증자, 정자 기증자, 체외수정 시술대상자 및 해당 기증자·시술대상자의 배우자가 있는 경우 그 배우자의 서면동의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배우자가 없는 경우에는 별도의 서명 동의가 필요 없다는 것이다.

동법에서 금전 등을 조건으로 정자를 제공하는 것은 불법이지만 그게 아니라면 미혼 여성이 정자 공여 시술을 받는 것도 법률상으로는 문제가 없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자발적 비혼모 출산이 법리적 해석으로는 불법이 아닐 수 있어도, 법률과 현실의 간극은 크다고 지적한다.

실제 대한산부인과 보조생식시술 윤리지침에 ‘체외수정 시술은 원칙적으로 법적인 혼인관계에서 시행돼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또 ‘비 배우자 간 인공수정 시술은 시술 대상 부부에게 정자 공여 및 수증에 따른 본 학회 윤리지침, 법률상의 절차, 시술의 과정과 합병증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거친 후 시술 대상 부부 양측이 모두 동의한 후에 진행돼야 한다고 규정된다.

현장의 의료진들이 가지고 있는 윤리적 지침이 상당히 보수적이며 남성주의 관점으로 구축돼있기 때문에 법리적 해석상 배우자의 동의 없이 시술을 받을 수 있다고 할지라도 의료 현장에서도 가능할지는 다른 문제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자발적 비혼모의 출산이 불법으로 대응돼 왔다는 것이다.

때문에 보조생식시술에서 배우자 동의와 관련된 문구를 삭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정애 정책위의장도 자발적 비혼모 출산에 관한 현행법의 문제를 인정하며, 관계 부처인 보건복지부에서 불필요한 지침 수정을 위한 협의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국회에서도 필요한 부분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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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가하는 비혼 가구, ‘탈가족’ 도래
전통가족 중심 제도·인식 변화 필요

2018년 통계청이 발표한 ‘1인 가구의 현황 및 특성’에 따르면 미혼 가정은 2000년 95만6000가구에서 2015년 228만4000가구로, 우리나라도 비혼 가구 수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OECD 국가의 비혼 출산율은 41.2%인 반면 우리나라는 고작 1.9%에 불과하다.

이는 사회적으로 비혼모, 동거 등 다양한 가구 형태가 인정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인 반면 우리나라는 비혼 가구가 늘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남성 가장을 중심으로 한 전통적 가구 형태를 중시함을 방증한다.

여성의당 정책위원회 윤지선 의장은 비혼 가구가 증가하고 있고, 다양한 형태의 가구가 중요시되고 있는 만큼 전통적인 가구 형태 중심으로 만들어진 법, 의료, 복지 등 제도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 의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제까지 우리 사회에서는 반드시 혼인 제도를 거쳐 남성 가장에게 귀속되는 가장과 그 내에서의 출산만 정상으로 용인돼 왔다”며 “그러나 비혼 가구가 증가하고 있고 개개인이 중심이 돼 사회, 경제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변화를 이끌어 내고 있는 만큼 양육과 출산에 대한 기본 패러다임의 변화와 가족 구성에 대한 관점이 재구성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더불어 비혼 가구뿐만 아니라 다양한 가구 형태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를 뒷받침할 수 있도록 법, 의료, 복지 등 제도적 장치 개선도 요구된다”며 “개별 시민이 아이를 혼자 키울 때 경제적 부담을 느끼거나 빈곤으로 내몰리지 않을 수 있도록 모든 사회 제도의 관점을 1인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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