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온전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위한 양대노총 기자회견 ⓒ뉴시스
지난달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온전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위한 양대노총 기자회견 ⓒ뉴시스

【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지난해 노동자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가 발생한 사업장이 600여개소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중대재해가 발생한 사업장의 상당수는 내년부터 적용되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 유예기간을 적용받는 50인 미만 사업장이다.

고용노동부(장관 이재갑)는 10일 사업장의 산업재해 발생건수 등 공표에 관한 ‘산업안전보건법 제9조의2 제1항’을 근거로 2020년 중대재해 발생 사업장 등의 명단을 공표했다.

산안법에서 규정하는 중대재해는 △피해 규모가 사망자 1명 이상인 사고 △3개월 이상 요양이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인 사고 △부상자나 직업성 질환자가 10명 이상인 사고 등을 의미한다.

지난해 산재 예방조치의무 위반 사업장은 1466개소로 전년 대비 46개소 증가했다.

이들 중 중대 재해 발생 사업장은 전년과 마찬가지 671개소로 집계됐다.

사망자 수에 따라서는 △1명 632개소 △2명 28개소 △3명 7개소 △4명 2개소 △5명 1개소 △6명 1개소다.

업종별로는 △건설업 369개소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으며 △기계기구·비금속광물 및 금속제품제조업 99개소 △화학 및 고무제품 제조업 26개소 △임업 19개소 △도·소매 및소비자용품 수리업 18개소 △건물종합관리, 위생 및 유사서비스업 18개소 △유리·도자기·시멘트제조업 16개소 △기타 106개소다.

사업장 규모별로는 보면 △50인 미만이 539개소 △100∼299인 56개소 △50∼99인 52개소 △300∼499인 16개소 △1000인 이상 5개소 △500∼999인 3개소로, 50인 미만 사업장이 80.3%를 차지했다.

이 같은 결과에 일각에서는 내년부터 적용되는 중대재해법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여야가 지난달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중대재해법을 통과시켜 공포함에 따라 1년 뒤인 2022년 1월 27일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중대재해법은 중대재해 발생 시 대표이사를 포함한 경영 책임자도 처벌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다만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는 공포 이후 2년의 적용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으며, 5인 미만 사업장은 적용 대상에서 아예 제외됐다. 즉, 중대재해 사고 10건 중 8건이 발생하는 50인 미만 사업장은 2024년이나 돼야 중대재해법이 적용되는 셈이다.

노동계는 중대재해법 차등 적용에 문제를 지적해 온 바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이번에 제정된 중대재해법은) 편법과 꼼수를 통해 중대재해를 발생시킨 자들이 법의 그물을 빠져나가는 모습이 예상된다. 5인 미만 사업장의 적용 제외와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적용 유예가 대표적”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은 “실제 대다수의 중대재해가 벌어지는 작은 사업장의 현실을 무시한 법이 제정됨으로써 법을 빠져나가고자 사업장을 쪼개 가짜 50인 미만, 가짜 5인 미만 사업장이 속출할 것”이라며 “중대재해의 피해자는 계속해서 발생하고, 실질적이고 실효적인 처벌이 힘들어지고 결국 법의 형해화를 야기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도 “결국 국회가 5인 미만 사업장을 제외하고 중대재해처벌법을 통과시켰다”라며 “거대 여야가 합의한 중대재처벌법은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차별법’이며,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살인 방조법’이라고 비판했다.

노동계의 우려대로 중대재해법 차등 적용받는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가장 많은 중대재해 사고가 발생한 것이 가시화된 만큼 중대재해법의 실효성 논란은 전면 적용 등 대안이 나오지 않는 한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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