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대원이 지난 30일 노동자 2명이 사망한 울산시 울주군 고려아연 온산제련소에서 현장을 수습하고 있다. 사진제공 = 울산소방본부
소방대원이 지난 30일 노동자 2명이 사망한 울산시 울주군 고려아연 온산제련소에서 현장을 수습하고 있다. <사진제공 = 울산소방본부>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지난 주말 사이 산업현장에서 노동자 3명이 사망했다.

31일 경찰 등에 따르면 전날 울산 고려아연 온산제련소에서 컨테이너를 청소하던 노동자 2명이 유독가스에 질식해 숨졌다.

이들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조대원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사망했다.

경찰은 고려아연 소속 노동자인 이들이 사고 당시 재처리 공정 작업을 위해 컨테이너를 청소하던 중 금속 물질이 녹으면서 발생하는 유독가스를 마셔 질식사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고가 발생한 뒤 고용노동부 조사관이 현장에 나와 사고 경위를 파악했으며, 경찰도 현장 책임자 등을 상대로 작업 수칙 및 안전조치 이행 여부를 조사 중이다.

노동부는 고려아연 온산제련소에 대해 작업중지 명령을 내리고 특별감독에 들어가기로 했다.

고려아연 온산제련소는 지난 2018과 2019년 사고사망 만인율(1만명당 발생하는 사망자수 비율)이 각각 7.746과 2.213을 기록해 노동부가 ‘사망사고 비중이 높은 사업장’으로 발표한 바 있다.

이보다 앞선 지난 29일에는 충남 아산시 한 자동차 부품 제조공장에서는 이주노동자가 산업용 로봇에 깔려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카자흐스탄 출신의 이 노동자는 하청업체 소속 직원으로, 잠시 화장실을 간 동료의 업무를 대신 해주던 중 사고를 당했다.

이 이주노동자는 용접을 마친 자동차 부품을 옮기는 작업을 하던 중 로봇에 깔려 사망했다.

산업용 로봇이 작업자를 인지하지 못하고 작동한 이유는 파악되지 않았으며, 노동부는 해당 공장에서 산업용 로봇이 설치된 공정에 대해 작업 중지 명령을 내렸다.

경찰은 기계 오작동 여부, 안전관리 소홀 여부 등을 조사 중이나 현장에 CC(폐쇄회로TV가 없고 목격자도 없어 사고 경위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7일에는 인천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50대 일용직 노동자가 굴착기에서 떨어진 200kg짜리 돌에 맞아 숨지는 사고가 있었다. 이에 앞선 24일에는 인천 남동공단의 한 산업용 기계 제조공장에서 일용직 노동자가 300kg짜리 철판 구조물에 깔려 숨지기도 했다. 같은달 23일에는 경남 창원 부산신항 물류센터에서 업무를 마치고 퇴근하던 30대 노동자가 대형 지게차에 깔려 숨지는 사고도 일어났다.

최근 노동계가 제대로 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마련을 촉구하는 가운데 노동현장에서의 이 같은 사망사고가 연일 발생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경영책임자에 대한 처벌이 가능하도록 했다. 다만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는 2년의 적용 유예기간을 뒀으며, 5인 미만 사업장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했다.

노동계는 적용이 제외된 5인 미만 사업장과 적용이 유예된 50인 미만 사업장 등이 처벌을 면할 수 있는 상황을 우려하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등을 통해 보완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지난 27일 세종시 고용노동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산재사망사고가 줄어들지 않는 이유는 정부가 실효성 있는 정책과 산재예방 실현을 위한 강력한 법 제도 마련을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복잡한 하도급구조와 단기계약이 관행화된 산업현장에서는 중대재해와 사망사고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5인 미만 사업장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고, 50인 미만 사업장은 적용이 유예됐다”면서 “경총, 전경련 등 사업주 단체들과 재벌 대기업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마련 과정에서 경영 책임자 처벌을 제외해달라고 요구하며 시행도 되기 전인 법안을 무력화하기 위해 발악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영계는 사업장의 안전관리 책임자가 있을 경우 경영자에 대한 처벌을 면해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 기업의 사업장이 여러 개일 경우 각 사업장의 인사·노무 등 독립성이 인정된다면 별도의 경영 책임자가 있다고 봐야 하며, 사업장에서 발생한 중대재해로 본사 대표이사 등이 처벌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한편 여당은 보완입법을 통해 법안의 실효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최고위원은 31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고려아연 온산제련소에서 발생한 사망사고를 언급하면서 “전체 사망사고의 80%를 차지하는 중소규모 사업장의 산재사고 예방에 실효성이 없을 거라는 우려가 있다”면서 “보완입법을 서두르겠다”고 말했다.

산업현장에서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중대재해처벌법을 둘러싼 노사의 갈등과 정치권의 해법이 어떻게 마련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