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다영·이재영 자매가 쏘아올린 학폭 논란
카르텔·폐쇄적 구조 등 체육계 고질적 문제

여자 프로배구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소속 이재영·이다영 선수 ⓒ뉴시스
여자 프로배구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소속 이재영·이다영 선수 ⓒ뉴시스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최근 운동선수, 연예인들의 과거 학교폭력 가해 사실이 폭로되면서 학교폭력 근절을 위한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논란은 여자 프로배구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이하 흥국생명) 소속선수 이다영·이재영 자매의 과거 학교폭력 가해 사실이 인터넷에 폭로되면서 불거졌다.

지난 8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자신을 현직 배구선수들에게 학교폭력을 당한 피해자라고 밝힌 한 누리꾼의 폭로글이 게시됐다. 피해자의 주장에 따르면 가해자들은 과거 학창시절 흉기로 동료 선수를 협박하거나 폭언을 하고, 돈이나 옷 등을 갈취하기도 했다. 또 얼차려를 주거나 폭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이후 가해 선수가 이다영·이재영 자매라는 것이 밝혀졌고, 두 선수는 지난 10일 자신의 SNS에 자필 사과문을 올리며 학교폭력 가해 사실을 시인했다.

이다영 선수는 “학창시절 같이 땀 흘리며 운동한 동료들에게 어린 마음으로 힘든 기억과 상처를 갖도록 언행을 했다는 점 깊이 사죄드린다”면서 “피해자 분들께서 양해해주신다면 직접 찾아 뵙고 사과드리겠다. 지금까지 피해자분들이 가진 트라우마에 대해 깊은 죄책감을 갖고 앞으로 자숙하고 반성하는 모습 보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재영 선수는 “학창시절 잘못된 언행으로 고통의 시간을 보낸 분들에게 대단히 죄송하다”면서 “앞으로 제가 했던 잘못된 행동과 말들을 절대 잊지 않고 좀 더 성숙한 사람이 되도록 하겠다. 자숙하고 평생 반성하며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두 선수가 소속된 흥국생명 배구단도 공식 사과하며 두 선수에 대해 ‘무기한 출전 정지’ 징계를 내렸다.

흥국생명은 지난 15일 “구단은 이번 일로 배구를 사랑하시는 모든 분들께 실망을 끼쳐 드려 죄송하고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사안이 엄중한 만큼 해당 선수들에 대해 무기한 출전 정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두 선수에게는 무기한 출전 정지와 함께 잔여 연봉 미지급 등의 징계가 내려졌다. 대한배구협회는 두 선수에게 국가대표 자격 박탈 징계를 내렸다.

남자 프로배구 OK금융그룹 읏맨 소속 송명근 선수 ⓒ뉴시스
남자 프로배구 OK금융그룹 읏맨 소속 송명근 선수 ⓒ뉴시스

‘종목 불문’ 연일 터지는 폭로

이다영·이재영 선수의 과거 학교폭력 가해 사실이 알려진 이후 프로 운동선수들의 과거 학교폭력이 꾸준히 폭로되고 있다.

지난 13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남자 프로배구 OK금융그룹 읏맨(이하 OK금융그룹) 소속 송명근·심경섭 선수에게 학교폭력을 당했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OK금융그룹은 지난 15일 “(송명근·심경섭 선수의) 학교폭력 사안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당사자인 송명근, 심경섭 선수가 과거의 잘못에 대해 진정성 있게 책임지고 자숙·반성하는 의미에서 앞으로 경기에 출전하지 않을 것을 감독을 통해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사안에 대하여 무거운 책임감을 통감하며 신속하게 선수단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당 구단 자체는 물론이고 대한민국배구협회 및 한국배구연맹, 타 구단들과도 긴밀히 협의하여 실효성 있는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프로야구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19일에는 현직 프로야구 선수 A씨에게 초등학교 시절 집단 폭행을 포함한 신체적인 폭력과 폭언 등 피해를 당했다는 내용이 폭로되기도 했다.

이보다 앞서 지난해에는 NC 다이노스가 신인으로 지명한 김유성 선수의 학교폭력 가해사실이 논란이 되면서 사흘 만에 지명철회를 하기도 했으며, 2019년에는 키움 히어로즈 소속 안우진 선수의 학교폭력 가해 사실이 드러나면서 구단 자체적으로 50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내린 바 있다.

종목을 막론하고 프로선수의 과거 학교폭력 가해사실이 폭로되면서 학교운동부에서 발생하는 학교폭력에 대한 예방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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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등 줄줄이 방지대책 마련

이처럼 운동선수, 유명인의 과거 학교폭력 가해 사실이 폭로되고 국민적 관심이 쏠리자 관련 기관과 단체 등에서는 방지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지난 16일 보도자료를 통해 △학교폭력(성범죄 포함) 연루자 신인선수 드래프트 참여 원천 봉쇄 △피해자 신고센터 설치(초·중·고·대학생 및 프로선수 대상) △징계규정 정비 △학교폭력 근절 및 예방교육(초·중·고·대학생 선수 대상) △학교폭력 근절 캠페인 전개 등의 대책을 마련해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스포츠윤리센터는 지난 19일 “연이어 발생되는 체육계 학교폭력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다”며 학교운동부 폭력 예방 및 근절을 위한 추진과제를 발표했다.

추진과제에는 △상반기 초·중·고 학교운동부 대상 인권감시관 집중 운영 △학생선수 학부모 9000명을 대상으로 약 7개월간 실태조사 실시 △학교운동부 대상 인권침해 예방교육 강화 △기관 인지도 제고 및 신고·상담 홍보 활성화 △피해자·가족·주변인 및 조력인에 대한 임시보호 지원 및 의료·법률·상담·수어통역 등 지원 등이 포함된다.

서울시교육청도 지난 18일 학교운동부에서 발생하는 학교폭력 예방 및 근절대책을 내놨다.

서울시교육청은 “피해자 최우선 보호의 원칙 아래 학교폭력 가해자 처벌을 강화할 수 있는 규정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학교폭력예방법상 학교폭력 가해학생 조치사항을 받게 된 학생선수는 훈련 및 대회 참가 등 일정기간 학교운동부 활동이 제한된다. 또 전학 조치를 받은 학생선수는 체육특기자 자격을 잃게 되며 특히 중학교에서 전학조치를 받은 학생선수들은 고등학교 입학 시 체육특기자 자격심사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를 위해 서울시교육청은 ‘서울특별시 고등학교 입학 체육특기자의 선발에 관한 규칙’을 개정할 방침이다.

아울러 폭력·성폭력 피해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학생선수 기숙사 운영규정도 재정비된다.

학교장은 기숙사에 입사한 학생선수를 대상으로 월 1회 의무적으로 (성)폭력 및 안전사고 예방교육과 상담을 실시해야 하며, 학생선수 기숙사 내에서 학교폭력이 발생할 경우 가해자를 즉시 퇴사조치하고 기숙사 입사를 제한해야 한다.

또 오는 5월 학교체육진흥법 시행령이 개정됨에 따라 기숙사 사각지대에 CC(폐쇄회로)TV를 설치해야 하며, 학생선수 기숙사 사감을 대상으로 인권의식 증진과 인권감수성 함양을 위한 특별 인권교육도 실시된다.

한국배구연맹(KOVO) 관계자들이 지난 16일 서울 마포구 한국배구연맹 대회의실에서 학교폭력 근절을 위한 비상대책회의를 하고 있다. ⓒ뉴시스
한국배구연맹(KOVO) 관계자들이 지난 16일 서울 마포구 한국배구연맹 대회의실에서 학교폭력 근절을 위한 비상대책회의를 하고 있다. ⓒ뉴시스

성적 명목으로 폭력행위 자행

기관이나 단체 등에서 예방대책을 쏟아내고는 있지만, 이전부터 학교운동부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교육은 진행되고 있었다. 하지만 프로운동선수의 학교폭력 가해사실이 폭로되면서 기존의 예방대책이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학생선수 간의 학교폭력이 끊이지 않는 이유에 대해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성과를 내고자 하는 과도한 성과주의가 만연해 있기 때문에 그 안에서 폭력이 발생한다고 생각된다”고 진단했다.

이 관계자는 “체육계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는 것인데, 암묵적인 카르텔이 형성돼 있다”라며 “카르텔 안에서 성과를 중심으로 선후배간의 군기문화나 과거에 있었던 문화들이 남아있어 학교폭력이 발생한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매년 지도자 교육이나 정기적인 보수교육, 기본교육, 회의 등 인식개선을 위한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라며 “현재 상황에서의 체벌은 과거보다 많이 줄어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육청에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는 그런 행위들이 많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수치상으로 설명 하기는 어렵지만,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 의식이나 생각이 많이 바뀌고 인식 개선이 이뤄지고는 있다”며 “다만 그렇지 않은 지도자들이 일부 계시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인권을 강조하면서 교육 등을 진행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스포츠윤리센터 최태웅 교육홍보팀장은 “체육계 내의 폐쇄적인 구조, 위계문화 등 여러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성적을 명목으로 폭력을 정당화하고 특수적인 위계질서 속에서 가해행위, 폭력 등이 자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해선수의 보복이나 지도자의 눈 밖에 나는 것이 두려워 문제를 제기하지 못하는 사례에 대해 최 팀장은 “윤리센터는 수시로 체육현장을 감시·점검하는 인권감시관을 운영할 예정”이라며 “특히 학교운동부 내 폭력의 심각성을 인식해 초·중·고 학교운동부를 대상으로 집중적인 현장점검을 실시할 예정이며 인권침해 여부 확인을 위한 면담을 실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윤리센터는 주제별, 대상별(선수, 지도자 등) 교육 콘텐츠를 개발해 맞춤형 교안을 제작할 예정이며, 학습관리시스템(LMS) 및 지역사무소 3개소 운영을 통해 비대면 교육과 찾아가는 교육 등 일방적인 교육이 아닌 참여형 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부연했다.

최 팀장은 “체육인의 기본적인 인권이 존중되고 훈련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길 바라며, 윤리센터도 체육인의 인권보호와 스포츠비리 근절을 위해 적극 앞장설 것”이라며 “앞으로도 SNS뿐만 아니라 주요 커뮤니티에 홍보 배너 게재 등 신고·상담을 적극 홍보해 체육인의 인권보호와 스포츠비리 근절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프로스포츠 선수들의 과거 학교폭력 가해사실이 연이어 폭로되는 가운데 피해자를 보호하고 유사 사건을 예방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학교운동부와 체육계의 자체적인 노력과 함께 교육, 제도개선 등 학생선수의 인권을 지키기 위한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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