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최숙현 선수의 아버지 최영희씨를 비롯한 대구시민단체가 9일 오후 대구고등법원 앞에서 김규봉 전 감독 등 3명의 항소심 결과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뉴시스
고(故) 최숙현 선수의 아버지 최영희씨를 비롯한 대구시민단체가 9일 오후 대구고등법원 앞에서 김규봉 전 감독 등 3명의 항소심 결과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뉴시스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경북 경주시청 소속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국가대표 출신 고(故) 최숙현 선수에게 가혹행위를 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경주시청 김규봉 전 감독, 장윤정 선수에게 항소심에서도 실형이 선고됐다.

대구고법 형사1-1부(부장판사 손병원)는 9일 김 전 감독과 장 선수, 김도환 선수의 상습특수상해 등 혐의 항소심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김 감독에게 징역 7년, 장 선수에게 징역 4년, 김 선수에게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각각 선고했다.

아울러 김 전 감독과 장 선수에게는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수강, 김 선수에게 아동학대 재범예방강의 40시간 수강을 각각 명령했다. 김 전 감독에게는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취업제한 5년도 함께 명령했다.

김 전 감독은 지난 2014년 9월부터 2017년 5월까지 총 18회에 걸쳐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소속 피해 선수에게 상습적으로 상해를 가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장 선수는 2015년 8월부터 2020년 7월까지 소속 선수가 둔기로 피해 선수를 폭행하도록 교사하거나 직접 폭행함 혐의(상습특수상해교사)와 피해 선수들에게 억지로 과자를 먹이거나 머리를 바닥에 대고 엎드리게 한 혐의(강요)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 선수는 훈련 중 피해 선수를 폭행한 혐의(아동복지법 위반)를 받는다.

재판부는 “김 전 감독은 장기간 소속 선수들을 상대로 범행을 저지르고, 해외 전지훈련 항공료 명목으로 돈을 편취하고 경주시체육회 등 상당한 액수의 보조금을 편취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사 초기 소속 선수들에게 허위 진술서를 쓰도록 하는 등 범행 은폐를 시도했고, 최 선수는 피고인 등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던 중 피고인들의 죄를 밝혀달라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면서 “상당수 피해자들로부터 용서를 받지 못했고 사기 범행 피해가 상당부분 회복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엄벌이 불가하나 일부 범행이 트라이애슬론 특성에 따라 필요한 체중 감량 등을 위한 훈육과 지도를 하는 과정에서 범위를 일탈해 범행에 이른 측면이 있어 보이는 점, 일부 피해자들과 합의해 처벌을 원치 않는 점, 초범인 점 등을 종합했다”고 판시했다.

김 선수에 대해서는 “김 전 감독, 장 선수로부터 후배들을 잘 관리하지 못했다는 등의 이유로 폭행을 당하고 선수단 내 폭력적 분위기 속에서 범행에 이른 측면이 있다”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최 선수의 아버지 최영희씨는 이날 선고 직후 기자회견에서 “유족 입장에서 아쉬운 판결이다. 엄벌을 내려 경종을 울렸어야 했다”면서 “노력해 준 많은 분들에게 감사하며 숙현이의 고귀한 뜻을 이어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등은 “경주시장은 최 선수의 유족과 피해 선수들에게 사과하라”면서 “문화체육관광부는 체육계 폭력 등 가혹행위를 고발한 선수들에 대한 보호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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