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 위해 군부에 맞선 미얀마 국민들
소극적 국제사회 대응에 피해 날로 늘어
유혈진압·군부독재 한국 5·18과 꼭 닮아
지지·연대만이 미얀마의 봄 되찾아줄 것

ⓒAP/뉴시스
전경과 대치 중인 미얀마 국민들 ⓒAP/뉴시스

【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2019년 홍콩 시민들이 검은색 옷과 마스크, 노란색 헬멧을 착용한 채 거리로 나서 중국으로부터의 민주화를 외쳤다. 당시 세계는 홍콩의 민주화 물결에 연대로 응대했다.

그로부터 2년 후인 2021년, 세계적인 민주화 연대가 미얀마에서 다시금 일어나고 있다. 미얀마 군부가 정권을 독식하기 위해 쿠데타를 일으켰고, 이에 반대하는 국민들과 갈등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갈등은 무차별 총격전으로 확대됐고 미얀마 거리는 매일 피로 얼룩지고 있다.

최악의 유혈사태를 마주한 미얀마 국민들의 핏빛 절규에 세계는 다시 한번 지지와 연대로 응답하고 있다. 4·19혁명, 5·18 민주화운동, 6월 민주항쟁, 촛불혁명 등 혁명의 역사를 거쳐 온 한국 국민들 또한 손을 맞잡았다.

최루탄을 던지는 시위 진압 경찰과 맞서는 미얀마 국민들 ⓒAP/뉴시스

독재 욕망이 불러온 비극

미얀마는 1948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이후 1962년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키며 정권을 잡았다.

독립투사로서 국부와 같은 존재로 추앙받던 아버지 아웅산의 뒤를 이어 민주화 투쟁을 이끈 아웅산수찌는 군부독재의 종식과 미얀마 민주화를 이끌었다.

그리고 1990년 5월에 열린 총선에서 아웅산수찌를 수장으로 한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전체 의석의 82%를 차지하며 다수당으로 올라섰다. 하지만 군사정부는 선거 결과를 수용하지 않았고, 아웅산수찌를 무려 15년 가까이 가택연금하는 등 정치적 탄압을 이어갔다.

민주주의민족동맹은 2015년 총선에서 491석 중 390석을 차지하며 다시금 일어섰고, 약 50년간 이어진 군부독재도 그제야 무너지는 듯했다.

하지만 난관은 여전했다. 2008년 군부정권은 상.하원의 의석에 25%는 군부에 할당되도록 하고, 내무·국방·국경경비 등 3개 치안 관련 부처의 수장은 군부에서 선출하도록 정했다. 개헌을 위해서는 찬성표가 75% 이상 나와야 하는데 군부의 동의 없이는 사실상 개헌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실제 2020년 초반 민주주의민족동맹은 개헌을 통해 군부를 견제를 시도하려 했으나, 군부가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그런데 2020년 총선에서 실낱 같은 희망이 보였다. 그동안 미얀마 국민들은 수차례 민주화 시도 과정에서 유혈진압을 겪어왔고, 이에 두려움을 느끼며 적극적인 저항은 피해왔다.

그러나 미얀마 군부의 지속적인 독재 야욕, 반민주적인 행태, 극단적인 버마(미얀마에서 가장 많은 민족) 민족주의, 부정부패에 질릴 대로 질린 미얀마 국민들은 민주주의민족동맹에게 표를 몰아줬고, 이에 따라 민주주의민족동맹은 전체 의석 476석 가운데 83.2%인 396석을 차지하며 그야말로 압승을 거뒀다.

이로써 민주주의민족동맹은 독자적으로 정부를 구성할 권리가 생겼다. 미얀마 군부가 이를 가만둘 리 없었고, 군부는 총선 결과에 대해 부정선거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민주주의민족동맹을 중심으로 한 미얀마 정부는 여세를 몰아 군부에게 25%의 의회 의석을 할당해 주는 헌법 개정을 촉구했다.

갈등이 계속되던 가운데 군부는 미얀마 정부를 무력으로 뒤엎기로 결심하고 쿠데타를 계획했다. 당초 미얀마 군부는 자발적인 의회 해산과 군부가 주도하는 재투표를 요구했다.

하지만 미얀마 정부가 이를 수용하지 않았고, 군부는 의회 소집 시작일인 지난 2월 1일 쿠데타를 일으켰다. 이로써 군부는 의회와 정부를 강제로 해산시키고 권력을 거머쥐는데 성공했다.

이른바 ‘미얀마 쿠데타’로 아웅산수찌와 윈민 미얀마 대통령이 군부에게 구금됐으며, 1년간 국가비상사태가 선포됐다. 공석인 된 대통령을 대신할 권한대행으로서의 전권이 미얀마군 최고사령관에게 이양됐다.

미얀마는 그야말로 동굴 속 쥐 신세가 돼버렸다. 국가 전역의 인터넷과 전화, 통신 등은 군부에 의해 통제되고, 주요 도시로 향하는 도로도 모두 막혔고, 전 은행 운영도 중단됐다.

미얀마는 그야말로 독재정권의 끝판왕을 달리고 있다.

경찰이 던진 최루탄을 피하는 미얀마 국민들 ⓒAP/뉴시스

거리로 나선 미얀마 국민들

군부의 만행을 두고만 볼 수 없었던 미얀마 국민들은 반군부, 민주화라는 한뜻으로 거리에 모였다.

당초 시민들은 평화시위로 민주주의를 되찾고자 했다. 하지만 군부는 무자비한 탄압으로 맞섰고, 결국 이 과정에서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수많은 목숨이 희생됐다.

미얀마 인권단체인 정치범지원연합(AAPP)에 따르면 이달 10일(현지시간) 기준 쿠데타 이후 군부의 폭력진압으로 사망한 국민은 7000여명으로, 이들 중 어린이 사망자는 40여명에 달한다. 또 3000여명이 체포돼 끌려갔으며, 일부는 판결을 받고 복역 중이다.

2030의 젊은 세대가 중심이 된 이번 미얀마 민주화운동은 유튜브와 SNS 등을 타고 전 세계로 전파됐다. 군부가 시민들을 향해 울리는 총성, 잔인하게 시위대를 때리는 군인들, 피 흘리며 울부짖는 시민들의 모습이 생생하게 담겼다.

국가폭력에 저항하는 아시아 공동 행동 상현 활동가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하루에도 수십명이 사망하는 상황이라 피해 규모를 정확하게 추정하기 어려운 실정이다”라며 “매일 같이 체포와 고문이 이뤄지고 있다. 언론을 통해 알려졌듯 경찰이 시위대를 차로 박아 체포하는 상황까지 자행되고 있다. 때문에 가두시위를 이어가는 지역도 있는 반면 일부 현지인들은 무인 시위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몇년 아시아 지역의 민주화 불길이 거세게 일었다. 홍콩과 태국 등의 상황을 지켜보며 미얀마 국민들의 내면에 축적돼있던 불만이 터져 나오는 듯하다”며 “탄압이 폭력적이고 거셀수록 저항이 격화되는 점도 있는 거 같다. 군부의 거친 탄압 수위가 미얀마 국민의 정서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생각된다”고 부연했다.

국제사회는 얀마 민주화운동에 대한 군부의 탄압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다만 구체적인 제재나 조치는 이뤄지지 않고 있어, 일각에서는 국제사회의 소극적 태도가 미얀마의 큰 피해를 야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제인권단체 앰네스티는 전쟁터에서나 사용되는 무기를 가지고 평화적인 시위대를 공격하고 있다며, 조직적인 살인이자 초법적 처형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유엔 미얀마 인권 특별보고관도 국제사회가 행동에 나서야 할 때라고 촉구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이하 안보리)도 여러 차례 성명을 발표하며, 미얀마 군부의 유혈진압을 규탄해 왔다. 가장 최근인 지난 1일(현지시각) 안보리는 15개 이사국 전원이 합의한 미얀마 시민들의 민주화 시위에 대한 군부의 유혈진압을 규탄하는 내용을 담은 성명을 발표했다.

안보리는 “안보리 회원국들은 급속한 상황 악화에 깊은 우려를 표현하고 평화적 시위대를 겨냥한 폭력과 여성, 어린이를 포함한 민간인 수백명의 죽음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얀마 군부에 대한 강경한 비난과 제재, 향후 국제사회의 대응 방향에 대한 내용 등이 담기지 않아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안보리가 갈팡질팡하는 사이 미얀마 사태는 더욱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상현 활동가는 “국제사회 대응이 미흡한 건 사실이다. 안보리 이사국 일부가 내정간섭이라는 이유로 적극적인 대응을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라 충분한 조치가 나오지 못하고 있다”며 “지정학적 문제들이 결부돼 있기 때문에 미얀마 민주화운동 탄압을 단순히 인권과 민주주의 침해, 시민학살로 판단되지 못하고 있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3월 20일 오후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 앞에서 열린 미얀마 군부 퇴진을 촉구 집회ⓒ뉴시스

다시 일렁이는 민주화 지지·연대

미얀마 국민들은 국제사회의 연대를 간절히 호소하고 있다.

특히나 12·12 군사 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전두환 신군부 세력에게 저항하던 광주 시민들이 잔인하게 학살된 5·18 민주화운동의 역사가 있는 한국에 바라는 지지와 연대의 소망은 더욱 크다.

그들의 소망에 부응하듯 우리나라 곳곳에서는 같은 아픔을 겪고 있는 미얀마 국민들의 민주화운동에 힘을 싣는 시민사회의 연대가 이어지고 있다.

광주지역 100여개 시민사회단체는 ‘미얀마 군부 쿠데타 반대와 민주화 지지 광주연대’를 구성해 미얀마 민주화운동에 대한 지속적인 시민들의 관심을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군부가 국민을 상대로 벌이는 잔인한 학살행위는 절대 용서받을 수 없다”며 “유엔과 국제사회는 언제까지 미얀마에서 벌어지고 있는 집단학살을 지켜만 보고 있을 것인가. 집단학살과 반인륜범죄가 자행되고 있는 미얀마의 현 상황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더 이상의 희생이 발생하지 않도록 인도주의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국민들은 미얀마의 군부 쿠데타 세력을 강력히 규탄하며 미얀마 국민의 민주항쟁을 적극 지지한다”며 “광주시민들은 미얀마가 광주와 같은 아픔에 처하지 않도록 연대할 것이다. 미얀마의 민주화와 군부 청산이라는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쿠데타 세력에 맞선 미얀마 민중의 정의로운 투쟁은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응원했다.

이 밖에도 대학생 단체, 영화계, 언론계, 종교계 등에서도 공개적인 지지와 연대를 아끼지 않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SNS를 통해 “미얀마 국민들에 대한 폭력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 더 이상 인명의 희생이 있어서는 안 된다”라며 “미얀마 군과 경찰의 폭력적인 진압을 규탄하며 구금된 정부 인사들의 즉각 석방을 강력히 촉구한다. 민주주의와 평화가 하루속히 회복되길 간절히 바란다”고 전했다.

민주주의를 되찾기 위한 미얀마 국민들의 투쟁이 시작된 지도 어느덧 3개월. 겨울 끝자락에서 어느덧 봄이 됐지만, 미얀마에는 여전히 이전에 없는 혹독한 겨울 추위가 깊어가고 있다. 멈추지 않는 미얀마 국민들 마음속 군부독재에 대한 저항의식,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 그리고 세계의 연대가 빼앗긴 들에 따뜻한 봄을 되찾아주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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