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전쟁, 결국 백신 이기주의로 이어져
미국 제약사, mRNA 플랫폼 일시 공개 거부
미국·영국 정부 상대로 제약사들 로비 있었나
백신 무기화에 따른 빈익빈 부익부 현상
중국의 반격, 여론 환기 위해 미국 맹비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화이자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뉴시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코로나19 백신 수급이 전세계적으로 원활하지 않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혈전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면서 미국 모더나 백신 등 mRNA(메신저 리보핵산) 플랫폼을 이용한 백신이 안전하다는 분석이 돌면서 미국 백신을 확보하기 위해 전세계가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최근 보여준 미국의 모습은 백신을 무기화하고 있으며, 백신 이기주의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 국제사회의 대체적인 평가이다. 인도 등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늘어나고 있는데 미국은 아직도 백신을 무기화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백신이 모자라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는 선진국보다 중진국, 중진국 보다는 후진국에서 더 백신이 모자라는 상황이다.

이른바 백신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발생했다. 부자 나라에서는 백신이 남아도는데 가난한 나라는 백신이 없어서 코로나19에 감염되고, 사망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이런 백신 부족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도 백신이 생산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미국 제약사가 갖고 있는 특허권을 일시적으로 포기해야 한다.

백신 특허권 일시 포기는

미국 제약사가 백신을 만드는 방식은 mRNA 플랫폼을 이용한 방식이다. 이는 코로나19 뿐만 아니라 암 등 다른 질병에서도 적용되는 방식인데 이에 대한 특허권은 미국 제약사가 갖고 있다.

코로나19 백신이 전세계적으로 공급되기 위해서는 mRNA 플랫폼 방식의 특허권을 일시적으로 미국 제약사가 포기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 코로나19가 종식될 때까지 특허권을 잠시 내려놓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 제약사들은 이것을 사실상 거부했다. 거부 이유는 mRNA 플랫폼 방식을 중국이나 러시아가 탈취해 갈 수 있다는 것이다.

해당 특허권을 전세계에 개방해서 코로나19 백신을 만드는데만 사용하면 되는데 중국이나 러시아가 해당 방식을 갖고 다른 제약을 만들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한 것이다.

미국 제약사 입장에서는 중국이나 러시아가 특허권의 개념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봤다. 이런 이유로 특허권을 개방하는 것 자체에 대해 거부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제약사들이 특허권 개방을 거부하기 위해 정부를 상대로 로비 등을 했는지 여부가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영국 의원들은 성명을 통해 영국 정부가 제약업체의 로비를 받았을 가능성을 주장하고 나섰다. 이는 미국도 비슷할 것이라는 것이 국제사회의 시선이다. 미국 제약사들도 미국 정부를 향해 특허권 개방에 대해 반대 로비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백신 이기주의로

결국 미국 제약사의 백신 특허권 개방 반대는 백신 이기주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세계무역기구(WTO) 100여개 회원국은 백신 관련 지적재산권 적용을 한시적으로 중단해달라고 요구했지만 결국 미국이나 영국이 반대를 한 것이다.

국제전문가는 미국이 백신 이기주의를 표방하면서 얻는 것은 결국 부메랑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왜냐하면 미국만 백신 접종을 완료한다고 해서 코로나19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글로벌 무역을 해야 하는 미국의 입장에서는 전세계 인구가 모두 백신을 접종해야 미국 경제도 성장할 수 있는데 당장 눈앞의 이익 때문에 백신 이기주의에 빠지게 되면 결국 전세계 경제가 살아날 기회는 더 늦춰지게 되며, 그것이 다시 미국 경제에 영향을 미치게 될 수밖에 없다.

가장 대표적인 나라가 바로 인도와 아프리카다. 인도는 하루 확진자가 35만명이 넘을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아프리카의 경우 백신을 확보하지 못해서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런 인도나 아프리카에 백신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기 위해서는 미국 제약사들이 백신 특허권을 일시적으로 포기해야 하는데 포기를 하지 않으면서 결국 최빈국들의 국민들은 백신도 제대로 접종하지 못하고 코로나19 감염에 노출돼 있다.

반격의 기회 맞이한 중국

더욱이 이번 코로나19 백신 수급 불균형으로 인해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반격의 기회를 맞이했다는 것이다.

미국이 그동안 중국 견제를 위해 국제사회에서 여론을 계속 환기시켜왔다. 중국이 특허권을 침해하는 그런 나라라는 점을 계속 강조하면서 국제사회에서 대중국 견제를 위한 공동 전선 등을 형성하는 노력을 해왔다.

그에 맞서 중국 역시 미국의 패권주의를 깨부수기 위해 노력을 해왔는데 최근 백신 수급 불균형이 이뤄지고 미국 제약사들이 특허권 공개를 거부하자 백신 이기주의라면서 미국을 향해 중국이 비난을 하기 시작했다.

환구시보는 “아프리카 나미비아의 경우 인구 250만명 중 128명만이 백신을 맞았다”면서 “미국은 인권을 외치면서도 백신 수출을 차단하고 글로벌 방역에 아무런 기여를 하지 못한 가장 이기적인 국가”라고 비난한 것이다.

그러자 미국은 아스트라제네카 6천만회분을 타국을 위해 지원하겠다면서 국제사회 여론을 환기시키려고 하지만 그것이 뜻대로 이뤄질지는 모르는 상황이다.

더욱이 자국 백신이 아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다른 나라에 지원하겠다는 것은 결국 백신 이기주의의 끝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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