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 규모 상속세, 5년에 걸쳐 분납키로
故이건희 회장 지분 상속 내역은 밝히지 않아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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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삼성전자 故이건희 회장의 유족들이 12조원이 넘는 상속세를 5년에 걸쳐 분납하기로 했다. 또 유산 가운데 1조원을 의료공헌 등 사회환원에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이 회장의 유산 대부분을 차지하는 계열사 지분 배분 내역을 공개하지 않아 향후 삼성그룹 지배구조에 대한 윤곽은 아직 안개 속에 가려진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28일 故이건희 회장의 유족들이 고인이 남긴 유산 가운데 12조원 이상을 상속세로 납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회장의 유산은 삼성전자를 비롯한 계열사 주식, 미술품, 한남동 자택, 용인 에버랜드 부지 등을 포함해 모두 26조원을 웃돌 것으로 추산된다. 

이번 상속세 규모는 국내 최고 수준의 납부액이다. 앞서 가장 높은 상속세가 결정됐던 LG 구광모 회장은 7200억원을 나눠서 내고 있으며 한진그룹 조원태 회장의 상속세도 2700억원 정도다. 삼성 유족들은 납부액의 규모가 큰 만큼 배당금과 대출 등을 활용해 자금 마련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으며, 연부연납 제도를 통해 향후 5년간 6차례에 걸쳐 분납할 계획이다. 

주식 외에 이 회장이 소유해왔던 미술품 2만3000여점은 국립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 등 국립기관에 기증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겸재 정선의 ‘인왕재색도(국보 216호)’, 단원 김홍도의 추성부도(보물 1393호)‘ 등 60건의 지정문화재는 물론, 김환기의 ‘여인들과 항아리’,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 등 미술사에서 유의미한 작품들도 포함돼 있다. 

이밖에도 유족들은 이 회장의 유산 중 1조원 가량을 한국사회 의료 공헌에 기부하기로 결정했다. 특히 유족들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등 감염병 대응 인프라 구축을 위해 5000억원을 투입해 ‘중앙감염병 전문병원’을 건립하고 국립감염병연구소의 건축 및 설비구축과 백신 개발 등에 2000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소아암 및 희귀질환에 걸려 고통 받는 어린이 환자들을 위해서도 3000억원을 기부하기로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유족들은 ‘세금 납부는 국민의 당연한 의무로,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밝혔다”라며 “이번 상속세 납부와 사회환원 계획은 갑자기 결정된 게 아니라 그동안 면면히 이어져온 정신을 계승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유족들은 유산의 총 규모와 개별 상속 내역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특히 유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 회장 소유의 계열사 지분 분배 내용이 공개되지 않아 삼성그룹 지배구조 재편 윤곽은 아직 드러나지 않은 상황이다. 

이 회장의 삼성 계열사 보유 지분은 삼성전자 보통주 4.18%(2억4927만3200주), 삼성전자 우선주 0.08%(61만9900주), 삼성생명 20.76%(4151만9180주), 삼성물산 2.88%(542만5733주), 삼성SDS 0.01%(9701주) 등이다. 

법정 상속 비율은 이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 여사가 3/9로 가장 많고 자녀인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신라호텔 이부진 사장, 삼성복지재단 이서현 이사장이 2/9로 배정돼 있다. 

업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그룹 내 지배력 강화를 위해 지분을 몰아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삼성그룹은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갖고 있는데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 주식 17.33%를 보유하고 있지만 삼성생명과 삼성전자의 지분은 각각 0.06%와 0.7%에 불과한 상황이다. 

만약 이 부회장이 이 회장의 삼성생명과 삼성전자 주식 모두를 넘겨받는다면 그룹 내 오너 지배력은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 소유의 계열사 지분 분배 내용은 공시 대상인 만큼 상속세 납부 마감일인 30일 이후에는 관련 내용이 공개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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