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관계자, 3차 회의에서 '지방 건립' 부정적 의견 제시
문체부, ‘지방배제 가이드라인’ 설정 의혹에 대해 선 그어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김승수 의원실

【투데이신문 박고은 기자】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의 유족 측이 기증한 2만3000여점 미술 소장품들의 전시 공간을 두고 지자체가 유치 경쟁까지 나섰지만 애초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지방 배제’라는 가이드라인을 사전에 설정했다는 단서가 포착돼 논란이 일고 있다.

11일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대구 북구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은 문체부로부터 받은 이건희 미술관 관련 회의 자료를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하며 “문체부가 개최한 9번의 회의 중 3차 회의 당시 이미 문체부 공무원 중심으로 이건희 미술관 지역공모는 어렵다는 결론을 내리고 진행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앞서 문체부는 지난 7월 7일 이건희 소장품 활용방안과 관련해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문체부는 이건희 컬렉션 기증품 활용방안 마련을 위해 관련 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회를 운영해왔고, 10여 차례 논의를 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문체부가 김승수 의원실에 제출한 ‘국가기증 이건희 소장품 활용방안 회의’ 자료에는 회의 수는 총 9회로 명시돼 있고, 1회에서 4회까지는 전체 전문가 위원회가 구성된 것도 아닌 문재인 대통령 문화비서관 출신 1인을 포함한 전문가 위원 2명과 문체부 담당 공무원 중심으로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지난 5월 14일 열린 3차 회의에서는 문체부 관계자가 ‘건립 부지선정은 모든 가능성을 두고 검토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지역 요구를 감안해서 선정 공모할 경우 과열 경쟁에 따른 부작용이 있을 수 있음’이라며 지방 건립의 부정적 의견을 제시했다.

또한 3차 회의록에서 문체부로 추정되는 한 관계자가 ‘2016년 국립한국문학관 건립 추진 시 지자체 과열경쟁으로 공모가 한 달 만에 중단된 바 있음’, ‘유족측이 지역 맥락에 따라 별도로 5개 지역 미술관에 기증한 바 있어 특정지역에 건립은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문체부가 사실상 지방배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해당 발언자의 이름은 회의록에 표시되지 않았다.

김 의원은 “당시 전문가 위원 참석도 2명에 불과했다”며 “정부가 애초부터 이건희 미술관의 지방 건립은 불가하다는 원칙을 세워놓고 추진한 수도권 중심의 문화예술 정책 실상에 강한 분노와 허탈감을 느낀다”고 문재인 정부의 지방분권 추진 의지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덧붙여 “정부는 이건희 미술관의 서울 건립 결정을 당장 철회하고, 수도권을 배제한 모든 지자체가 공정한 공모를 통해 건립이 결정될 수 있도록 원점에서 재검토해야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문체부 관계자는 “처음부터 지방을 배제하지는 않았다”며 “검토 한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고 밝혔다.

3차 회의록에 대해서는 “회의록 내 ‘건립 부지선정은 모든 가능성을 두고 검토할 것’이라고 돼 있다는 부분을 빼 놓으면 안된다”고 ‘지방배제 가이드라인’ 설정에 대한 의혹에 대해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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