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이건희 소장품관 건립계획 철회 기자회견 열어
사회적 합의 전무·이재용 사면과 연관성 우려 목소리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유족들이 국가에 기증한 왼쪽 위부터 시곗바늘 방향으로 이중섭의 ‘황소’,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 김환기의 ‘여인들과 항아리’.ⓒ문화체육관광부

【투데이신문 박고은 기자】 고(故) 이건희 회장이 기증한 2만3000여점의 미술 소장품들의 전시 공간을 두고 지자체가 유치 경쟁까지 나서는 등 전국을 들썩이게 만들었지만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후보지로 서울 용산과 송현동 부지 2곳을 선정했다. 정부는 올해 안에 최종 부지를 선정해 가칭 ‘국가기증 이건희 소장품관’(이하 이건희 기증관)은 이르면 2027년 혹은 2028년 완공될 예정이다.

하지만 이같은 판단에 대해 '국가기증 이건희 소장품관' 건립을 반대하는 시민사회단체가 “최악의 결정”이라며 “공공의 미술품과 문화재가 ‘이건희’의 이름으로 기억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이건희 기증관’ 건립계획 철회를 촉구하고 나서고 있다.

2028년 완공 예정될 ‘이건희 기증관’

앞서 지난 4월 이건희 회장의 유족 측이 문화재와 미술품 총 2만3181점(국립중앙박물관 2만1693점, 국립현대미술관 1488점)을 기증한 이후, 문체부는 기증품 활용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별도 전담팀과 관련 전문가들로 구성된 ‘국가기증 이건희 소장품 활용위원회(이하 위원회)’를 운영해왔다.

때마침 지난 4월 29일 문재인 대통령이 이건희 컬렉션을 위한 별도 미술관을 설립하라고 참모진에게 지시했고 위원회는 총 10차례 논의를 거쳐, ‘이건희 기증관’ 건립계획을 세웠다.

황희 문체부 장관은 지난 7일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브리핑룸에서 “이건희 고인의 존함이 활용하는 이건희 기증관 이런 약칭으로 현재는 하고 있고 여기에서 크게 변화가 없이 아마 기증관 이런 명칭으로 활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건희 기증품들은 기증자 이름을 넣은 ‘이건희 기증관’으로 할 예정이다.

위원회는 이건희 기증관을 국립중앙박물관 용산 부지와 국립현대미술관 인근 송현동 부지가 최적이라는 의견을 문체부에 제안했다.

문체부는 “서울 용산과 송현동 부지 모두 국내 최고 수준의 전문성과 기반시설을 갖춘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 인근에 있어, 연관 분야와의 활발한 교류와 협력, 상승효과를 기대할만한 충분한 입지여건을 갖추었다”고 보고 있다.

“삼성 노동자 아파하는데...사회적 합의 없어”

이 같은 결정에 대해 임정희 문화연대 공동대표는 16일 본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삼성은 비자금 문제도 있고 사실 삼성에서 일했던 노동자들이 아파하고 해결 안되는 문제가 있는 상황에서 사회적으로 많은 이견들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예상하면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하지만 (정부는) 합의를 도출할 생각도 없었고 논의를 제외하고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이라고 맹비난 했다.

임 공동대표는 “예술이 어떤 식으로 사적 소유를 넘어서 공공 자산이 되기 위해서는 이것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하는데 모든 절차가 소수에게 집중돼 있어서 비민주적”이라며 “삼성에서 조건 없이 기증하겠다고 해서 ‘국민 자산’이 된다는 것인데 정부의 일방적인 행정으로 모든 것이 결정됐다”고 비판했다.

기증관을 별도로 건립하겠다는 정부 계획에 대해서도 “기증자를 밝힐 필요 있겠지만 미술관을 짓는 것은 상당한 국가 예산을 수반하는 일이기 때문에 별도의 미술관을 지을 필요 없다”며 “근대 미술관이나 여러 군데에 현대 미술관도 있다. 활용 방안을 심층적으로 논의했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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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기증 이건희 소장품관 건립계획은 최악의 결정"이라고 지적했다.ⓒ문화연대 유튜브 캡처

시민단체 “왜 미술관 이름이 ‘이건희’인가” 반발

앞서 문화연대 외에도 60여개 시민사회단체는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공미술관에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는 재벌 회장의 이름을 넣겠다는 시대착오적인 발상, ‘공공성’에 대한 최소한의 상식마저 무너져버렸다”고 비판했다.

이어 “무슨 이유에서인지 정부는 소장품을 전시할 공간을 ‘국가기증 이건희 소장품관’이라 명명하면서 별도의 미술관을 건립하려 하고 있다”며 “공공의 미술품과 문화재가 ‘이건희’의 이름으로 기억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과의 연관성 문제도 짚었다. 이들은 “너무나 당연하게도 ‘이건희 컬렉션’과 이 부회장의 사면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어야 한다”며 “‘국가기증 이건희 소장품관’ 건립계획이 이재용 부회장의 사면을 위한 절차와 수순이 아닌가라는 우려가 큰 것이 사실이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는 “이 부회장은 86억 원의 뇌물공여 및 횡령 범죄를 저지른 국정농단의 주범”이라며 “‘이건희 컬렉션’의 기증이 사회공헌으로 포장돼 사면으로 연결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지금이라도 정부는 ‘국가기증 이건희 소장품관’의 건립 결정을 철회하고, 국가 기증품의 공공적 활용방안에 대한 논의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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