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19일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부문 대상 수상작 ‘갈매기‘ 시사회 열려

영화 스틸컷 중 일부
영화 스틸 컷 중 일부 ⓒ영화사 진진

【투데이신문 박세진 기자】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부문 대상 수상에 빛나는 영화 <갈매기> 시사회가 19일 용산 CGV에서 열렸다. <갈매기>는 신예 김미조 감독의 첫 장편영화 연출작으로 올해 가장 압도적인 여성영화로 평가받는다.

갈매기를 제작하게 된 동기 역시 특별하다. 김 감독은 우연히 한낮의 천변에서 운동하던 아주머니와 그 뒤를 바짝 붙어 따라가던 한 남자를 봤다. 자신의 어머니를 닮은 아주머니의 모습에 노파심이 들었다. 이후 오랫동안 그 두 사람을 지켜봤는데 그때의 그 인상이 강하게 남아 갈매기라는 작품을 만들게 됐다.

지난 2018년 5월 기획을 시작으로 2020년 4월 전주국제영화제에 첫선을 보인 <갈매기>는 평범한 수산물 시장 상인인 소시민이자, 세 자매의 엄마로 살아온 한 중년여성의 ‘피해’와 ‘복수’를 넘어선 ‘극복’의 과정을 관객들에게 선사한다.

김미조 감독은 단편영화 연출 때부터 여성이 마주하는 폭력에 관한 이야기를 심도 있게 다뤘으며 평단의 주목을 받아왔다. 이번 장편 데뷔작 역시 그간 단편영화에서 꾸준히 외쳐왔던 주제를 힘 있는 이야기 전개 속에서 더욱 심도 있게 풀어냈다.

영화 스틸 컷 중 일부 ⓒ영화사 진진

중년여성 오복은 전형적인 기성세대의 엄마다. 자신을 내팽겨둔채 가족만을 위해 헌신한 그지만 세 딸과 남편은 그의 희생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자신 또한 그 역할에 큰 불만은 없었다. 딸의 결혼을 앞둔 어느날, 동료 상인에게 성폭행을 당한 뒤 스스로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홀로 외로운 싸움을 시작한다.

오복의 눈물겨운 호소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그의 편이 아닌 자기 자신의 이해관계부터 계산하는 모습을 보인다. 결국, “이 사람 저 사람 죄다 눈치보면 나는 언제 챙겨?“ 목이 터져라 외쳐댄 오복은 자기 자신에 대한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에 집중하기 시작한다. 

극중 오복역을 맡은 배우 정애화는 “저 스스로도 부모에게 많은 영향을 받고 자란 세대다. 당시 부모님들은 가부장적이고 남성 우월적이기도했다. 억압된 환경 속에서 자랐다. 당시 사회 분위기의 영향을 제일 많이 받은 스스로였기에 오복이 아닌 배우 정애화가 같은 상황에 놓였더라면 그저 제 탓을 하면서 살았을 것“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영화 스틸 컷 중 일부 ⓒ영화사 진진

극 중 주인공 ‘오복’이라는 중년여성이 겪는 사건, 사고에 대한 윤리적 고민을 사려 깊게 담으면서 군더더기 없는 스토리텔링은 영화적 완성도를 높임과 동시에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힘을 싣는다. 특히 ‘성폭력 피해’를 겪은 주인공 오복의 행동과 심리 변화를 따라가는 데 집중하며, 관객들이 서서히 그녀의 선택을 응원하게 되는 것도 또 하나의 묘미다.

김미조 감독은 “만듦새는 다소 거칠고 투박하더라도 깡 있는 영화를 만들고자 했다. 70년대, 80년대 당시 영화들이 갖는 특유의 거친 결, 하지만 그 안에 담고 있는 에너지를 표현하고자 많이 노력했다”라며 “최근 여성 관련 미투 범죄들을 은폐하면 은폐할수록 사건이 더욱 커지는 것을 자주 목격했다. 영화 제작 당시 이를 많이 참고했다”라고 말했다.

영화 <갈매기>는 우울하고 암울한, 한 인간의 고통스러운 나날을 그리는 영화가 아니었다. 오복이라는 한 인물이 자신에게 닥친 재난을 겪으며 굳세고 당당하게 싸우는 투쟁기를 고스란히 담아내 보였다. 오복에게선 가족을 위하는 어머니의 모습과 또 자신의 존엄성을 지키려는 여성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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