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터널스’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투데이신문 조유빈 기자】 지난 10여 년 동안 대한민국 관객들을 뜨겁게 사로잡은 <어벤져스> 시리즈가 이번 오는 3일 개봉되는 <이터널스>로 새로운 서사의 개막을 알렸다. 이번 영화를 통해 ‘길가메시’역의 마동석과 ‘테나’ 캐릭터로 첫 마블 히어로 캐릭터에 도전한 안젤리나 졸리 등 글로벌 최고의 배우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특히 ‘노매드랜드’로 제93회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을 수상한 클로이 자오 감독이 마블의 새로운 출발을 알리며 관객들의 기대감을 고조시켰다.

<이터널스>는 <어벤져스:엔드게임> 이후의 이야기로 캡틴아메리카, 아이언맨 등의 기존 마블 히어로들을 이어 태초의 히어로이자 불멸의 존재인 ‘이터널스’의 여정을 그리고 있다. 영화 도입부에서는 이들의 오래된 역사와 방대한 서사를 담아냈다.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을 시작으로 바빌론, 아즈텍 제국, 동남아시아 굽타 제국까지 지금까지 나왔던 마블 시리즈 중에 가장 큰 스케일을 선보였다.

<이터널스>에서 흥미로웠던 점은 신화를 모티브로 한 10명의 히어로들의 다양한 모습이었다. 이들은 인종·성별·연령 등이 다 제각각 재해석되면서 10대 소녀, 동양인, 청각 장애인, 성소수자 등으로 선보인다. 청각장애인 히어로의 등장과 더불어 흑인 남성 동성애자 히어로의 키스신 장면은 마블 역사상 최초의 새로운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이터널스>의 히어로들은 특별한 능력을 지닌 불멸의 존재임에도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모습들을 내비쳤다. 존재의 이유나 인간의 생존에 대해 각자 의견이 달라 갈등을 하기도 하고, 때론 이성보단 감정에 맡겨 행동한다. 또한 기존 히어로들은 동료라는 인식이 강했다고 한다면 이번 <이터널스>에서는 서로를 가족이라고 말하면서 서로의 유대를 강조했다.

영화 ‘이터널스’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배우 마동석의 마블 히어로 캐스팅은 영화 개봉의 앞서 국내 팬들의 큰 관심을 받았다. 영화 속 마동석의 비중과 액션은 대체적으로 만족스러울 만 하다. 마동석의 펀칭, 손바닥 치기 등과 같은 시그니처 액션 신은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기 충분하다. 마동석 배우의 별명인 마블리(마동석과 러블리의 합성어)처럼 그는 길가메시 역에서도 익살스러우면서 재치있는 모습이 보여준다. 배경음악으로는 BTS 노래 ‘친구’가 삽입되기도 해 K컬처의 위상을 다시금 느낄 수 있다.

다만 10명의 히어로를 한꺼번에 소개하다보니 각 캐릭터들의 매력이나 서사가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 등 몰입이나 공감대 형성에 실패했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또한 방대한 세계관을 장황하게 설명하고 영화의 무드가 서정적이게 흘러가다 보니 다소 지루하다고 느낄 수 있다. 감독이 여러 의미를 담은 메시지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한 점은 높이 살만하지만 일부 과도한 설정 때문에 산만함까지 느껴졌다.

액션 신에서도 부족함이 드러났다. 기존의 마블 액션 신과 비교해 속도감과 박진감이 부족하다. 그렇다 보니 길가메시의 액션 신을 제외하곤 딱히 인상 깊게 남는 장면은 찾아보기 어렵다. 또한 2차 세계대전에서 일어난 일본 히로시마 원폭 투하 장면은 역사 왜곡 논란의 여지가 있어 개봉 후에도 치열한 논쟁이 예상된다.

그럼에도 분명 충분한 볼거리와 즐거움을 주는 영화임에는 분명하다. 영화 엔딩 크레딧 이후 2개의 쿠키 영상은 ‘이터널스’의 속편을 예고하고 있어 더욱 기대감을 높인다. 이터널스라는 새로운 마블의 세계가 앞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어떻게 사로잡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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