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나홍진 감독의 <곡성>은 대한민국에게 커다란 미끼를 던져주며 파란을 일으켰다. 영화가 가지고 있는 요소들은 관객들로 하여금 N차 관람을 하게 했으며 각종 영화 리뷰들은 그것들이 가지고 있는 의미, 결말의 다양한 의미를 분석했다. 감독은 곡성을 끝으로 태국에서 칩거하기 시작했다. 그런 그가 2021년 태국의 천만 감독 반종 피산 다나 쿤과 함께 7월 14일 영화 <랑종>으로 찾아올 예정이다.

신내림과 피에 관한 이야기

태국의 북동부 ‘이산’ 지역의 한 시골 마을. 이곳의 사람들은 집, 돌, 벌레, 숲, 산, 나무까지 물건 하나하나에 영혼이 깃들어 있다고 믿고 있다. 한 다큐멘터리 팀은 이곳에서 신을 모시는 랑종(무당)을 촬영하기로 한다. 많은 사람들 중에 가문의 대를 이어 조상신 ‘바얀 신’을 모시는 랑종 ‘님’을 따라다니며 취재하기로 한다. 님을 촬영하던 중 그녀의 제부가 사망하게 되고 그의 장례식에 찾아간다. 오랜만에 만난 가족들과의 재회도 잠시 언니의 딸 조카 ‘밍’의 상태가 이상하다라는 것을 느낀다. 팀의 일부는 신내림이 대물림되는 것을 촬영할 수 있다는 것을 직감하고 밍에게 따라 붙는다. 카메라에 담기는 밍의 이상 증세는 점점 심각해져 간다. 조카의 몸에 ‘바얀 신’이 들어간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 님은 퇴마의식을 준비한다. 그러나 밍은 준비 기간에도 점점 사람이 아니게 되어 간다.

귀신이 나오지 않지만 그러기에 더욱 무서운 영화

나홍진 감독은 영화의 원안과 제작을 맡았다. 그는 곡성의 일광(황정민 분) 캐릭터의 전사를 태국에서 다른 인물로 만들려고 했다. 실제로 한국과 유사한 개념의 토속신앙이 많은 태국에서 영화 <셔터>, <피막>, <샴>의 감독을 맡은 반종 피산 다나 쿤 감독과의 콜라보는 많은 호러 영화 팬들의 기대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영화 <곡성>에서도 그랬듯 모든 상황과 예측을 빗나가고 감독의 뜻대로 직진을 하는 것이 이 영화의 묘미일 것이다. 영화는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느낌을 충분히 들게 한다. 전반부의 다큐멘터리 형식의 느낌은 <블레어 위치>, <파라노말 액티비티>, <곤지암>의 느낌과 비슷하다. 캐릭터들의 특징과 배경, 벌어지는 일들을 천천히 보여준다. 중반부부터는 상황이 점점 말 그대로 기괴해진다. 이미 다큐멘터리 형식에 빠진 관객들로 하여금 영화를 체험하게 한다. 후반부로 치닫으면서 영화는 말 그대로 나락으로 간다. 스크린 속 카메라는 무슨 일이 벌어지더라도 밍과 님을 쫓아다니며 촬영한다. 공포는 편집되지 않은 채 스크린 밖으로 튀어 나온다. 점점 스며드는 공포를 벗어나고 싶다면 도망칠 기회는 ‘퇴마의식 6일 전’ 이다.

한국 공포 영화와는 다른 기괴한 태국 공포

한국의 영화의 서사는 보통 할리우드와 흡사하다. 특히 공포 영화의 경우 애완동물 또는 아기에 대한 영화적 표현은 불문율로 지켜지는 편이다. 그러나 <랑종>은 아리 애스더 감독의 <유전>과 비슷하게 그런 불문율을 서슴없이 깨버린다. 마치 ‘이건 실제고 너희들이 생각하는 그런 일은 지켜지지 않아’ 라고 말하듯 우리의 잠재의식 속에 있는 영화적 보호 장치를 뿌리채 뽑아버린다. 만약 동물애호가 또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라면 영화 관람을 추천하지 않는다. 클라이막스로 갈수록 장면 하나하나 충격적이다. 거기에 배우들의 연기는 특수효과를 쓴 것처럼 눈에서 광기어린 빛을 볼 수 있다.

영화를 볼 때 한 장면이 길게 지속되면 여기저기 잘 살펴보길 바란다. 당신이 생각지도 못한 곳에 어느 순간 공포가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기자는 시사회가 끝나고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도망치듯 올라왔다.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주차장인데 올라오는 계단 한 곳에 무언가 있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나홍진 감독은 <곡성>을 코미디 영화라고 표현했다. <랑종>을 보고나서 이해가 갔다. <곡성>은 코미디 가족 영화였다. 한국적인 정서를 위태롭게 외줄 탔던 그는 태국 감독과 함께하면서 그간 선을 지켰다는 것을 보여줬다.

영화 <랑종>은 자신도 모르게 공포에 빠져있는 체험을 하게 만드는 늪과 같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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